[06/8월/특집1] 한미 FTA와 노동자 건강, 그 뻔한 결말 따져보기(1)

일터기사

특집1

한미 FTA와 노동자 건강, 그 뻔한 결말 따져보기(1)

한노보연 집행위원 해미

작년 말부터였던 것 같다. 2006년 정세의 핵심은 바로 ‘한미 FTA’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기사와 자료들을 건성건성 보며 지냈다. 그 해악이 심각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여 그 많은 자료들을 굳이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반대투쟁을 해야만 하는 것이, 저지를 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했다.

더군다나 우리는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또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이름 아래 IMF를 겪었고 세계자본의 격전지가 된지 오래이지 않은가? 다만 한미 FTA는 돈 버는데 있어서 이런 저런 장벽이 되던 모든 것을 일순간에 쓸어버리고자 하는 자본의 회심의 한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미 FTA와 노동자 건강’이라는 글에 대한 요청을 받았을 때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 뻔한 걸 왜 쓰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IMF이후의 충격적 구조조정과 일상화된 노동유연화와 생산유연화 속에서 노동자들의 몸이 병들고 죽어감을 잘 알고 있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왜 써야 하나?’하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그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되었던 이야기의 재탕, 삼탕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거대 자본의 이윤사냥에 항상 노동자들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얘기라도 쓰고자 한다. 한미 FTA는 혹자가 ‘IMF의 10배쯤은 된다’고 혹은 ‘쓰나미’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그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약품에 대한 포지티브리스트 때문에 2차 협상 결렬되었다는 1라운드의 끝 종이 ‘쇼’였음이 드러난 있는 지금, 그 뻔한 결말을 꼼꼼히 따져보고 반드시 한미 FTA를 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후, 우리의 미래 엿보기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했던 한 선배가 멕시코의 상황을 듣고 와서 전해준 얘기가 있다. 멕시코 노동운동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 이후 단 2년 만에 멕시코 전체 고용의 6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수천여 곳이 문을 닫으면서 사회불안이 극에 달했으며,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임금은 낮아졌으며, 노조활동에 대한 제약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명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압도적 열세로 시작했다. 스크린쿼터 문제로 영화배우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도 여론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모두들 기억하는 것처럼 여론 반등의 결정적 계기는 PD수첩의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이라는 도발적 제목 론스타로 대표되는 투기자본과 거대/국제자본이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는 배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의 한미 FTA관련 방송 이후였다.

개인적으로 PD수첩의 성공은 이미 10여년 전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10년 후의 우리를 짐작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충격적인 현실을 곱씹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가난해진 노동자들

출처:한겨레신문

멕시코는 전세계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세계 13위 지니계수에 근거에 이를 정도로 큰 나라이다. 멕시코의 빈부 격차는 농업의 몰락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한다. 1억 400만의 멕시코 인구 중에 5천 4백만명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이고 2천 1백만 명은 하루 1달러 이하의 빈곤층이다. 20년 전에 비해 빈곤층이 자그마치 천9백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실질 최소임금은 나프타 체결이후 20%가 넘게 감소했고 마낄라도라 마낄라도라(Maquiladora)는 인근 국가에서 원료와 장비를 무관세로 수입한 다음 조립∙가공해 만든 제품을 다시 수출하는 멕시코의 조립공장을 의미한다. 원래는 미국에 인접한 멕시코 국경 마을에만 있었는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면서 멕시코 전역으로 확산됐다. 마킬라도라는 외국인만 소유할 수 있는데, 현재 대부분의 마킬라도라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보다 40% 임금이 높은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활동인구의 75%가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기 겉으로 보이는 국가 경제는 급격하게 커졌다. 수출은 1993년 670억 달러에서 약 3배가량 증가해 약 1조 9천억 달러에 이르렀고 외국인투자도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투자는 240%나 증가했다. 노동생산성은 45%가 상승했다.

도대체 이런 성장으로 인한 돈은 누가 가져간 걸까? 아마도 그것은 초국적 자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경제가 급성장 했건만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GDP(1인당 국내총생산)는 불과 1%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제 멕시코의 민중들은 만연된 빈곤으로 병원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

멕시코의 제조업 생산성과 실질임금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재인용)
나프타이후 멕시코의 부문별 고용성장률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재인용)

건강을 위협하는 노동조건

한국 정부가 FTA 체결의 근거로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것이 고용창출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캐나다의 경우 나프타 이후에 실업률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멕시코의 경우에는 표면적인 실업률은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킬라도라를 제외한 제조업 분야의 증가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고 오히려 농업부문을 포함한 총 고용은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다 보니 취업자 10명 가운데 6명이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또 신규 고용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나프타 전에는 50%대였다가 최근에는 70% 선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마낄라도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처참할 지경이다. 한 신문기사에 실린 한 13년의 경력을 가진 여성 노동자의 삶을 엿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집은 티후아나 남북관통 산업도로 주변에 널려 있는 무허가 판잣집 가운데 하나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비탈길을 한참 들어가 찾아간 집은 10평 남짓 돼 보였다. “시내에 있는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려면 월세와 공과금으로만 월급의 절반 가까이가 나간다. 나머지 월급으로는 도저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다.” 그녀가 보여준 주급 봉투를 보니, 지급액이 ‘517페소’라고 적혀 있다. 우리돈으로 4만3천원 정도다. 한달 월급으로 계산하면 17만원 남짓 정도다. 엘리사는 “낮에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하는 근무조에 들어가 있다”며 “그래도 낮 근무조보다 벌이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겨레신문)

특히 여성에 대한 탄압은 위험한 수준이다. 가임여성의 경우 임신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고 임신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피묻은 생리대를 보여줘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환경규제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독한 화학물질로 인해 기형아를 낳은 경험이 있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국제인권위원회의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간은 오전 6시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이며, 일반적으로는 2교대 내지 3교대가 이루어졌으나 5교대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 조립공장에서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해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감독자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최대 10분간만 자리를 비울 수 있었죠. 작업 할당량을 못 채우면 사유를 보고해야 해요. 할당량을 못 채우면 그 다음날 보충을 해야 했어요. 노동자들 공개적으로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었어요. 규칙을 위반하면 처음엔 서면 경고를 받고 위반을 반복하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통고를 받아요. 전화도 안 되고, 작업장 안전이나 위험에 대한 훈련도 없어요. 단지 노동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조치들에 대한 선언만이 있을 뿐이죠.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정을 요구할 수 없어요. 회사는 나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죠. 대안은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지만, 고용주가 알면 경고를 받게 돼요.”

결국 멕시코의 나프타는 아주 소수의 일부만을 살찌운 결과에 불과하다. 농업이 무너짐으로 인해 도시로 유입된 농민은 빈민으로 전락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다국적 자본에 의해 화장실조차 제대로 못 가는 극심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하는 것 만으로는 생활이 해결이 안 되어 부업(!) 전선에까지 뛰어든다. 여기에 물가는 올라 주식인 또르띠아의 가격이 10년동안 3배가 넘게 올랐으니, 정말 절망적인 상황인 것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통째로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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