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월/특집/2006년 노동안전보건활동을 말한다] 노동건강연대

일터기사


지금은 운동의 전환기, 미래를 공세적으로 앞당겨야

노동건강연대

우리는 기본적으로 현재를 ‘위기의 시대’로 규정한다. 과거의 것은 수명을 다했으되, 미래의 것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현실을 ‘위기’로 규정하였을 때, 현재는 이런 위기의 시대이다. 정치적으로 상대적 민주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지체되고 있다. 임금 상승은 둔화되고, 고용은 불안정해졌으며, 사회복지에 의한 소득재분배 기능도 제자리걸음이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고,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운동도 위기이다. 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이끌어간 중심축은 사회운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운동이 최근 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념적 전망의 위기와 더불어 재생산의 위기도 겪고 있다. 이는 노동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노조조직률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하락하고 있고,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 노동안전보건 운동 역시 이러한 사회적 경향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의 국면을 공유하고 있다.

위기는 주체의 투쟁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기는 것, 그것이 위기를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노동안전보건 운동 영역에서 오지 않은 미래를 ‘지금, 여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했다. 우리는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 중장기적으로 다음의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오고 있다. 첫째,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별노조 형식에 적합한 노동조합 현장 활동의 전형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산업 노동자나 노동자 계층에 대한 운동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의 시각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노동안전보건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산재노동자의 사회적 재활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중 노동건강연대는 주객관적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둘째, 셋째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긴 안목을 가지고 실천을 축적해나가고 있다. 둘째 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설, 운수, 병원, 서비스업 등 새로운 운동 전략이 필요한 산업 노동자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운동 전략 마련의 과제가 있고,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등 산재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마련하는 과제가 있다. 이 중 노동건강연대는 2006년 한 해 동안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하였다. 영세사업장 노동자 활동으로는 서울의 성동구 성수동에 지역 기반을 두고, 노동, 보건, 복지를 아우르는 실천 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 ‘동부비정규센터(준)’이라는 조직적 틀을 갖추는 성과를 내었다.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건강 보장을 위하여 전국여성노조, 의료연대노조, 서비스연맹,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등과 함께 학교 급식 노동자,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 병원 간병 노동자, 대형 유통업체 판매 노동자, 의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실태조사를 수행하였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교육과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수행하였다.

셋째 과제와 관련해서는 산재사망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였다. 4월의 산재노동자추모의날 즈음에는 이와 관련하여 ‘살인기업’ 선정식을 거행하여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전, 언론 기고 등을 통하여 산재 사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도 병행하였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선진 외국의 예를 참고하여 ‘기업살인법’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는 산재사망을 일으킨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이다.

2006년 한 해 동안 노동건강연대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티 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영역의 활동을 벌여 성과를 축적해 왔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산재보험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과 함께 개혁입법안을 만들었지만, 제도 개선 논의가 노사정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노동건강연대는 개혁 입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나, 민주노총이 배제된 상태에서 개혁 입법안의 문제의식은 아예 논의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는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타격 투쟁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개혁안 쟁취가 아니라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혁안의 핵심 문제의식이 사회화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건강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상시적일 수는 없더라도 이에 대한 논의와 정보 소통을 진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적 구조를 만들어보려 하였으나, 이것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2007년은 금속노조의 통합, 확장과 공공서비스 부문 및 운수산업 노동자의 산별노조 건설 등 산별노조로의 조직적 전환이 가시화될 해이다. 그러므로 노동안전보건 운동 역시 이러한 조건을 반영한 활동을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산별노조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산별노조 자체보다는 어떤 산별노조인가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현장성 강화, 지역 기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강화가 핵심 화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 부문에서 이러한 것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현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노동안전보건 대표제’를 구체화하여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전형을 창출하기 위하여 2006년에 틀을 갖추게 된 ‘동부비정규센터(준)’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미조직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강화를 위하여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더욱 공세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산재사망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도 그 저변을 넓혀나가고 정책 대안을 다듬는 작업을 할 것이다.

위기는 주체의 운동으로서만 극복될 수 있다. 노동건강연대는 멀리 보되 가까운 실천을 방기하지 않는 자세로 2007년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지금, 여기’의 현실로 만드는 것, 그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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