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월/현장의 목소리]삼성코레노 민주노조 결성의 그날까지 !

일터기사

삼성코레노 민주노조 결성의 그날까지 !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 노 경 진

오늘은 황사를 물러가게 하는 봄비가 쏟아집니다. 98일째가 되지만 아직도 천막농성장 천장을 뚫어버릴 것 같은 빗소리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은 비라면 그나마 봄을 재촉하는 비라 반가우련만 바람과 함께 불어 허허벌판에 홀로 쳐져 있는 천막을 위협하는 비라 밤을 지샐 걱정이 앞섭니다.
2년 1개월 동안 성실히 잘 다니던 직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였습니다. 7-8차례의 집중면담, 회유와 협박, 전직발령 끝에 일어난 예정된 수순의 해고라 놀라지는 않았으나, 막상 억울하게 해고를 당해 혼자서 밖에서 싸우려니 막막하고 어려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평택에 위치한 코레노(한국니토옵티칼)는 일본자본과 삼성자본이 합작해서 만든 LCD편광필름 제조업체입니다. 7년 만에 1,200명의 사원을 고용하고, 3조 2교대로 365일 쉬는 날, 단 하루도 없이 라인을 가동시키는 매달 400억 원씩 매출을 올리는 초고속 성장기업입니다. 이 엄청난 성장 뒤에는 설, 추석 명절에도 선물 하나 받지 못하고 평일과 똑같이 주, 야간 맞교대를 해야 하는 우리들의 피땀이 녹아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리휴가를 쓸려고 하면 ‘진짜 생리하는 거 맞냐, 너만 생리하냐…’ 라고 야유하는 남자관리자와 면담을 해야 합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작업시간 중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도 체크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한 달 치 통계를 내어 작업자별로 ‘시간, 분, 횟수’를 현장게시판에 떡 하니 게시되는 기가 막힌 일을 당해야만 합니다.
현장게시판에 공고가 붙는 것을 안 우리들은 정말로 열이 받아 공고물을 찢어버리고 반장이고, 부장이고 다 끌어내려 집단면담을 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생산이사란 놈은 뻔뻔하게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면 되는데, 왜 작업시간에 화장실 가느냐?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방기하는 태만한 태도로 볼 수 있다’ 며 죽어도 미안하단 말, 다시는 안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2시간이 넘게 싸우다가 ‘노동부에 고발, 국가인권위에 고발’이란 말까지 우리가 하자 그제서야 아~주 불쾌하단 듯이 철회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다행히 우리 부서는 집단 반발로 악몽 같은 화장실 리스트가 없어졌지만, 마치 모범이 전파되듯이 다른 공장에서 똑같이 시행되었습니다. 10시간~12시간을 한자리에 그림같이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화장실 가는 것을 통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방광염과 치질에 걸려갔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는 사람도 아니고, 오직 정해진 시간에 물량만을 뽑아내야 하는 기계 부품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서 우리들은 수군거렸습니다. ‘도대체 이놈의 회사는 사원들을 어떻게 알고 이런 짓거리들을 하면서 부끄러운지도 모르는지.. 다, 노조가 없어 당하는 설움이라고,,, 노조가 있다면 감히 회사에서 현장사람들을 이렇게까지 개 무시 하겠냐고…’ 하며 자연스레 ‘노조가 있었으면 좋겠다.’ 는 마음들로 모여 갔습니다.

노조가 있으면 정말 좋다는 것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누가 총대를 메느냐.. 누가 간부를 하느냐..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자식까지 딸린 아줌마들, 아니면 세상물정 정말 모르는 20대 초반의 아가씨들인데…’ 이런 고민들의 답은 사실 무언가를 터트리거나 시작을 시도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은 고민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 잘 모르면 찾아다니며 배우고, ‘친한 사람들부터 꼬시자’ 며 노조를 띄울 준비를 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비밀이 새어나갔고,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우리들 모르게 회사는 온갖 대응책을 다 세워두었습니다. 2006년 6월 중순쯤, 사장이 전 라인을 돌면서 조회를 서며 교육을 하였습니다. ‘우리 회사에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삼성인데 노조가 있으면 회사 문 닫아야한다’ 며 엄청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였습니다. 그 조회가 있고 나서 우리 부서 사람들은 3주일에 걸쳐 생산이사에게 1명씩 불려가 강제 면담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때부터 해고당한 10월까지 3개월간은 공포와 악몽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저는 유독 7~8차례가 넘게 불려가야 했으며, 면담내용은 ‘노경진씨가 노조 만들려고 한다는 정확한 정보를 입수했다.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넘기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대학교 나온 사실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의도를 가지고 우리 회사에 들어온 거 맞지 않냐’ ‘삼성이 무노조인데, 회사 망하면 노경진씨가 책임질꺼냐’라며 협박하고 회유하고… 심지어 남편의 회사까지 전화를 걸어 남편의 동향과 성향, 노조활동 연관성까지도 알아봤었습니다. 4개월 동안의 회유와 협박에서 넘어가지 않자 필요하지도 않는 부서를 만들어 결국 전직발령을 내더군요. 그에 항의하며 저는 기숙사 앞, 회사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돌리며 공개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알려내고 노조원 모집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측은 입사당시 저의 이력서 전체를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3일 밤낮으로 각 부서 사원들을 모아놓고 ‘의도가 있어 입사한 사람이다.’며 노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노경진처럼 모든 신상명세를 공개해버리겠다는 엄청난 협박을 하였습니다.

160여 일 동안 일어난 일은 소설책 한권으로도 모자랍니다. 삼성의 엄청난 부당이익, 삼성의 물량을 대어주기 위해 잔업특근도 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삼성코레노의 민주노조 결성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 편집자 주) 삼성코레노 노경진 동지는 부당해고철회, 노동탄압중단을 위한 투쟁을 160여 일째 진행 중이며 평택공장 앞에서 철야천막농성을 하며 100일이 넘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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