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그것이 우리의 하제야.

일터기사

[칼럼]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그것이 우리의 하제야.

– 백기완 선생의 덕담 듣기

정리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intro)
2004년 새해를 맞아 백기완 선생의 좋은 말씀을 실었습니다. 지면 관계상 아쉽게도 모든 내용을 실지는 못했지만 진정한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말씀을 최대한 실으려 노력했습니다.

정신적 건강을 물었소, 육체적 건강을 물었소
노동자들이 가장 신경 써야 될 부분은 건강이거든. 대개는 육체적 건강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나한테 ‘선생님, 요새 건강이 어떠십니까?’하고 물어올 것이면 꼭 반문을 해. ‘정신적 건강을 물었소, 육체적 건강을 물었소.’ 악덕재벌, 썩어문드러진 정치꾼들뿐이겠소. 인생관과 가치관이 일그러져 사람 같지 않은 것들도 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신경을 엄청 쓰고 돈도 써요. 노동자도 마찬가지요. 그런데 정신적 건강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거기에 대해서 관심 갖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나는 우리나라의 노동자, 그 노동의 형태가 무엇이든지 간에, ‘노동자한테 중요한 것은 정신적 건강이고 그 다음에 육체적 건강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노동자 여러분, 진짜 정신건강과 아울러 육체적 건강을 이룩하고 발전시키는 데 신경을 많이 쓰시라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자본주의는 사람을 이기적인 인간상으로 빚어 가는 반문명 몰문명이야
한 노동자가 온몸으로 거절해도 안 되고, 목소리를 드높여도 안 되고, 그래서 하는 수없이 자기 몸에다 불을 지름으로서 자기 뜻을 드러내거든. 얼마나 비참해. 이에 몇몇 사람들은 가슴 아파하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 노동자들도 그때뿐이고는 잊어버려요. 그게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이냐 이거야, 그런 사람의 마음보가. 오늘 우리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문명이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과 가치관과 아울러 인간성을 파괴, 말살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나는 거야. 신문방송을 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운 시간, 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자꾸 강요하잖아. 그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을 가만히 보면, 한마디로 해서 이기주의,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치닫는 거야. 그 행복은 뭐냐. 자기가 자기를 즐기는 거란 거야. 이렇다 보니 돈이 있어야 되고, 어떻게 하든지 권력이 있어야 되고, 어떻게 하든지 명예가 있어야 되고. 자본주의 문명은 돈·권력·명예·향락·방탕을 추구하는 인간상,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인간상으로 자꾸 빚어 가는 거야. 자기 몸에 불을 질러가면서까지 발언하는 한 인간의 가장 위대한 절규를 절규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거야. 그런데 노동자들이 그러면 너무나 문제가 되지. 노동자들이여, 지금 이 사회는 자기 몸에 불을 지름으로써 그 불길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자본주의 문명이 빚어 가는 이기주의·개인주의에 불을 당기는 그런 삶을 사시라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하제, 희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야 된다 이거야
사람에게 있어 건강은, 첫째, 돈 다시 말하면 자본이 주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라는 깨우침이 있을 때 그 때 가장 건강할 수가 있어. 두 번째로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고 하는 것은 사람은 어차피 사회적인 목숨이라는 거야. 사회적인 생명이 곧 인간이지. 그 사회적인 생명이 현대 자본주의 문명에서도 겉으로는 많이 이야기되지만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교살 당하고 있거든, 학살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진짜 사회적인 목숨으로서 사람의 생명력을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건강의 둘째 조건이라 이거야. 땅불쑥하니(‘특히’의 순우리말) 사람은 사회적인 목숨인데 그 사회적인 목숨을 파괴·왜곡하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니깐. 참된 인간상, 사회적인 인간상을 쟁취하고저 싸울 때 그게 건강한 인간상이야.

세 번째로는 하제가 분명해야 돼. 내일을 우리말로 ‘하제’라고 그래. 희망이야. 하제가 분명해야 돼요. 신문방송에서는 경제성장이 고도화되면 그게 곧 우리의 하제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거야. 그건 독점자본이 우리를 억압하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지 진짜 역사적인 뜻으로서 하제가 아니야. 하제는 뭐야.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고, 반사회적인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도 아니고 하제, 일하는 이의 희망이 아롱지는 세상이 되야 된다 이거야. 독점자본의 약탈적 축적이 아니라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그것이 우리의 하제야. 우리의 진짜 희망이라니깐. 요즘은 하제가 개인의 행복으로 잘못되고 있어. 신문 방송이 왜곡하고 있다니까. 그러나 진짜 하제는 뭐야. 진짜 하제는 개인의 행복만이 아니야. 진짜 하제는 우리 사람의 공통의 하제, 내일이 되야 되거든. 미국의 돈 많은 사람이 280억 원쯤 주고서 탄도탄 타고 씽-하고 하늘에 올라가서 하루 밤 자고 내려 왔잖아. 배가 고픈 사람들이 온땅별(지구)에 30억인데 그런 범죄가 어디 있어. 그런데 신문방송에선 다 멋있다고 그러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도 돈만 있으면…’그래. 그건 희망이 아니잖아. 우리 하제가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일꾼들이 앞장서 이 썩어문드러진 자본주의 문명을 갈라 칠 새 문명을 들고 나와야 한다니까. 그것이 무엇이겠어. 나는 그것은 너도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노나메기 세상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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