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월] 양성평등과 직업병

일터기사

[칼럼]

양성평등과 직업병
양성평등과 직업병

직업병 이야기하는데 웬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필요하며 양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왜 나오는가?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여성이 직장을 갖고 남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직업병 예방이나 보상을 이야기할 때 굳이 ‘양성평등’이라는 기준을 대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또, 굳이 그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임신과 출산이라는 여성 특수적인 현상 때문에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태아와 여성을 위한 노동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모성보호정도의 차원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인 차이를 넘어선 자본주의의 가부장적 사회 내에 ‘자연스럽게’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지고 기대되는 역할과 가치로 인해, 직업병도 여성과 남성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고용 형태에 따른 차이

먼저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여성의 건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비정규직을 성별로 보면 여성노동자는 약 70%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남성노동자에 비해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도 높다. 이러한 여성노동자는 사회보장과 기업복지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고용도 불안정하여 불건강을 낳는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여성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예방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업병의 발생으로 인해 손실된 임금보전, 치료, 요양 등 사후조치를 하기 위한 산재보상보험의 혜택에서도 역시 배제되기 쉬운 취약한 위치에 처해있다. 또한 일부 여성노동자는 ‘노동자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예방과 보상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안전보건예방과 보상을 실시하고, 소규모사업장과 비정규직으로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는 현재의 법적, 제도적 내용의 실질적인 적용을 하도록 감독, 관리가 강화되고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근무 형태와 직종에 따른 차이

또한 이제까지의 직업병에 대한 논의는 많은 경우 남성노동자를 그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여성이 더 문제로 느끼고 있는 직업병과 노동환경에 관해서는 노동자·연구자·정부·사회적 인식의 차원에서 모두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예방항목이나 산재보상보험의 혜택범위는 산업별로는 제조업에, 산업재해종류별로는 전통적인 상해, 부상 등에 치중되어 있어 전통적인 산업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거나, 법에 산업특수적인 요인이 포함되었다 할지라도 실제적인 관리나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즉, 여성이 집중되어 있는 서비스업과 직업병에 대한 인식수준은 저조한 편이다. 여성은 남성노동자와 상이한 산업·직종·직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여성특수적인 위험요인이 존재하고, 같은 위험요인이라도 하는 일과 종사하는 직종에 따라 성별로 다르게 인식될 수 있으므로 이런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을 밝히고 제도적인 보완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근골격계 직업병의 기준이 중량물 취급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무게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반복적인 작업을 더 많이 수행하는 여성에게는 불리한 법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동을 돌보는 보육교사나 병원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다수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종에서의 근골격계 직업병은 인식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트레스에 관한 위험요인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여성노동자에게 더 불리한 현실을 가져온다.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처한 노동환경이 달라 여성이 대체로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여성이라고 다 같은 여성일수 없고 사회적 계급과 연령에 따라 그 위치가 상이할 수 있다. 이 때 일부 남성노동자집단이 일부 여성노동자집단에 비해 예방과 보상차원에서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산체계와 일자리, 노동환경 등의 변화와 내용을 검토하면서 여성과 남성, 즉 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분리되어 구성되는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취약한 집단의 노동보건을 사회적 권리의 차원에서 보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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