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월] 기아자동차 화성 노동자의 교대제와 노동강도로 인한 건강장해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기아자동차 화성 노동자의 교대제와 노동강도로 인한
건강장해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2002-2003년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손미아

이 연구보고서는 2002-2003년도 기아자동차 화성 노동자의 교대제와 노동강도로 인한 건강장해조사 결과이다. 자본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첫째: 절대적 잉여가치(이윤) 증대를 위해서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잉여가치의 증대를 위해서 가능한 한 24시간 기계를 쉬지 않고 돌리는 것, 즉 생산을 끊임없이 계속하면서, 자본은 하루의 노동일을 사실상 24시간으로 연장시키기 위해 교대제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을 위해서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만성적인 과잉생산 속에서 자본에게는 이러한 경쟁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절감, 즉 대당 생산비용을 줄이는 것이 사활을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바로 자본이 자동차산업에서 교대제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게 되는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교대근무에 따른 24시간 피로도를 보면,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모두 작업이 끝날 때 즈음인 잔업시기에 가장 피로도가 높아진다. 특히 야간근무시에는 새벽 1시 이후에 피로도가 증가하다가 3시경에 피로도가 이미 최고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아, 3시를 넘어서는 야간노동의 경우 노동자에게 최대의 피로도에 도달하고 있어서 새벽 1시 이후의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1).

그림 1. 교대근무에 따른 24시간 피로 정도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수면장해 유병률을 보면, 불면증은 전체 설문응답자의 77% (100명중 77명)이며, 코골기는 44%, 수면부족은 74%, 낮의 졸리움은 72%으로 대부분의 주야교대근무 노동자가 불면증과 수면부족과 낮동안의 졸리움을 자주 또는 항상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설문지분석에서 노동과정, 노동강도, 교대제가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분석(로지스틱)을 통하여 살펴본 결과, 중요하게 발견한 사실은 야간노동으로 발생하고 있는 건강장해들은 개인적인 건강관련 행위(담배, 술, 운동, 비만정도)나 결혼여부, 근속년수, 나이 등 개인적인 특성과는 별로 관련이 없으며, 교대근무 여부와, 수면의 질과 양, 노동환경조건, 노동강도 등과의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 건강회복 행위를 통하여서가 아닌, 야간노동을 폐지하는 것,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것, 작업의 자율성이 높이는 것 등을 통해서만 노동자의 건강권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공장노동자들의 ‘심한 졸리움’과 강한 연관성을 가지는 요인들로는 젊은 연령, 하루 10-11시간의 노동시간과 하루 11시간 이상의 노동시간, 교대근무 사이의 자유시간이 11시간 이하인 경우 한달 야근 횟수가 증가할수록, 밤교대근무, 수면의 양과 질이 매우 나쁠수록, 잠들거나 깨어난 시간이 비정상적인 시간일 때, 비라인에 비해서 라인작업에서, 고정 주간근무에 비해서 연속 2교대근무에서, 하루 중 휴식시간이 감소했을 때, 월 평균 잔업일수와 특근일수가 증가했을 때였다. 이렇게 ‘심한 졸리움‘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요인들은 대개 자본의 ”절대적 잉여가치의 강화“에 해당되는 노동일의 절대적 연장에 의한 것과 밤교대근무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의 대안은 ’장시간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절대적 노동일의 연장, 밤교대근무시간을 줄여나가는 일‘이다.

교대제가 24시간 생체주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심박동수결과에서는 야간근무 노동자들이 야간근무시에는 주간근무시보다도 더 많은 신체의 소진과 에너지의 소비 및 신체의 스트레스를 가져오며, 반면에 야간작업 후 낮에 수면을 통한 휴식기를 통해서 노동력의 재생산이 되지 못하는 점에서 야간근무 노동자들은 야간에 일을 할 때, 주간에 잠을 자야할 때 이중고로 인하여 체력의 급격한 소모와 노동력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교대제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이 연구의 결과는 교대제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생체주기의 파괴와 궁극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 뿐 아니라, 결국 장시간의 야간노동시간의 철폐만이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교대제로 인한 야간노동은 노동과정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신기술 자동화 도입, 인원 산출방식의 변화, 작업속도와 생산량의 변화,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와 같은 생산방식의 변화와 같은 다양한 노동강도 강화의 기제들과 결합되면서 노동강도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교대근무는 비단 노동과정 속에서 발생되는 건강장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중요하게는 교대 근무제로 인하여 다른 일반 주간 생활자들과 바뀐 생활리듬은 인간관계의 파괴나 가정생활의 파괴를 가져오고, 노동자를 더욱 고립시키며, 소외시키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자본을 위한 종속노동을 하기 위한 기계로, 가족과 가정은 기계를 재생산하기 위한 보조자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

교대근무 변경을 위해 가져야 할 노동자계급의 원칙과 자세는 장시간․야간 노동을 줄여야 한다는 목적의식적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자본의 유연한 생산체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야간노동을 감소시키고 노동강도를 줄여나가는 방안에서의 해결하여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임금보전의 문제이다.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야간노동과 노동강도를 줄여나가기 위해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식, 특히 저녁시간이나 밤 시간의 휴식시간을 늘려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야간근무시 생산속도를 낮춤으로써 야간근무시의 노동강도를 점진적으로 약화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야간노동시간을 줄여나감으로써 생산량이 감소하는 문제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이미 노동자는 공장문을 나가기 전까지 자신의 몸을 온몸으로 희생하면서 싸워오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생산량 감소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서 결연한 노동자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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