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월] 알지 못했던, 과도한 사무노동 이야기

일터기사

[일터이야기]

알지 못했던, 과도한 사무노동 이야기
-사회보험노조 경인본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허경

(intro)
3년 간의 수배생활을 해오다 지난 2월 13일에 간암으로 돌아가신 故박동진동지의 얼굴을 처음 보게된 건 일터이야기 취재 차 찾아간 사회보험노조 경인본부 사무실에서다. 고인의 영정이 모셔진 향냄새 은은한 사무실에서 사회보험노조 경인본부 김수달 교육부장으로부터 고인의 얘기를 듣는 것으로 취재는 시작됐다.

“박동진 동지의 죽음은 자본과 권력의 탄압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장례투쟁도 제대로 못하고…”
5천만원 유족위로금과 복직이 아닌 명예임용장으로 사태를 마무리해버린 현 집행부의 태도에 대해서 많은 불만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김수달 교육부장은 故박동진동지 생전에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으셨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였다.

본인도 3년 째 해고자로서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교육부장에게는 더욱 각별할 故박동진동지에 대한 얘기는, 취재수첩이 아닌 술잔을 손에 들고 맘에 담으며 듣고 싶은 개인적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백주대낮(?)이었고 시간상의 제약을 감안하여 접어야 했다. 대신 현장취재를 가기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몇 가지 사전지식을 얻기로 했다.

사측은 2000년 무렵부터 강요된 명퇴 등을 통한 인력감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도권의 부족한 인력을 타지역의 인력으로 임시충원 하는 등 인력부족을 변칙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사측은 여전히 인력이 남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교육부장이 생각하는 현장의 노동강도는,
“내가 봤을 땐 지금의 30%만 일해도 받는 임금에 비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현장으로 가보자.

교육부장의 안내로 찾아간 현장은 사회보험노조 경인본부의 용인지부 사무실이었다. 아직 임협이 끝나지 않아 입고 있는 빨간 투쟁조끼를 빼면 보통 ‘사무실’이다.
사.무.실.
큰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계도 없고, 작업복을 입고 온몸을 크게 움직이며 일하지도 않는 작업장의 풍경으로 인해 ‘노동’하지 못하고 단지 업무 또는 사무를 처리할 뿐인 이들의 작업장에 들어서며 가져간 사진기에게 한마디한다.
‘사진기야, 실망하기엔 일러. 우리 사무직 노동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여성노동자 조준희(징수부 징수팀 대리)씨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징수부의 주업무는 부동산 압류업무, 보험료 결손업무예요. 근데 주간에는 전화민원, 방문민원을 해야 돼서 주업무는 보통 야간에 하게 되죠.”
“보통 한 달의 절반은 야근을 하는데 시간외 수당은 하루 4시간, 한 달 22시간만 계산이 되죠…”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불만을 토로하면서 싸우려는 전화가 다예요. 우리도 시간이 많으면 더 친절하게 하고 싶어요. 솔직히 감정이 상할 때가 많아요. 민원 처리하면서 말을 많이 하니까 목이 너무 아파서 다들 물컵이 있어요. 하루에 몇 컵씩 먹어야 되요. 종일 사회불만, 제도불만, 정치불만들을 듣는 스트레스는 말도 못해요.”
“요샌 헤드셋을 쓰지만… 얼마 전까지 한 손에 전화, 한 손은 키보드… 키보드는 숫자 입력이 위주니까 손가락이 아프죠.”
“어떤 날은 집에 가면 오른쪽 팔 전체에 파스를 다 붙이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날 좀 괜찮아지면 또 일하는 거죠.”
“집에 가면 집안일도 또 해야죠…”
“점심시간 이외에는 항상 자리에 앉아 있어요. 사무직은 정해진 휴식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커피도 뽑아서 자리에서 먹어요.”
“공단에서는 연가보상비 때문에 휴가 안 가는 줄 알지만… 옆 동지들 눈치 보이니까 휴가를 못 가는 거예요. 내가 없으면 그 만큼 옆 동지가 힘들 걸 아니까…”
“찾아온 민원들이 자고 울고 갑니다. 심정적으론 이해가 가지만… 업무처리 부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들어주기만 하는 거지요”

노동자의 얘기를 들은 후 사진기가 바빠졌다. 작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을 정신 없이 찍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얼굴, 찰칵. 노동자의 손, 찰칵. 그들의 노동, 찰칵. 그들의 노동 찰칵 찰칵 찰칵…

많은 현장 조합원들의 심각한 노동강도 완화를 고민해왔던 김수달 교육부장은 요즘 현장 조합원과 함께 하는 근골격계 직업병 조사연구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조합원들이 자신의 과도한 노동량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아픈 것이 현실이고… 근골격계 직업병 조사사업을 통해 대중의 인식전환을 해낼 수 있다면 큰 성과일 겁니다.”
“덧붙여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간다면 더욱 좋겠죠.”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사회보험노조 경인본부의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건강까지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며 뿌듯해하는 사진기와 취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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