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1월|이러쿵저러쿵] 아직도 멘붕은 아니시죠?

일터기사

아직도 멘붕은 아니시죠?
한노보연 회원 김재광

대선이 끝났습니다. 독자들이 이글을 보시고 계시다면 한 달 또는 한 달 이상 지났으니 생뚱하기도 하겠습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멘붕(멘탈붕괴)이라는 조어가 한동안 장안을 떠돌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시대에 조류에 맞추어 멘붕이셨나요? 저는 짜증은 났지만 멘붕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전 대선 기간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에서 활동을 하면서 “1번이 되건, 2번이 되건 노동자민중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자유주의세력과 수구기득권 세력이 노동자 민중의 삶을 희롱할 뿐이다”라는 선동을 하고 다녔으니까 말이죠. 몰론 멘붕에 이른 많은 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명박 5년 실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세력처럼 행세하고, 가진 것은 아버지의 유산 밖에 없는 자가 다시금 권력을 쥐었으니 어찌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 1번이 되는 것과 2번이 되는 것은 똑같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실정에 대한 단죄 정도는 되어야 순리(?)인 것이겠죠. 그리고 2번이 되었다면 아마도 독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아는 분들이 신문에 더 자주 오르내리고, 이런 저런 자리에 앉게 되었겠죠. 또한 대선이 끝나고 몇몇 안타까운 죽음은 아마도 당장은 없었겠지요.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2번이 되었다 하더라도 안타깝게도 노동자 민중의 삶은 딱히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니 진실입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자신의 정계진입은 IMF외환위기 때문이었다고 했듯이 경제위기(정확히는 자본의 이윤율의 위기, 자본이 자초한 자본의 위기)는 때로는 수구 기득권세력을, 때로는 자유주의세력을 정치판에 불러들이지만 지난 15년 체험한 바와 같이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욱 더 불안의 심연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어떻게 5년을 더 기다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5년을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엎어버리라고. 엎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투덜거리지만 어찌 보면 참을 만 한 것이거나, 민주주의 허울 즉 형식적 민주주의에 갇혀 부패하고 반민중적인 권력을 끌어내리려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요. 선거로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반민중적이라면 언제든지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참 민주주의이고, 실제 역사는 그러한 생생한 민주주의 힘으로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고 보는데 독자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며칠 전 쌍용차 무급휴직자의 복귀예정 소식을 들었습니다. 합의대로라면 이미 3년 전에 실시해야 할 것을 두고 자본과 정치권은 뻐기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쌍용차 해고자의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지난한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도 오릅니다. 정작 투쟁하고 있는 해고자의 문제는 요원하고 솔직히 지난 기간 관망했던 무급휴직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니까요. 그러나 지난한 투쟁을 벌였던 해고자들은 지금도 힘들지만 무급휴직자들과 같은 세계에 살고 있을까요? 그들은 5년 전 같은 세계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대단히 다른 세상보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대선이야기 하다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5년을 기다리시지 말라는 겁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고 5년을 기다렸다면 지금 그들은 이 세상에 살고나 있었을까요? 필요하면 지금 싸우고, 못쓰겠으면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야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자들이 선거 때 뿐 만 아니라 늘 민중을 경계하고, 자본은 노동자들을 불온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치부하지 않겠습니까? 2013년 자본의 위기는 더욱 더 심화될 것이라 합니다. 그냥 있다가는 IMF외환위기 때 되살아나 유신세력보다 더한 세력이 살아올지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계속 멘붕할까요 아니면 ‘세붕’, 자본의 세상을 붕괴시키는 꿈을 꾸고 동지들을 규합해 볼까요? 혹시 아직도 멘붕하고 계시다면 깨어나 정신줄 바짝 잡고 놓치지 마세요. 아시다시피 삶은 그렇게 한가하고 녹록하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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