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ㅣ12월ㅣ문화 읽기] 콜레스테롤은 과연 심장병의 주범인가?

일터기사

인류 의학사 최대의 과학적 사기?
콜레스테롤은 과연 심장병의 주범인가?
– 곽재욱의 [콜레스테롤 딜레마]를 읽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김 정 수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 원래 [일터]에 이 꼭지를 제안했던 이유는 평소 보는 책 중에 일터 독자들도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들을 추천하고 싶어서였다. 내 글을 읽고 책을 구해서 읽을 독자가 몇 명이나 될까 싶지만, 지금 소개할 이 책은 추천하기가 좀 거시기하다.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고 건강검진을 주 업무로 하는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으나, 일터 독자들께는 상당히 난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많아서 책 자체로는 썩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콜레스테롤’로 인한 고지혈증은 고혈압, 당뇨와 함께 3대 만성질환으로 매우 흔해서 건강 검진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인지라 일터 독자 여러분들도 상당한 관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고지혈증으로 인해 약이라도 먹고 있는 분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인지라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본인은 열라 쇼킹했으나 독자 여러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으니 알아서 판단하시라는 말씀. 한마디가 좀 길어졌다. 참고로 이 글의 내용은 연구소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적인 의견이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조카한테 물어봤다. “콜레스테롤이 뭔지 아니?” “몸에 나쁜 거요. 고기 많이 먹으면 올라가고, 많이 올라가면 심장에 안 좋대요.”
조카가 신동이 아니라면(실제로 아니다)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콜레스테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떻게? 딱 저렇게. 내 짐작으로 콜레스테롤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왜 ? 그렇게 배우고 들었으니까.
학교에서, TV에서, 병원에서 등등.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불과 한 달 전까지 그렇게 믿고 있었고,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해 주었다. 그런데 만약 이게 다 거짓말이라면? 이게 다 뻥이고 사기라면?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뻥을 치고 사기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 나 역시 사기를 당한 것이다. 나도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다른 얘기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혹시 내가 공부를 못해서, 배웠는데 까먹은게 아닐까 싶어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내의 내과학 교과서를 뒤져봐도 그런 얘기는 절대 안 나온다. 예를 들어, 폐경기 여성이 호르몬 대체 요법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득과 실에 대해 배웠고, 득과 실을 따졌을 때 득이 더 클 수 있다고 배웠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에 대해서는 반론의 가능성에 대해서조차 전혀 들어본 바가 없다. 혹시 최신 지견이 반영되어 트랜드가 바뀐 건 아닐까 싶어 아내에게 물어보니 어디서 이상한 책 읽고 와서 자기를 헷갈리게 하느냐며 구박을 준다.
자, 그럼 이 쯤에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수 십 개의 근거를 동원해 무지 복잡하게 주장하고 있는 바를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하는데 까지 해보자.
우선 콜레스테롤이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질환)의 ‘주범’인가? 이 책에서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여러 가지 위험요인 중 한 가지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주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심장병 발생 위험이 올라간다는 설은 심장병에 관해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연구 중 하나인 프래밍험 연구 에서 1960년대 초반에 언급되면서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수행된 다른 대규모 연구들에서는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없었거나 이와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수없이 많았고, 이런 결과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수의 의학논문에도 많이 실렸다. 심지어 프래밍험 연구에서조차 이후 분석한 결과는 처음과 달랐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반된 연구 결과들로 인해 1960년대 이후로 콜레스테롤이 심장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중요 위험요인 중의 하나로, 더 나아가 ‘주범’으로 공식적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심장협회, 미국국립심폐혈액연구소 등 심장병과 관련된 미국 내 주요 학술기관과 미상원영양문제특별위원회(소위 맥거번 위원회)라고 하는 정부 위원회가 이 입장을 지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하나의 가설이 진실로 둔갑한 것이다.
사람들은 학자들의 집단인 학술기관의 결정이 매우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학술기관의 결정은 일차적으로 그 학술기관 구성원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한다. 과학과 객관과 중립은 그것을 포장하기 위한 부차적인 것이다. 두 가지가 일치하면 다행이겠지만 일치하지 않을 경우 당연히 후자가 훼손된다. 병을 치료하는 것이 돈이 되고, 의사라는 타이틀이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의사들은 항상 더 많은 사람들이 환자가 되기를 원하는 강력한 동기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 의사들의 모임인 의학 관련 학술기관은 당연히 그런 동기에 기반을 둔 결정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술기관은 자신들의 결정사항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할 목적으로 국가를 끌어들이고, 국가는 국민들의 몸을 보다 적극적으로 통제할 목적으로 여기에 조응한다. 심장병과 관련된 미국 내 주요 학술기관에서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주범’이라는
(사진=메디컬투데이)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얼마 후 미국 정부는 ‘미상원영양문제특별위원회’를 통해 이 입장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보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콜레스테롤교육프로그램(NCEP)이라는 것을 만들어 콜레스테롤 관리지침을 내리고 전국적인 교육활동에 돌입한다. 현재 국내 의료계에서도 ‘한국 국민’의 콜레스테롤 관리에 있어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콜레스테롤교육프로그램(NCEP)의 지침을 매우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주범’이 되자 미국에서만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고지혈증 환자’가 되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 뒤로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적정 콜레스테롤’ 기준은 계속 낮아져왔다. 이는 고혈압과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수 백 만 명의 환자들이 다시 추가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지금은 심장병과는 전혀 무관한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콜레스테롤 검사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의사들과 국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아니 요즘은 그보다 더 위에 존재하는 제약회사가 있다.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스타틴이라고 불리는 계열의 약들이 있는데, 연간 매출이 수백억 달러라고 한다. 세계에서 단일 성분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열 개 중에서 최소한 두 세 개가 스타틴 계열의 약으로, 단일 제품의 연간 매출이 수십억 달러라고 한다. 이들 제약회사들이 콜레스테롤을 심장병의 ‘주범’으로 몰아가는데 얼마나 열과 성을 다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여기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주범’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험요인’ 중의 하나라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그래서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제대로 답을 하려면 콜레스테롤에 대해 좀 알아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실제로는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이고, 지방을 소화시키는 담즙, 우리 몸의 뼈 대사를 관장하는 비타민 D, 우리 몸의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각종 호르몬(스트레스 호르몬, 성호르몬)을 합성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이렇게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는 보통 필요한 양의 2/3는 간에서 직접 합성하고 나머지 1/3을 음식을 통해 섭취한다.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서 우리 몸 안에서 여러 원인에 의해 조직 손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심장병을 유발하는 죽상경화라는 것이 단순히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에 가해지는 물리적 스트레스와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혈관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 콜레스테롤이 동원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이라면 우리 몸에 있는 대부분의 혈관에 죽상경화가 발생해야 하는데, 실제 죽상경화는 혈관이 구부러지거나 갈라져 혈류가 요동칠 수 있는 특정 부위에 잘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죽상경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몸 속에 염증성 변화가 있을 때 증가하는 C반응단백질(CRP)이 심장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고, 스타틴계 약물이 심장병 위험을 다소 낮추는 것 역시 이 염증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침입하였을 때, 이를 막기 위해 백혈구가 동원되어 백혈구 수치가 올라갔는데 백혈구를 감염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낮추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어떤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 동원된 콜레스테롤을 심장병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낮추기 위해 애를 쓰는 것 역시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사진=메디컬투데이)
콜레스테롤과 심장병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한 여러 연구에서 콜레스테롤이 상당히 낮은 경우에는 심장병 발생은 다소 줄어들지만 뇌출혈, 각종 암 등의 발생률이 증가해서 전체적인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가 보고된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작년 9월 일본지질영양학회에서는 이런 점을 근거로 들어 “콜레스테롤이 높아야 장수한다”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만약 이게 진실에 가깝다면 지금까지 약물에 의해 강제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행위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오히려 죽음으로 몰아간 것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이반 일리히의 [병원이 병을 만든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고혈압과 당뇨병과 비교했을 때 특히 그러한데,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해서는 낮은 혈압과 저혈당에 대한 의학적 기준이 존재한다. 의사들도 그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고 사람들에게 충분히 경고하므로 보통 사람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의 경우 낮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의학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짓인가. 뿐만 아니다. 혈압약, 당뇨약과 비교했을 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은 상대적으로 심각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주범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논란이 그것을 확실히 잠재울만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하게 사라져 의과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전혀 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의과대학 시절부터 배웠던, 과학적 근거가 충분할 것이라고 믿고 있던 모든 의학 지식들이 사실은 전혀 근거 없는 하나의 가설(누군가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 만약에 정말 이게 사기라면, 비록 더 거대한 사기집단들에게 당한 것이긴 하지만 나 역시 그 집단의 일부였으므로 책임을 면할 수 없으리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고민스럽다. 당장 내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 만나서 상담을 해야 하는데. 이미 콜레스테롤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존에 심장병이 있어서 먹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먹기 시작한 것인지, 먹기 시작할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얼마고 지금은 얼마인지, 심장병에 대한 다른 위험 요인은 없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서 약을 계속 먹는 게 좋을지 중단하는 것이 좋을지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약을 먹고 있지 않으면서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이라면 현재 수치가 어느 정도 인지, 심장병에 대한 다른 위험 요인은 없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등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약 복용 시 득과 실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뭐, 결론은 그 때 그 때 다르다는 거다.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사기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의사는 그저 조언자로서 충분하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
나가기 전에 또 한마디. 이 책의 또 다른 핵심적인 주장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2/3를 간에서 직접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많이 먹으면 적게 만들고, 적게 먹으면 많이 만들어 내므로)과 포화지방 섭취 역시 혈중 콜레스테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몸에 이롭다는 것, 다중불포화지방산(식물성 기름)이 산화된 형태(튀기는 등의 조리과정을 통해서)가 몸에 가장 해롭다는 것 등이다.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폴링요법(비타민C와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과 프롤린을 섭취하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약간 맥락이 다르고 나도 잘 모르니까 그냥 저자의 주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 한마디가 또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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