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2월ㅣ문화읽기] – 책을 통해 들여다 본 삼성

일터기사

책을 통해 들여다 본 삼성

한노보연 소장 김 정 수

지난 1월 말, 환경단체 그린피스 스위스 지부와 시민단체 ‘베른선언’이 주관하여 세계에서 가장 나쁜 기업을 뽑는 ‘퍼블릭 아이 어워드’(the Public Eye Awards)에서 삼성이 1만9천여표를 받아 3위를 차지했다.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이들이 삼성에게 영예의 1위를 안겨주고자 동분서주하였으나, 세계에 나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타깝게도 3위에 머물렀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에게는 좀 아쉽겠지만, 그래도 삼성의 진면목을 전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악명으로도 세계 1위에 도전하고자 하는 글로벌 삼성의 악행에 대해 전세계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혹시 외국에 나가면 외국인들이 삼성이 왜 그렇게 나쁜 기업이냐고 물어오지 않을까? 그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삼성이 그 동안 저질러온 악행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할터, 삼성이 어떻게 ‘퍼블릭 아이 어워드’(the Public Eye Awards)에서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그 내막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책들이 몇 권 있어 소개할까 한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 저 : 희정, 출판사 : 아카이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각종 희귀질환에 걸려 죽거나 투병중인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이들과 남은 가족, 생사를 넘나들며 투병 중인 이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읽어 본 여러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에 읽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기도 모르게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민망해질 수 있다고. 특히 이들의 부모님들이 전하는 얘기를 들을 때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가 정말 힘들다. 부모 잘못 만나 남들 다가는 대학에 못 보낸 것도 미안한데, 대기업 삼성에 취직했다고 좋아하고 어깨 으쓱거렸는데, 화장실도 맘대로 못가고 하루 12시간씩 맞교대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도 몰랐는데, 각종 화학물질을 온몸에 뒤집어쓰면서 일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남들보다 많은 월급이 그저 삼성이 좋은 회사라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스물 셋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저 세상으로 먼저 가버린 딸, 스물 여섯 혈기왕성한 나이에 공장 기숙사에서 몸을 던져 저 세상으로 먼저 가버린 아들, 머리 속에 종양이 생겨 수술 후유증으로 평생 자기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없게 돼 버린 딸. 그런 딸과 아들들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님들.

그들이 바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의 모습이다. 이제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것만 150여명이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삼성을 생각한다

▶ 저 : 김용철, 출판사 : 사회평론

삼성의 비자금 조성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이 삼성에 입사하게 된 계기, 삼성에서 자신이 한 일, 삼성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 삼성을 퇴사하고 비자금 조성 비리를 폭로하게 된 경위, 검찰 조사와 삼성 특검 과정, 삼성의 사회 고위층에 대한 로비 등을 정리한 책으로 일종의 ‘삼성 비리 백과사전’이다.

특수부 검사로 지내던 그가 검사를 그만두고 삼성에 들어가 삼성 내에서도 최고의 실세라는 구조본 재무팀에 들어가고, 그만두고 나와서 변호사로 지내다가, 결국 내부 고발자가 되기까지, 책의 주제는 어둡고 무겁지만, 책 자체는 마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 재밌다.

삼성에 대한 그의 진술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삼성의 비자금, 정치인, 관료, 법조인, 언론인 등 소위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미치는 삼성의 영향, 삼성 내에서 이건희의 권력, 삼성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 등. 한국을 대표하는 초국적 기업 삼성, 그에 직접적으로 메스를 가하지 않는 한, 정치권력이 어떻게 바뀌든, 설사 진보정당이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면에서 삼성의 만행에 직접 칼을 겨누고 있는 반올림의 활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고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한편, 몇 가지 의문점과 아쉬운 점은 있다. 김용철 변호사 본인은 삼성에 들어가기로 맘 먹었을 때까지만 해도 삼성이 그런 곳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업, 금융 비리를 주로 수사해 온 특수부 검사 출신 인사의 발언치고는 좀 옹색해 보인다. 또 자신이 삼성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삼성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입사했는데, 삼성에서 시켰다는 것이다. 삼성이 그럴 줄 몰랐을까? 삼성이 어떤 곳인지 정말 몰랐을까? 삼성이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삼성이 자신을 어떻게 활용하려고 자신을 선택한 것인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보다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 정도 일 줄은 몰랐다.”는 멘트가 더 솔직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의문점과 아쉬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의 행위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록 애초에 그와 신부님들이 원했던 바를 달성하지는 못하였으나, 사람들은 삼성에 대해 보다 잘 알게 되었고, 보다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개혁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두 전 대통령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해 주고, 앞으로 개혁 세력이 다시 집권할 경우에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무엇에 더욱 매진해야 할 지 구체적인 과제를 던져 주었다.

굿바이 삼성

▶ 저 : 김상봉 등, 출판사 : 꾸리에

김상봉 교수(전남대 철학과)를 비롯하여 조국 교수, 우석훈 씨 등 여러 진보인사들이 쓴 삼성과 관련된 기고문을 엮은 책이다. 삼성에 비판적인 글을 소위 진보적이라고 하는 경향, 한겨례와 같은 일간지에서조차 거부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감상봉 교수가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되었고 여러 진보인사들의 글들이 잇달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글들을 엮은 책이다.

다양한 필자들의 글을 엮은 책이니 만큼 삼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다소 산만하다는 단점도 동시에 지닌 책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삼성불매운동”에 대한 김상봉 교수의 글이다. “삼성불매운동”이라는 것이 사회과학적으로, 혹은 사회운동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상봉 교수의 마지막 한마디에는 상당한 울림이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 반드시 자기를 같이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가장 큰 일을 하려는 자 가장 작은 일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뜻으로 함석헌이 말했다. “나 속의 착취자 압박자를 없애라. 그러면 밖에 있는 반대자가 자연 없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불매운동이란 세상을 바꾸는 동시에 나를 바꾸는 운동이다.”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하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폰 4S와 삼성 갤럭시 노트 사이에서 갈등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폰 4S로 결정했다. 비록 사소하고 작은 선택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동시에 나를 바꾸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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