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월/만나고싶었습니다]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일터기사

[만나고 싶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편집실 박지선

7월 끄트머리 즈음 되었을까. 비가 무던히도 내리던 날, 울산구치소에서 구속투쟁을 하고 계시는 세 분의 동지를 뵈러 울산으로 향했다. 아직 이사 중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민투위) 사무실에는, 컴퓨터마다 동지들의 구속당시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번뜩이고, 물건들마다 손때 묻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남은 동지들.
민투위 동지들은 매일의 소식과 투쟁속보를 들고 면회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손덕헌 노동보건부장은 아직도 몸이 많이 불편하신 상태라고 한다. 부인되시는 분은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아픈 사람 치료조차 해주지 않는다’면서 걱정뿐이다. 면회가 시작되자, 그 짧은 동안에 안의 동지와 바깥의 동지들은 쉴 새 없이 근황과 생각들을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김태곤 의장은 면회 끝에 멋쩍은 웃음을 붙였다. “우리 안사람 보거든 미안하다고 좀 전해줘요.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아무 것도 못해주게 되서…”
서울로 올라와, 민투위 성원이자 요양자이신 동지에게 어렵게 노동형제들을 대상으로 한 편지글을 청탁드렸다. 요양 중임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작성해주신 소중한 편지를 전국의 노동자와, 독자와 함께 하고자 한다.

전국 노동 형제들의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 노동건강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시는 동지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90년 10월 자동차 입사하여, 3공장 의장 부서에 일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공장 내 그 누구도 일하기 꺼려하고 기회와 연줄만 된다면 언제라도 타부서로 전출가고 싶어하는 콤베어맨 조립라인 트림에 13년차 일했습니다. 매일 매시 시계의 초에 매달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주,야 8시간 잔업 2시간 토요 철야특근, 같은 작업을 반복 또 반복하며 한시라도 작업장에서 떠날 수 없는 작업조건이었습니다. 화장실이라도 갈려하면 조, 반장 호출 벨을 돌려 언제오나 목 빠지게 기다려야 되고 찡그린 조, 반장 얼굴 생각하면 담배 한 까치 제대로 피지 못하고 작업장으로 뛰어와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실질 생계비 충당을 위하여 장시간 노동을 하고, 골병 들어가는 몸을 자신도 모르고 일을 하므로 아픈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병을 악화시켜 평생 골병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입니다. 안정된 직장, 평생 일터라고 생각하여 입사하였습니다. 하지만 98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더 이상 안정된 직장이란 인식은 한 순간에 바뀌어졌고, 젊음을 바쳐 일 하였는데 하루아침에 짤려 나가는 주위의 동지들을 보며 자본은 이익을 위해 언제라도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고,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한낱 기계 부품으로 여기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집단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왼팔과 목이 일을 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저려오고 통증이 계속 되었습니다. 병명은 근막통증후군(양측승모근), 좌측주관절 외상과염, 제2수지건염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막상 요양 신청을 하려하니 제 주위동료들도 저보다 더 많이 아프고, 비슷한 증상인 동료가 있었습니다. 전원이 집단요양투쟁을 하지 못하고 몇 명만 신청하는 것이 죄송스럽게 느껴졌습니다. 32명이 요양 신청을 하였으나 사측의 회유협박을 받아 중도에 4명이 포기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많은 어려움을 느꼈으나, 끈질기고 강도 높은 근로복지공단 지사타격투쟁으로 28명 전원이 요양 승인을 받았을 땐 정말 기뻤습니다. 물론 가족들도 기쁨을 같이 하고요. 이제는 부담없이 병원치료도 하고, 생계비도 받으니까요. 하지만 투쟁 과정으로 인한 더러운 자본의 하수인인 근로복지공단이 자신들의 잘못은 뒤로한 채, 당당하게 앞장선 10명의 동지들에 대한 고소고발로 3명 동지들이 구속되어 옥고를 치르고 있습니다. 더더욱 억울한 것은 노동보건부장인 손덕헌 동지는 우리들보다 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담당의사의 소견으로 당장 치료를 하지 않을 시 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법원과 구치소에 전달되었으나, 현재 치료도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돈 많은 자본가 정치인 놈들은 죄 짓고도 구속되지 않고, 구속된다 해도 병명을 만들어 보석으로 풀어주면서, 죄 없고 일하다 골병 든 우리의 손동지는 왜 석방될 수 없는지 정말 억울할 뿐입니다.

저는 평조합원으로 생활하였으나 98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소위원활동을 시작으로 조직에 가입하였습니다. 민투위는 계급적이고 비타협적이고, 가장 전투적인 조직이기에 작은 힘이나마 같이하며 어떤 투쟁이건 내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승리는 염원에서 그칠 것 같았습니다. 또한, 민투위가 근골격계 투쟁에서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동지들도 같이 포함시켜 투쟁하였다는 점은 잘한 판단이고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28명 전원이 승인 받았을 때 비정규직 동지의 절규한 말이 생각납니다. 아파도 하청이라는 위치 때문에 말도 못하고, 하소연도 할 수 없이 일하여 왔는데, 민투위의 투쟁으로 ‘나도 산재승인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눈물로 이야기하는 모습. 정말 가슴 한 구석 뭉클함을 느꼈으며 정규직의 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옥고를 치르고 계시는 김태곤 의장동지, 손덕헌동지, 김성민동지를 생각하면 죄송스럽고 미안스러울 뿐입니다. 건강에 유념하셨으면 좋겠고, 법정에서 법관들에게 근골격계 교육시키고, 노동자의 현실을 당당하게 설명하시는 모습들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민투위의 근골격계 투쟁이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진행되었다고 봅니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요양치료를 받아야 될 것이고, 근골격계 질환 원인이 노동강도 강화에 비롯되므로,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과 실질 임금 확보 투쟁으로 건강권을 확보해 나가야 될 것입니다. 짧은 글, 두서없이 적은 것 같습니다…(하략)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 요양자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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