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월]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일터기사

[연구소리포트]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실장 김정수

들어가며

최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대량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진행된 많은 연구들은 주로 국내 비정규직의 현황과 노동조건에 집중되어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과정이 정규직과 어떻게 다르고, 그 과정에서 어떤 건강장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었다. 이 연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과정, 그것들이 건강장해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기획되었다.

이미 비정규직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보편화되고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연구는 조선업·건설업·철도산업에서의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였고 이 글은 그 중 철도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연구 결과의 일부이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과정, 건강장해 위험요인에 대한 파악은 주로 문헌고찰과 비정규직 노동자 면접을 통해 이루어졌고, 건강실태는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설문조사는 철도 직접계약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과, 정규직과의 비교를 위해 각 사무소(또는 지역관리역)별로 동일 연령대의 정규직 동수에 대해 실시하였다.

철도산업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증가

철도청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였고, 상업주의적 관리전략 도입과 인력합리화가 이루어지면서 정규직 감원이 시작되었다. 정규직 감원은 비정규직 도입으로 이어졌고 기존 사업의 일부와 신규사업에 대한 외주화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철도산업에서 외주화는 이미 70년대부터 차량청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각 직종별로 이미 폭넓게 진행된 편이며 한시적 물량은 물론이고 상시업무에도 다양하게 들어와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고속철도 여승무원을 철도 외주업체인 홍익회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 결과 철도산업은 그림1과 같은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고용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철도산업 내에 비정규직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각 사무소 및 정비창에 직접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과 외주·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비정규직이 대표적이다. 외주·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비정규직의 경우 접근 자체가 매우 어려워 이 연구는 각 사무소 및 정비창에 직접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상태

사회경제적 상태는 ‘비정규직화’와 상호 작용을 한다. 즉 열악한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거나 역으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열악한 사회경제적 상태에 처하게 된다. 이런 사회경제적 상태는 해당 노동자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건강과 관련된 행태(예를 들어 병원 이용률)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간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가계소득, 결혼상태, 학력상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간 본인소득의 차이가 20대의 경우 2배에서 50대 이상의 경우 4배까지 차이가 났다. 그런데 연간 가계소득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이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역으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20대의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연간 가계소득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50대 이상의 경우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양상을 보이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에 비해 가계소득에 기여하는 바가 작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경우 본인 이외의 가족 중에 소득원이 있는 경우가 33%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은 두 배에 가까운 59%로 조사되었다. 즉 가계소득에 기여하는 바가 큰 정규직의 경우 연령에 따라 본인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계소득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둘째 비정규직에서 본인의 연간소득은 연령이 증가하더라도 변하지 않으면서 본인 이외에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적어지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결혼상태를 연령별로 비교해 보았을 때, 일반적인 결혼 적령기를 넘긴 30대의 경우 정규직은 27%가 미혼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50%이상이 미혼이었다. 또한 40대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에서는 동거/이혼/별거/사별의 비율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개인의 결혼상태를 포함한 가정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력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정규직 노동자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모든 연령대에서, 성별에 따라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학력에 의한 차별이 정규직으로의 진입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요 건강관련지표

근골격계 질환 증상유병률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노동자의 근속기간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는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20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근무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높은 정도의 증상유병율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비정규직의 노동강도가 세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직무스트레스의 경우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직무요구도는 다소 낮고 직무자율성은 현저히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비정규직에서 karasek 모형에 따른 수동적 집단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양상은 지역사무소에서 극단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즉 지역사무소 소속 비정규직의 경우 매우 수동적인 직무수행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또한 직장 내에서 개별화·고립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오며

본 연구에 따르면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1/2~1/4에 해당하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낮은 직무요구도와 낮은 직무자율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대단히 수동적인 특성을 띄고 있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수동적인 직무수행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게 하여, 각종 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증상 등 각종 건강장해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특히 지역사무소 소속 비정규직의 경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건강장해가 발생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병원에 갈 시간이 없거나,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병원을 가지 못하거나, 진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 진료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임금과 직무내용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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