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월] 여가나누기 – 현장에서 즐기는 스포츠-족구

일터기사

[여가나누기]

현장에서 즐기는 스포츠-족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장 황운하

뜨거운 여름 점심 식사 후 축구공 하나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주변에서는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족구 경기가 더위도 잊은 채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해질 무렵에 퇴근할 때까지 노동자들에게는 여가선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는 다는 것은,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장의 여건상 힘든 일이다. 그러나 맛난 점심 식사 후 벌어지는 족구 시합은 경기를 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관전을 하는 다른 동료들에게까지도 웃음을 선사하는, 현장에서 즐기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운동을 잘하는 동료가 있으면 잘못하는 동료도 있기 마련. 일명 2부 리그로 불리는 선수들은 1부 리그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면 옆 귀퉁이에서 연습을 한다. 연습부터 예사롭지 않은 2부 리그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면 수많은 관중들이 웃으며 관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특별히 현장에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적은, 아니 자동화와 개별 작업으로 옆의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노동자들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한 족구 경기는 많은 웃음과 대화의 장을 선사한다.

일명 선수들이라고 칭하는 동료들의 족구시합은 축구공이 몇 미터씩 하늘로 떠오르고 뒤에서 수비를 하는 선수들은 열심히 달려가며 공을 머리고 받고 다리로 받고 심지어는 ‘오버헤드킥’이라는 어려운 기술도 보여준다. 경기가 고조되어 선수들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줄기가 젖어 들어가면 구경하는 관중들의 시선은 더욱 축구공에 고정된다. 공격수의 발에서 빵빵 소리가 울리고 상대편의 수비는 바람돌이처럼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 공을 받아내고, 다시 공격이 이루어지기를 수회, 1점이라는 점수를 내기 위해 상호간에 신비에 가까운 공격과 수비가 벌어지면 관중들의 탄성과 함성은 선수들의 사기를 한층 높여준다.(간혹 상대방을 심하게 응원을 하고 있을 경우, 경기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선수도 생긴다.) 20여분 동안 열심히 경기를 선보인 선수들은 경기 당 1,000원에서 2,000원 가량을 내기로 걸고 그 돈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그 돈은 모두 음료수 값으로 사라지며 구경꾼들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오히려 이긴 팀이 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1부 리그 선수들의 경기가 마무리되면 소위 2진으로 표현되는 선수들이 족구장에 나타나고 서로 선수들 선발에 신경전을 벌인다.(서로들 못하기에 조금이라도 잘하는 선수들을 섭외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는 것) 서로간의 신경전 끝에 팀이 정해지고 축구공이 하늘을 가르면 상대방은 앞의 경기와는 다르게 온몸으로 공을 받지만 공은 의지와는 다르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관중들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옆을 선수가 달려들어 공쪽으로 따라가지만 역부족. 주변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선수들도 자신들이 실력에 한바탕 웃는다. 계속되는 경기 속에 서로 욕설도 하고 위로도 하지만, 경기는 1부 리그 선수들의 경기보다 아기자기하고 즐겁기 이를 데 없다. 경기는 길어봐야 10분을 넘기지 못하지만 구경하는 관중들과 선수들이 서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서로 승부에는 관심이 없다. 경기가 끝난 후 서로 웃으며 음료수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가는 동안 동료들간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하루 1시간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즐기는 족구경기는 노동자 스포츠의 대명사일 것이다. 모든 사업장에서 즐겨 하는 운동이며 상호간의 단결력과 조직력을 세울 수 있는 경기라고도 생각된다. 대부분 군시절에 시작하게 되는 족구경기는 이제 전국에 1,000여개가 넘는 동호회가 있을 정도로 많이 발전하였다. 나이와 직책, 짧은 점심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고, 충분하진 않지만 스트레스 해소와 평소 부족한 운동량에도 도움을 주는 족구! 오늘도 노동자들은 뜨거운 현장 아스팔트 바닥에서 공을 하늘 높이 튕기며 족구시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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