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월] 길은 내 앞에 놓여있다

일터기사

[문화마당]

길은 내 앞에 놓여있다
– ‘차별철폐 100일 걷기’에 박수를 보내며

노동자의 힘 황정일

뿜어내는 여름 대지의 열기, 왼발 오른발 한발 한발 내딛을 때의 그 느낌과 속도, 가쁜 숨소리, 스쳐가는 주변 경치들, 오르막길을 오를 땐 녹초가 된다. 이제 곧 죽을 것 같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선 행복해진다. 차별철폐 100일 걷기 참여자들은 이렇게 세상을 열어젖혔다.

그들이 두발과 휠체어로 걸었던 길은 제대로 난 도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만든 길은 인간을 위한 길이 아니기에… 95년 파업취재차 울산 동구에 간 적이 있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의 오른쪽엔 공장이 있고 왼쪽에는 당구장, 술집, 노래방이 100미터마다 반복되는, 마치 흡혈귀 시스템에 의해 인간의 단물이 다 빨아 먹히는 매트릭스의 공간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 공간을 그들이 걸어왔다.

걷기는 이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은 시민들의 걷기로 표현되었고, 프랑스 혁명가인 ‘라마르세예즈’는 ‘걷자’를 수 없이 외쳤다. 하지만 그는 결국 프랑스 국가에 포섭되었다. 1969년 개봉한 영화 ‘이지라이더’에서는 무한자유를 꿈꾸는 두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을 횡단한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의 보수로 상징되는 농민에게 엉뚱한 죽음을 맞이한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라는 선풍을 일으킨 이 영화장르도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그 저항의 힘이 상실되어버렸다.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 때 모 진보후보의 운동원들은 세상을 바꾸는 길이란 몸 벽보를 붙이고 나왔다. 대중들이 그 길을 선택만하면 그 길이 바뀌어 질까? 해방의 길은 해방의 주체가 말하는 것이다. 그 길은 누가 걸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주체들이 걸어야 한다. 느끼면서…

길은 내 앞에 놓여있다. 나는 안다 이 길의 역사를. 오! 해방이여. (변계원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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