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10 지금 지역에서는] 안전한 부산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터기사

구멍 숭숭 항만안전, 안전한 부산항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박시윤 상임활동가

 

지난 9월 28일 부산 지역에서는 ‘안전한 부산항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항만에는 다양한 분야와 직종에 종사하는 항만물류노동자들이 1년 365일 24시간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항은 한국의 전체 항만 중에서 최대 규모이며 2017년부터 2021년 5월까지 12명의 업무상 사고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항에서 산재 사고가 줄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부산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책임 떠미는 사이, 위험에 노출되는 항만노동자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는 ‘항만물류 안전사고 발생 현황과 원인’을 주제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이숙견 상임활동가가 맡았다. 이숙견 활동가는 “항만의 운영 현황은 공영부두, 부두운영회사, 민자부두, 민영부두로 운영되고 있고 그 운영주체는 항만공사와 민간사업자 등 다양한 운영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며 노동자의 안전과 관련한 책임주체가 뚜렷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부산항의 노무공급체계에 대해서는 “항운노조에서 하역사업자, 항만용역업체에 노무를 공급하고 그 외 하역사업자, 용역업체에서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일을 하고 있어 전체 노동자의 안전을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항만하역 작업은 국가의 대외무역과 관련한 물류산업의 일부로 공적 서비스 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공적 업무를 하면서도 안전보건 체계는 갖춰지지 않은 채 일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항만하역작업의 전반적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항만 하역작업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위험하고 취급이 곤란한 화물작업을 취급하고 있으며 다종·다양한 선박, 화물 및 도구와 장비를 사용한 작업 때문에 최적의 안전 작업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외 작업이 대부분이라 기상의 영향과 소음, 악취, 분진 등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높은 노동 강도와 교대작업으로 인한 산업재해의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괄적인 안전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질병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대책마련, 부산항만공사에서 안전보건경영에 있어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제언으로 남겼다.

신속하게 만들어진 항만안전대책과 한계

두 번째 발제는 ‘관할 기관의 안전사고 예방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부산연구원의 손헌일 연구원이 맡았다. 손헌일 연구원은 항만안전대책이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 “2021년 4월 평택항에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사건을 계기로 항만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2021년 7월 5일 해양수산부와 고용노동부에서 ‘항만사업장 특별 안전대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항만사업장 특별 안전대책의 내용은 총괄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컨테이너 안전관리 체계의 개선, 항만 출입자의 안전교육 이수와 안전 장비 착용 의무화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특별 안전대책에 이어 2021년 7월 25일 ‘항만안전특별법’이 제정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노사가 참여하는 항만안전협의체 구성, 하역사업자의 소속노동자 뿐만 아니라 출입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자체 안전관리계획 수립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손헌일 연구원은 앞선 대책에 관해 “이러한 대책과 특별법은 단시간에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그만큼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줄여나가려면 항만안전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조합이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제대로 된 항만안전특별법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후화된 항만장비는 내용연한을 정해 관리해야 함을 제언했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시의 역할

앞선 발제에 이어 토론자들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부산항운노조의 김형진 총무부장은 항만물류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안전보건에 대한 법과 매뉴얼도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사업주와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감독기관의 문제를 지적했다.

부산항만공사의 구도형 재난안전실 부장은 부산항만공사에서는 2019년부터 재난안전 전담 부설을 설치하는 등 전체적인 부두운영사의 안전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 전체의 안전수준을 높이려고 해도 각각의 사업주 입장에서는 권고의 수준이기 때문에 수용이 잘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음을 공유하였고, 항만안전특별법이 제정되면 부산항만공사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음을 전했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도용회 위원장은 부산시에서도 항만의 운영주체로서 안전관리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는 부산광역시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조례와 지킴이단 활동 등에서도 항만안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항만사고, 각 주체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

안전을 책임져야 할 조직을 뚜렷하게 알 수 없는 다중화 된 계약 구조와 노후화된 장비, 안전보건체계의 부재 등이 맞물려 많은 산재사고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했지만 여전히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는 등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산항운노조 이윤태 위원장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법 제정,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노동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각 주체단위에서 고민하여 실천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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