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11 연구리포트]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조건, 건강실태 연구

일터기사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조건, 건강실태 연구

김형렬 회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미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많은 노동자들의 증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많은 부분이 알려져 왔다. 특히 올 여름 35도가 넘는 높은 새벽 온도에 탈진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5-6일 연속해서 야간노동을 해야 하고,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하던 UPH를 이용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핸드폰 반입을 금지하고, 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부족한 휴게 공간, 90% 이상이 일용직과 계약직으로 채워져 있는 고용조건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번 연구는 ‘쿠팡물류대응 연구팀’에서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진행했다. 노동조건, 건강상태를 묻는 설문과 심박수를 이용한 노동강도를 평가하는 연구를 함께 실시했다. 설문문항은 고용형태, 근무기간, 근무장소, 하루 노동시간, 한 달 근무일, 여유율, 출퇴근시간, 노동강도, 근골격계질환 위험 환경 (중량물취급, 반복작업, 작업자세), 근무형태 (야간노동), 일반적 건강문제 (업무요인), 정신건강, 수면장애, 직장내 폭력 경험, 작업환경위험 (먼지, 배기가스, 더위, 추위, 중량물취급 등), 안전 위험, 사고 경험, 사고 처리, 화장실 이용, 인권침해 상황 등을 물었다. 쿠팡 물류노동자들이 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기에 가능한 다수의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노동자들에 대한 접근에 한계가 많았다. 노동조합을 통해 설문참여를 위한 다양한 홍보를 진행했고, 홍보물 제작·SNS를 통한 참여 독려를 했다. 총 35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1. 설문참여자 일반적 특성, 고용형태, 근무지와 근무경력

설문참여자 중 여성이 192명으로 54%였고, 20대·30대가 64%를 차지했다. 근무지는 고양, 동탄, 부천, 인천 등 메가 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74.4%였다. 설문참여자들의 고용형태는 일용직이 57.3%, 3개월 계약직이 6.2%, 9개월 계약직이 11.8%, 12개월 계약직이 14.9%,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이 9.3%였다. 계약직은 평균 근무기간이 21개월이었고, 일용직은 14개월이었다. 설문참여자들은 주로 입고, 집품, 포장 공정에서 근무했다.

 

2. 근무일, 노동시간, 야간노동

설문참여자들 중 계약직은 한 달 기준 평균 21일, 일용직은 평균 12.5일 일했다. 계약직은 일주일에 5일 일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았고, 일용직은 2일부터 4일까지 다양하게 일했다. 초과 연장근무를 하는 날이 한달 평균 6.9일 정도였고, 하루 평균 실제 근무시간은 8.7시간 정도였다. 휴식시간은 대부분 식사시간 1시간이 전부였다.

설문참여자 중에 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37.1%, 오후조 근무(오후 4-6시에 출근하여 새벽 2-4시에 퇴근 하는 형태)가 52.8%, 심야조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9%였다. 오후조부터는 야간노동을 상시로 하는 근무형태다. 현재 쿠팡물류센터에서는 교대근무가 이루어지지 않고, 고정된 형태로 야간노동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일주일에 5일, 6일을 연속해서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다수 있는 구조였다. 오후조와 심야조 같은 야간노동을 고정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제적인 이유라고 답한 비율이 82%를 차지했다. 반대로 주간근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건강문제를 고려했다는 답변이 65%로 나타나,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 건강의 문제가 있음에도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3. 노동강도, 작업환경

주관적 작업강도를 묻는 질문에 전체 73.2%가 빨리 걷는 수준의 힘듦 이상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28.4%는 100미터 달리기 수준의 작업 강도로 일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작업환경과 관련해서는,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추위, 더위 노출, 중량물 취급, 먼지 노출, 장시간 노동, 부족한 휴게 공간 등의 문제가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작업환경 요인이라고 답변했다.

 

4. 건강상태

쿠팡물류 노동자들의 건강수준은 전반적으로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질환, 우울감, 불안감, 청력, 피부, 두통, 손상 등 전반에 걸쳐서 문제가 있었는데, 다른 일반노동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으로 건강상태를 물었던 근로환경조사 결과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은 육체적 부담 작업이 높은 단순노무 종사자들과 비교하여도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수준도 일반적인 수준보다 현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인 추가 조사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5. 사고 경험과 처리, 기타

설문 참여자의 17.7%에 해당하는 63명이 지난 1년 동안 업무 중 사고 경험이 있었다고 답변했고, 이들 중 산재 처리를 한 노동자는 2명뿐이었다. 산재 은폐 정도가 상당한 수준임을 의심해 볼 수 있고, 실제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여 치료해 준 사례도 9명이었고, 21명은 자비 부담으로 치료를 했다고 답변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산재 사고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요인과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안전교육 역시 미흡했다. 또한 휴게 공간이 부족하여 복도나 흡연실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개인 핸드폰 사용을 제한하는 인권침해적인 요소, 업무속도 관련 압박 등의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실 이용에 대한 제한, 화장실 이용에 대한 어려움으로 수분섭취를 제한하는 경우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6. 심박수를 이용한 노동강도 평가

안정 시 심박수와 노동을 할 때 심박수를 이용하여, 최대허용 노동시간을 산정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13명의 대상자가 실시하였는데, 이중 충분한 기간 동안 평가가 이루어진 7명을 대상으로 14일 이상 측정한 값을 평가했다. 대다수에서 최대 허용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을 정도의 높은 노동강도를 나타냈다. 객관적인 노동강도 평가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노동강도가 확인되었다.

 

결론

쿠팡 물류 노동자들이 위험 수준의 근골격계질환,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의 정신건강, 수면장애 등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노동자들의 건강수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된 연구의 결과만 놓고도 당장의 개선을 요구해야 할 다수의 사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속 야간노동과 고정 야간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새벽 배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혹여 새벽 노동이 불가피하면, 고용형태 개선과 함께 야간노동이 교대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충분한 인력 고용을 통해 노동강도를 낮추고,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근무환경 개선과 극도의 중량물 취급 환경을 개선할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쿠팡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물류산업 전반에 대한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조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산업이 불편한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방식이라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우리 사회가 공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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