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2-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자동차 주행시험 및 엔진연료시험 공정에서 발생한 폐암

일터기사

[일터 2022-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자동차 주행시험 및 엔진연료시험 공정에서 발생한 폐암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H는 1988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가량 자동차 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중 2019년 10월 원발성 폐암(선암, pT3N2M0, Stage ⅢB)을 진단받았다. H는 1988년부터 2010년까지 21년가량 차량종합평가(주행평가, 차량 점검, 정비)를 수행하였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가량 엔진연료시험(연료탱크의 교환 작업, 연료 주입성 시험, 엔진오일 안정성 검사) 업무를 담당하였다.

폐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은 직업성·환경성 발암물질에 의해 특정 암 유발 억제 유전자를 불활성화시키는 염색체 물질이 소실되거나, 발암 유전자의 활성화 등 유전적 이상이 유발되어 세포 증식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아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의 분류에 따르면, 인체에서 발암성이 확실한 폐암 발암물질은 흡연(1986년), 비소 및 그 화합물(1987년), 석면(1987년), 라돈 붕
괴물질(1988년), 니켈 화합물(1990년), 6가 크롬(1990년), 베릴륨과 그 화합물(1993년), 카드뮴과 그 화합물(1993년), 결정형 유리규산(1997년), 다핵방향족 탄화수소가 포함되어 있는 디젤엔진 연소물질(2012년), 용접흄(2018년) 등이다. H는 자신이 30년가량 자동차 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디젤엔진 연소물질,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장기간 노출되었던 작업환경적 요인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2020년 3월 요양신청을 제기하였고,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를 거쳐 1년 10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다.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는 “초기 21년 5개월 동안 시험 차량에 대한 주행업무를 하면서 폐암 발암물질인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고, 후기 9년 5개월 동안 하였던 엔진연료시험 업무 중 일부 엔진오일과 관련한 안정성 시험을 하면서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추가로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단하였다. 엔진연료시험 작업이 실내에서 이루어져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시험실 내에서 상시적인 연료 주입과 배출 작업이 있다 하더라도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노출수준은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되고, 주요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벤젠과 톨루엔, 포름알데히드는 폐암 발암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H가 입사 초기부터 21년가량 담당하였던 차량종합 평가 업무 중 차량주행 업무는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대한 시험 주행을 하는 것이었는데, 경유 차량을 운행하면서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직접 노출될 수 있었던 부분에 주목하였다. 시험 주행 때는 노면이 비포장부터 고속 상태까지 모든 노면을 시험하고, 변속의 정도가 일반 운행보다 훨씬 자주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가혹한 주행 환경까지 운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험 주행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차량의 주행보다 높은 수준의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전체 시험 차량 중 경유 차량이 절반가량이었고, 하루 주행시간이 6.5시간으로 많았던 상황, 국내의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현황을 참고하면, 1996년 1월 1일부터 적용되었던 입자상물질(Particulate Matter, PM)에 대한 배출 허용 기준이 2009년 및 2014년 적용되었던 EURO-5 및 EURO-6 기준의 각각 45배 및 90배로 규제되어 최근에 들어서야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된 점 등을 고려하여 배출가스 규제가
거의 없었던 경유 차량을 운행하며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보다 많이 노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엔진연료시험 중 엔진오일의 공급과 관련한 안정성 시험 등 공회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동을 켠 채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작업의 빈도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경유 차량을 공회전 하는 경우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추가로 노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폐암 사건의 경우 각 공정별 업무수행 내역, 노출 기간, 업무시간 중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비중, 작업환경의 변화 과정 등 H가 자동차 연구원에서 30년가량 수행한 전체 업무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작업환경측정 자료, 공정별 사진, 작업환경 변화 내역 등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을 하며, 관련 담당자나 재해자와 면담을 하거나 관련 연구 자료를 토대로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1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H의 폐암은 호전되다가 재발되며 악화되었고,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휴직, 병가 등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으로 휴업과 복귀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사건을 대리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 재해자의 불안과 걱정을 달래어주고, 기다림에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업무가 재해경위서 작성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상병상태가 악화되는 경우에는 그 기다림은 재해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느껴진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다는 결과를 듣고 한없이 들뜬 목소리로 “이제야 살 것 같다”는 말을 반복하던 H의 떨리는 음성을 잊을 수 없다. 공단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전문적인 판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이해되지만 상병에 따라 인정 여부를 보다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적극적이고 구
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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