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 알아보자, LAW동건강]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근로자를 위한 노동위 구제절차 도입

일터기사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근로자를 위한 노동위 구제절차 도입

임혜인 회원, 노무사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이다.” 이달 10일부로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인식과는 달리 구조적 차별의 피해는 계속하여 발생한다. 관심만 있다면 구조적 차별 사례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KB 국민은행의 채용 성차별을 인정했다. KB 국민은행은 여성보다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여 여성 구직자를 탈락시켰다. 신입 직원의 남녀 성비를 7:3 또는 6:4로 맞추라는 암묵적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채용비리를 행한 인사담당자들에게 징역 1년 등의 처벌을 선고하였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93.3%가 여성이며, 남성인 피해자는 6.7%다. 개인적인 성차별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누군가는 구조적 성차별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에 따른 구제절차 신설
구조적 성차별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 5월 19일부터는 개정 남녀고용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이라 한다.) 제26조에 따라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근로자를 위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가 시행된다. 개정법에 따라 앞으로 구직자 및 노동자는 ① 고용상 성차별을 받은 경우, ② 사업주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③ 사업주가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 등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한 경우에 대하여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2022. 5. 19.] [법률 제18178호, 2021. 5. 18., 일부개정]
제26조 (차별적 처우 등의 시정신청)
① 근로자는 사업주로부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차별적 처우 등(이하 “차별적 처우 등”이라 한다)을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법」 제1조에 따른 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원회”라 한다)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차별적 처우 등을 받은 날(제1호 및 제3호에 따른 차별적 처우 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그 종료일)부터 6개월이 지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7조부터 제11조*까지 중 어느 하나를 위반한 행위(이하 “차별적 처우”라 한다)
* 모집·채용, 임금, 교육·승진, 정년·퇴직 등에서의 성차별 금지
2. 제14조 제4항* 또는 제14조의2 제1항**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행위
*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실시
** 성희롱 피해를 입은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상동) 조치 실시
3. 제14조 제6항*을 위반한 불리한 처우 또는 제14조의2 제2항**을 위반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
*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고객의 성적 요구 등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처우 금지

법 개정 이전에도 ① ~ ③의 행위에 대해 벌금 또는 징역의 형사처벌을 내릴 수는 있으나 피해 노동자 권리구제에 취약한 측면이 있었다. 종전 법령에 따르면 사업주에게 고용상 성차별에 따른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사업주가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피해 노동자는 소송을 거쳐 권리를 찾는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은 구조적 성차별로부터 노동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사업주에게 차별 시정, 손해 배상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정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 이용 방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개정법 시행일 이후 발생한 ① ~ ③의 행위를 경험한 노동자라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구제신청이 가능한 기간을 유의해야 한다. 피해 노동자는 차별적 처우 등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신청이 가능하다. 6개월이 넘으면 노동위원회가 아닌 손해배상 등 민사적인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도모해야 한다. 다만, ① 및 ③ 행위의 경우, 해당 행위가 계속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만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면 된다.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상 성차별의 구제 절차 관련 사항을 기간제법 및 파견법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현행 비정규직 차별시정 프로세스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 차별시정의 경우 차별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비교대상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비교대상 근로자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와 구조적 차별의 수혜를 입고 있는 집단의 업무가 얼마나 유사한지 입증해야 한다. 고용상 성차별의 경우 비교대상 근로자는 구조적 차별로 인해 수혜를 입게 되는 성별이 된다. 따라서 피해 노동자는 해당 성별 집단이 누리는 수혜가 어떻게 반대 집단에게 차별을 유발하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다.

내실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한 노력 필요

제도 시행에 앞서 우려가 되는 지점이 있다. 우선 간접차별 피해자에 대한 구제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간접차별을 “중립적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러한 기준이 특정 소수자 집단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야기하는 차별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1) 간접차별의 경우 직접 차별보다 만연한 차별 유형이지만 입증이 매우 까다롭다. 간접차별을 판단하는 데 있어 노동위원회가 적절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다음으로 적절한 구제방안 제시가 어려운 사건이다. 채용상 성차별이 있다고 인정되어도, 피해자에게 면접 기회만 다시 부여할지, 전반적인 채용 절차를 다시 진행할지 등 여러 가지 해결방안 중 적절한 방안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처럼 인사상 시정지시를 하는 것이 난감한 경우, 피해에 대한 배상 조치만 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배상액이 매우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어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노동자가 구조적 차별에 대항할 수 있는 적극적인 수단이 마련된 만큼 내실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한 노동위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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