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월] 철도의 노동 강도 강화와 건강영향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철도의 노동 강도 강화와 건강영향
– 철도 노동자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연구기획실

2003년 가을, 연구소에서는 전국의 철도 노동자 7,776명을 대상으로 건강 실태와 노동 조건을 조사했다. 철도는 민영화를 준비하는 철도청의 지속적인 인력감축 및 노동 강도 강화가 수년 전부터 계속 진행 중인 사업장이다. 또한 운수, 승무, 시설, 전기, 차량 등 직능도 다양하고 근무 형태도 다양하다. 이번 호에서는 조사 결과 중에 노동 강도 강화 실태와 이로 인한 건강실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신자유주의와 철도의 구조조정

철도는 하루걸러 조합원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이다. 1996-2001년 시기에 이루어졌던 7,739명의 인원감축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을 생각하면 오히려 죽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철도의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추진은 공공부문마저 경쟁과 시장의 논리에 편입시키려는 신자유주의 정권과 자본의 의도에 의한 것이다. 1989년 김영삼 정권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철도노조의 투쟁은 많은 구속동지들을 낳았고 현재도 이를 위한 투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철도노동자가 가장 크게 피부로 느끼는 구조조정은 인력감축이다. 96년부터 시작된 본격적 감원 전에도, 철도노동자들은 이미 고질화된 변형근로제와 노동시간의 과중함 등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철도청의 인력감축정책은 ’96년부터 시작된 철도경영개선 5개년 계획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철도산업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청에 고강도 구조조정인 대량인원감축을 실시하였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철도의 만성적자의 누명을 쓰고 7,700여 명이 일터에서 쫓겨났고, 남은 사람들은 피곤해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속근무를 해야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2002년 국정감사 결과, 인력감축을 위해 추진한 업무 외주화 및 일용직 채용은 오히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 밝혀졌다. 일례로, 96년 검수업무와 전철역 대매소화 등 7개 사업부문 외주화하여 459명을 감축하였는데, 이로 인해 절감된 예산이 44억 7천만 원인데 비하여 소요된 비용은 153억 3,500만원으로 무려 3배의 예산을 허비한 것이다.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

지난 3-4년간 철도노동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노동 강도의 정도를 조사하였다. 노동자들은 1997년 이후부터 노동 강도의 강화가 이루어졌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이는 인력감축이 진행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 양상이다. 철도노동자의 업무특성상 부서 및 공정의 통합이나 자동화 같은 유연화 방식보다는 ‘원시적인 형태’인 인력 감축과 시간당 작업량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구조조정 방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하청과 외주의 도입 증가는 노동자간의 경쟁 강화를 통해 조직적 단결력을 저해시키고 고용불안을 매개로 한 현장통제 증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또한 ‘일일 휴식시간 감소 여부’, ‘월 휴식일 수 감소 여부’에 대한 응답에서 ‘예’라고 대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철도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조건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표 1. 노동 강도 변화

무리한 인력 감축은 하여금 부모님 상이 있어도 근무를 하고 나가야 하는 각박한 근무조건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휴가를 사용하면 동료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휴가를 낼 때 동료의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2404명(60.3%)이 아주 많이 동료를 눈치를 본다고 하였으며 전혀 안 본다는 응답은 22명(0.6%)에 불과하였다. 이는 철도노동자의 사회적 건강마저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결과는 대무(代務)라는 왜곡된 노동형태이다. 충분한 예비인력이 없음으로 인해서 2인이 근무하는 분소에서 1인이 긴급한 일이 발생하거나 교육을 받을 경우에 나머지 1인이 계속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형태는 야간노동시간의 절대적 증가를 야기한다. 또한 야간 근무 중 연속해서 쉬는 4시간 또는 5시간의 수면시간 중에도 깨어나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음날 아침에는 다시 근무에 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을 함으로 생기는 만성피로의 누적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달 중에 수면시간에 깨어서 일하게 되는 평균 회수는 7.37회로 나타났으며 이때 한번 깨어서 일하는 시간은 3.9시간으로 거의 모든 수면시간에 해당하였다.

노동 강도 강화로 인한 건강실태

철도 노동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만성피로(33.6%)였으며 소화불량(26.9%), 눈의 피로(28.9%)의 순서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가 심각한 수준으로 누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화불량은 교대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식생활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이 4347명(5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유병율은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제안하고 있는 근골격계 양성자 판정 기준을 사용하여 목, 어깨, 팔꿈치, 손목, 허리, 무릎부위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모든 부위에서 자각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152명이나 되었으며, 한 부위라도 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는 4581명에 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철도의 노동형태가 노동자 개인의 육체적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며, 이로 인한 노동자의 육체적 손상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위별로는 허리통증이 3086명(39.7%)으로 가장 많았으며, 목 2700명(34.7%), 어깨 1342명(17.3%), 무릎 1206명(15.5%), 팔꿈치 698명(9.0%), 손목 683명(8.8%)의 순서로 나타났다.

다변량 분석을 통하여 노동 강도의 변화가 근골격계 질환 유병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표 1에서 살펴본 19개 항목의 노동 강도 변화 중에서 하루 중 휴식시간의 감소(1.3배), 월 평균휴일수의 감소(1.5배), 근무속도의 증가(1.4배), 교대시 인수 업무량의 증가(1.2배), 업무 중 하청외주의 도입(1.2배), 사무소 비정규직 인원 증가(1.3배) 등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근골격계 질환을 유의하게 증가시킴을 알 수 있었다.

일을 줄여야 한다!

뼈빠지게 일하면 골병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철도노동자는 건강의 노동자 자신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라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면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철도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도는 인력의 확충이다. 구조조정 동안 이루어진 감원을 다시금 확보하는 투쟁이 곧 건강권 투쟁이 되는 것이다.
앞서 조사에서 확인되듯이 인력감축으로 인한 개별 노동자의 작업량이 증가하면서 노동자들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식사시간 및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명시적으로 보장된 휴식시간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관리장의 통제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공간의 확보 또한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

철도청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은 기존의 업무가 줄지 않는 이상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고용불안을 통해서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성과급이라는 당근을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저해시키는 것 또한 저지해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지방본부-지부-현장 노동자로 이어지는 단일한 체계를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철도청은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거나 보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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