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 활동가 운동장]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일터기사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임용현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사무국장)

인구나 건물, 산업 따위가 어느 한 곳에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쏠려 있는 현상을 두고 ‘과밀’ 상태라고 한다. 과밀 환경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 모두에게 크나큰 스트레스와 건강상 장해를 유발한다.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침해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밀을 억제하고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산업 차원의 집적과 하향평준화
우리들의 일과 삶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구 밀도가 빽빽할수록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극심해지고, 노동 밀도가 촘촘할수록 피로가 누적되어 노동자의 건강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반월시화공단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면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에서 시·공간에 대한 노동자·시민의 권리가 그동안 얼마나 배척됐는지 알 수 있다. 반월시화공단은 수도권 인구 집중의 해소와 공해 유발업종의 이전을 위해 1970년대부터 조성한 국가산업단지이다. 수도권 일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중소 영세사업장들을 한데 모아 대단지화한 것일 뿐, 당시 문제가 되었던 각종 유해화학물질 및 오염물질에 대한 정부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 결과 위험의 (지방) 이전과 은폐가 국가 차원에서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졌다. 작은 사업장들이 안산, 시흥 지역에 집적된 결과, 이 같은 위험은 사업체의 규모와 특성에서 비롯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되는 편향이 생겨났다. 불안정한 고용이나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문제 역시 대단지화에 따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여겨졌다. 공단 전체가 이렇게 ‘하향평준화’되다 보니, 노동자들은 결과적으로 균등해진 각자의 노동조건을 돌아보며 무엇이 차별인지 인식하기조차 어려웠다.

자본이 지배하는 시·공간을 넘어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나, 최근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산단대개조’나 ‘구조고도화’ 사업 때나, 포커스는 항상 국가가 육성·지원하는 ‘산업’과 ‘지역경제’라는 거시적 틀에 맞춰져 있었다. 그에 따라 공단 지역의 시·공간도 영세한 사업체들이 기업하기 좋은 여건으로 맞춤 구성되었다. 반면, 공단 내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은 매번 사업체의 규모나 지불 능력을 이유로 유예되기 일쑤였다.
이는 쉴 권리의 문제에서도 다르지 않다. 공단 선전전을 할 때마다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항상 공단 노동자들은 구석진 자투리 공간에서, 공장 담벼락 밑에서, 인도나 건물 난간에 걸터앉아 쉬는 시간을 영 불편하게 보내야만 할까?
“모든 사람에게는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과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과 여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24조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업무 밀도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 나아가 제대로 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결국 쉴 권리는 적정한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이 두루 보장되는 ‘여유로운 시·공간의 확보’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차별을 제도화한 정부의 휴게시설 의무설치 조항
월담노조가 올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주요 사업으로 펼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보편적 인권의 요구이자 최소한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요구인 쉴 권리를 또다시 차등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올 초부터 감지되었는데, 휴게시설 의무설치를 새롭게 규정하는 시행령 입법예고 단계부터 월담노조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모든 일터에 휴게실 설치를 요구하는 ‘일터에 쉼표를’ 캠페인과 연속 기고, 휴게실 의무설치 대상에서 20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는 정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 제출과 작은 사업장 노동자 공동 성명 발표 등을 그간 꾸준히 진행했다.
정부와 자본이 일방적으로 구획하고 할당한 시·공간을 노동자의 권리로써 재편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 당장은 쉴 권리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정부 정책에 많은 이들이 반대와 항의를 표하고 있음을 알려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월담노조는 판단했다. 이러한 실천은 하반기에도 공단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쉴 권리 실태를 드러내는 사진 전시회와 토론회, 공동 휴게공간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행동 등을 통해 계속될 예정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월담노조의 실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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