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 활동가 운동장] 나는 오늘 누군가의 카메라에 갇혔다

일터기사

나는 오늘 누군가의 카메라에 갇혔다

이태성 (후원회원,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

숫자로만 남은 노동자 사망사고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언론보도와 노동조합 공유방에서 접한다. 그리고 그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을 써 내려가는 모습이 나의 일상이 되고 있어 두렵다.

“7월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 320명…. 작년보다 20명 감소.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제조업 사망 99명 ‘되레 11%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6월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고 88건 중 최근 5년간 중대재해 발생 이력이 있는 기업의 사고 건수는 43.2%(38건)이다. 10곳 중 4곳은 사망사고가 재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산재 사망사고가 건설업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라며 “이는 중대재해법 시행과 노사가 노력한 결과”라고 하고 있다.

그럼 노동자 320명의 죽음은 괜찮은 것일까? 그들이 나의 가족, 친구, 이웃이라면 그리고 김용균과 김용균들이라면 그 죽음 앞에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노동자 감시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회피하는 사용자에 맞선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김용균의 동료들은 발전 현장에서 새로운 디지털 노동 감시 시스템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설마? 진짜?’였지만 이후에 마주한 현실 앞에 현장은 온갖 비난과 분노가 차올랐다.

내용은 이렇다. 발전공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자 서둘러 블랙박스를 도입해, 원청노동자가 하청노동자를 감시·촬영하게 하거나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며 노동자 스스로 동료의 근무 영상을 촬영·보고하게 하고 있다. 중부발전의 경우 2020년부터 안전관리 명목으로 블랙박스 172대, 6천여만 원어치를 구매했고, 서부발전은 국민의 세금 2억 5천만 원으로 디지털 노동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른바 ‘감시의 외주화’ 사태 기저에 깔린 근본적 의도는, 사고가 나면 그 영상을 바탕으로 노동자 과실 여부를 가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개인정보 보호법마저 피해 가기 위한 위법과 꼼수 또한 판을 치고 있다. 4년 전 故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로부터 발전공기업이 얻은 교훈이란 것이, 고작 더 많은 블랙박스를 설치해 어떻게든 사용자의 책임을 피해 가겠다는 것이다.

석탄재 날리는 발전소 현장, 화염이 솟구치는 석탄산, 머리 뒤로 터지는 분진 폭발, 고압 발전기 옆 고소작업 공간에서 흔들리는 펜스,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채워지고 개인의 인권과 기본권마저 폭력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발전소 현장에 우리는 갇혀있다.

안전은 CCTV나 블랙박스로 얻을 수 없다. 하청까지 이어지는 원·하청 공동 노동안전보건 시스템과 충분한 인력 충원으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 막무가내식 발전소의 비윤리적 경영에 반대해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 제공은 물론 안전 인력 충원, 실효적인 작업중지권 도입 투쟁으로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발전공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놓을 것이다.

또한 노동 현장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노동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의 단식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자본과 권력에 침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중대산업재해 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벌될 수 있도록, 이 글을 읽고 계실 분들과 함께 싸워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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