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 알아보지 LAW동건강] 사업장 내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여전히 배제되는 소규모 사업장

일터기사

사업장 내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여전히 배제되는 소규모 사업장

임혜인 회원, 노무사

휴식은 노동자의 기본권
휴식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일하는 도중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휴식권을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법률은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는 휴게시간의 하한을 규정함으로써 휴식의 양적인 측면을 규율한다. 그러나 ‘끼니를 때우는 것’과 ‘식사하는 것’이 다르듯,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휴식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미화 창고에 놓인 청소도구, 쓰레기와 함께 휴식하는 미화 노동자, 에어컨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폭염을 견디는 건설노동자의 사례는 양질의 휴식이 부여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동자가 양질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휴식 공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휴게시설 설치, 모든 사업주의 의무
노동자의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업장에서 업무적으로 사용 곤란한 ‘죽은 공간’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일환으로서 휴게시설을 보장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021년 8월 17일에 이르러서야,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명문화하였으며, 그에 따라 2022년 8월 18일부터 모든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2(휴게시설의 설치)
① 사업주는 근로자(관계 수급인의 근로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② 사업주 중 사업의 종류 및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제1항에 따라 휴게시설을 갖추는 경우 크기, 위치, 온도, 조명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설치ㆍ관리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특히, 상시근로자 20명 이상인 사업장(건설업은 총공사금액이 20억 원 이상인 공사 현장),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 중 취약 직종1)의 근로자를 2명 이상 고용한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는 휴게시설의 ① 크기, ② 위치, ③ 온도, ④ 습도, ⑤ 조명, ⑥ 기타(비품, 설비 등)의 6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21의 2]
◆ 크기
– 최소면적은 6㎡,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2.1m 이상
– 근로자의 휴식 주기, 성별, 동시 사용 인원을 고려하여 근로자대표와 협의하여 6㎡ 이상으로 정한 경우 해당 면적이 최소면적
◆ 위치
– 위치는 이용이 편리하고 가까운 곳에 설치.
– 왕복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휴식 시간의 20%를 넘지 않는 곳에 있을 것
– 화재·폭발 위험, 분진, 소음 및 유해 물질 취급 장소에서 떨어져야 함
◆ 온도, 습도, 조명,
– 온도는 18~28℃ 수준 유지 (냉난방 구비), 습도(50~55%) 및 조명(100~200 Lux)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 필요
◆ 기타
– 창문 등을 통해 환기가 가능할 것
– 의자 등과 음용이 가능한 물 제공(또는 해당 설비 구비)
– 물품 보관 등 휴게시설 목적 외 사용금지
– 휴게시설임을 알 수 있는 표지가 휴게시설 외부에 부착될 것
– 휴게시설의 청소, 관리 등을 하는 담당자가 지정될 것
※ 둘 이상의 사업장이 공동으로 휴게시설 설치 가능

모든 사업주의 의무라는 모순
산업안전보건법은 모든 사업주에게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부여하면서도, 그 제재 대상은 ① 상시근로자 20명 이상인 사업장(건설업은 총공사금액이 20억 원 이상인 공사 현장), ②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 중 취약 직종의 근로자를 2명 이상 고용한 사업장으로 한정한다. ①, ②에 해당하는 사업장이 휴게시설을 미설치하거나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만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는 의미이다.2)
즉, 20인 미만의 사업장 등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주는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휴게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더라도 아무런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 적용 대상과 그 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대상의 괴리로 인해,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20인 미만 사업장 등에서는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오해하거나, 휴게시설 미설치 등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하여 노동자의 휴식권을 등한시하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노동환경이 열악한 현실에서 20인 이상 사업장 등으로 제제대상을 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은 오히려 차별과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3월, 민주노총에서 전국 산단 노동자 4,02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휴게시설이 없다고 한 비율은 43.8%이며, 이 중 58.2%가 20인 미만 사업장이다.3)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위험하거나 아프게 일하는 사람이 없도록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도, ‘소규모’란 수식어는 마치 사업장에게 주어지는 면죄부로 작동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안녕히 휴식할 수 있길, 그렇게 산업안전보건법이 기능하기를 바란다.

 

1) 취약 직종은 총 7종으로 분류된다. (전화 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건물 경비원)
2)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1,000 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 제3항, 제4항) 단,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및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공사 현장의 경우 2023년 8월 18일까지 1년간 과태료 부과를 유예한다.
3) 매일노동뉴스, 2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58% “휴게실 없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
html?idxno=209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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