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1월/기획1] 정신 질환과 직업병

일터기사

[기획 1]

정신 질환과 직업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연구기획실 김정연

사례1: 비행 출장이 잦았던 어느 회사 간부
OO은 30대 후반의 회사간부로서 기술 장비 전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가 수행하는 직무의 일부는 장비판매를 위해 여러 지역에 비행기로 출장을 다니는 것이었다. OO은 일은 좋아했지만 비행기 타는 것은 아주 싫어하였다. 그의 두려움은 극에 달하였고, 최근에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내릴 것을 요구하며 미친 듯이 문 쪽으로 달려 나가 이륙을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정기항공기의 예약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으며 대체된 항공편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비행기 폭발사고는 두려움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부인을 설득하여 여행에 동반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불안은 완화되었으나 근본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하였다. 그의 불안증상은 다양한 약물치료를 통해 부분적으로 치료가 되었고, 마침내는 정신과 의사의 녹음된 육성 테이프로 수행된 긴장 완화 운동은 그 효험을 보게 되었다.

사례2: 노동재해를 경험한 광산 노동자
OO은 탄광에서 광부로 근무하였는데, 갱내 발파작업으로 발생한 가스에 질식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가스 중독, 요부 염좌, 외상 후 자극 장애, 제3∼4 및 제4∼5 요추간 추간판 섬유륜 팽윤의 진단을 받았다. OO은 입원 치료 기간 동안 지속적인 심한 두통, 불면증, 현훈증, 요통, 경부통, 손발 저림, 이자극성 등의 증세가 계속되었으며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아니하였다. 그는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아니하자 자포자기하여 자진 퇴원하였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위와 같은 증상은 계속되면서 기억력이 급격히 감퇴되고, 또한 자신의 신병 및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을 못함에 따른 비관적 심리상태가 지속되면서, 대인관계를 기피하고 말도 하지 아니한 채 거의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서 누워 지냈다. 자살 10일 전에는 요양 종결 통지가 왔다는 소식 이후 더욱 자신감 결여 상태를 보였고, 자살 3일 전에는 처를 폭행하고 자살 전날에는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져서 자녀들을 폭행하였으며, 급기야 신문지 여백에 ‘나 살기 싫어서 이렇게 간다. 그러나 나의 죽음에 대하여 웃지 마라. 우리 마누라는 천사보다 더 좋은 사람이다. 다 나의 몹쓸 병으로 많이 괴롭게 됨을 새삼 반성하면서 이 길을 택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자택의 안방 문기둥에 쇠파이프를 고정한 후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intro)
위에서 소개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들어 사업장에서의 정신질환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다. 주요한 관심은 정신질환자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사업장이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환경에서 다른 신체적인 질병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질병이 발생되기도 한다. 건강한 사업장을 만들려는 노력은 노동자들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호에서는 직업병으로서의 정신질환에 대해 살펴보겠다.

사업장 내 정신질환의 모습들

사업장에서 정신건강의 문제는 크게 정신장애·직무 스트레스·감성 적응능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사업장에서 가장 근로 손실 일수(일을 못하게 되는 날)를 유발하는 정신장애는 우울증·불안장애·약물 남용의 세 가지가 주축을 이룬다. 이외에도 정신분열증, 정신 신체화 증상, 수면장애, 인격 장애 등이 있다. 둘째, 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영향은 신체적, 정신적 불건강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직업수행 및 행동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표 1>. 실직이나 산재사고 등은 극단적인 직무 스트레스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셋째, 감성 적응능력의 부족은 조직된 산업사회에서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운 감성적 문제(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 팀워크기술)를 의미한다.

<표1> 과다한 직무 스트레스로 발생 가능한 결과

무엇이 나를 미치게 하는가 – 직무 스트레스

정신질환의 원인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비롯하여 다요인적이기 때문에, 직업을 유일한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질병의 발생이나 진행에 있어서 직업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며, 질환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직업성 정신질환의 인정기준이나 분류는 따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올 해부터 노동부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질환이 포함되었으며, 그 해석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동자들은 평소 자신이 어떠한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가와 정신질환의 초기 증상이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흔히 알려져 있는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⑴ 작업환경 및 인간공학적 인자
작업환경이 극단적이고, 변동이 심하고 기대되지 않았거나 예상치 못했을 때, 이러한 요인들이 작업과 적절하게 부합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인간공학적 인자들은 열악한 장비 또는 작업장 배치, 장비사용에 대한 기술의 부족과 관련되어 있다.
⑵ 작업유형
교대근무, 장시간 근무, 위험한 직업 등이 해당된다. 잠재적으로 위험과 죽음을 동반할 수 있는 직업(예, 경찰관, 군인, 소방관)에 종사하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된다.
⑶ 작업 요구량과 통제
작업이 너무 많거나 수행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업무 과중이 발생하게 된다. 새로운 기술은 업무과중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정보에 대처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된다.
⑷ 직장 내 역할
직장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경우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또한 자신이 하기 원하는 일과 실제 하는 일이 서로 상충될 때도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⑸ 직업안정성
조직의 변화로 인한 실직, 재배치, 감원, 퇴직과 조직의 합병 등이 스트레스가 된다. 또한 승진좌절, 좌천, 여성의 진급 차단, 불충분한 급여와 보상의 부족 또한 스트레스가 된다. 직업 안정성의 부족 또는 해고나 감원에 대한 두려움 등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⑹ 인간관계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무시되고 있다고 느끼거나 또는 희생당하고 있다고 인식되었을 때 상사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동료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경쟁, 의사고통의 어려움 및 인격갈등으로부터 발생한다.

당신도 혹시 우울증?

한편 가장 흔한 질환이자 증상인 우울증에 대한 증상과 자가 진단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2>에 소개된 항목 중 지난 2주간 자신의 증상과 유사한 문항수가 절반 이상이라면 자신이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신체의 건강 뿐 아니라 정신의 건강도 이야기하자!

지금까지 정신적 불건강은 신체적 재해나 직업성 질환에 비하여 소홀히 취급되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1999년 산재 요양 중 자살한 고 이상관 동지의 경우나, 최근 청구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집단 정신질환 발병에서 그 일부가 드러났듯이, 정신적 불건강 문제는 새로운 노동보건의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극히 일부의 경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요한 문제는 일상적으로 노동자 대다수가 심각한 스트레스와·불안·좌절을 경험하면서 생활하고 있으며, 특히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에 따른 심리적 위축 등 사회적 압박에 의한 정신 불건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작업 물량의 증가, 전자 감시 체제의 확대 등 보다 억압적인 작업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안전보건 활동에 추가하여, 정기적인 정신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점검하는 현장 활동의 전환이 요구된다. 공정 변화, 조직체계의 변동 등 정신 심리적 변화를 민감하게 요구하는 작업환경의 변화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적응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향을 찾아나가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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