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1월/특집] 교대제가 어떻게 건강을 파괴하는가

일터기사

[특집]

교대제가 어떻게 건강을 파괴하는가
–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와 생체주기 파괴현상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손미아

1. 들어가며: 자본의 탐욕스런 얼굴, 교대제!

교대제의 문제는 마치 자본주의사회에서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끊임없이 굴러가는 쳇바퀴’처럼 보인다. 자본주의 초기에 시작되었던 12시간 주야맞교대는 영국의 공장법 이후 10시간, 1차 세계대전 이후 8시간 3교대 등으로 절대적 노동시간이 감소해 오는 경향이 있으나,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2시간 맞교대의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노동법개악 이후 노동유연화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법과도 무관하게, 생산량을 위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는 며칠 밤이라도 새면서 작업을 해왔던 게 현실이었다. 거의 모든 컨베이어라인을 가동하는 공장들에서는 예외 없이 12시간 주야맞교대체계로 지금까지 오고 있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24시간 중 한 시간도 기계를 세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주 5일제 법제도가 논의되고 있지만, 하루 노동시간단축이나 야간노동을 포함한 하루노동시간에 대한 논의는 없다. 오히려 노동유연화로 인한 야간노동의 위험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경향이다.

교대제 문제의 해결은 이 거역할 수 없을 것 같은 밤낮주기의 쳇바퀴에서 과감한 탈출을 시도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대제가 얼마나 인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는가는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얼굴이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보다 더 빨리 핏기가 없어지고, 주름살이 늘어간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자명하다. 이 글은 노동자들이 교대제에 대항한 싸움을 하기 위해, 우선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인식하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2. 교대제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장해들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한 교대제의 폐해는 수면 박탈과 수면 질의 저하이다. 이러한 수면 방해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장기적으로 불면증을 유발한다. 특히 밤근무 노동자들의 경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평균수면길이도 짧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짧은 수면길이는 기대여명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러한 수면장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근본적인 문제는 24시간 주기에서 깨어있어야 할 시간과 잠자야 할 시간이 뒤바뀐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이렇게 수면장해 등 교대근무로 인한 증상이 만성화되면서 교대 부적응 증후군으로 진행된다. 교대 부적응 증후군 증상들은 수면 장애와 만성적인 피로감, 작열감(벌겋게 달아오르는 느낌), 변비, 설사와 같은 위장관계 질환, 자가치료와 관련된 알코올과 약의 남용, 사고와 실수율의 증가, 우울증, 피로, 감정 장애, 권태감, 인격 변화,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이다. 또한 교대제로 인한 24시간 주기 리듬의 변화는 여러 의학적인 질환의 악화, 즉 천식, 당뇨, 간질 등의 악화를 초래한다. 이렇게 해서 교대제 부적응 증후군들이 심화되면서 여러 가지형태의 건강장해 증상들이 발현된다. 예를 들면, 작업현장에서는 작업수행 능력의 감소와 작업 중의 손상과 사고증대이다. 또한 정신건강 및 사회생활의 장애이다. 수면부족이 지속되면 복잡한 사회적 정신적 상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교대근무로 인한 심리·신체적인 불만과 긴장과 막연한 불안감, 무기력 등으로 인한 효율성의 감소, 사회적 삶의 방해 받음, 결혼성립의 어려움, 높은 이혼율로 고통받고 있고, 배우자와의 시간, 아이들과의 시간. 친구들과의 만남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대제와 관련한 가장 명백한 관련 건강상의 문제는 위궤양을 포함한 위장관질환, 심혈관계질환, 저 체중아(2500g미만)나 조산(제태기간 37주 미만)아의 출산, 자연유산의 증대 등이다.

3. 교대제가 어떻게 생체주기를 파괴하는가?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의 근원은 인체의 내부시계, 즉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된다는 데 있다.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기능은 24시간 주기 리듬을 따르고 있다. 즉, 인간은 외부의 24시간 주기에 따라서 내적인 리듬을 맞추어 가고 있으며, 이렇게 내적 외적 조화가 항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가 정상 에너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며, 건강에 가장 좋은 상태이다. 그런데 밤교대 노동자들은 그들의 업무 스케쥴에 체온과 수면을 완전히 적응시키지 못하여 교대 작업으로 인한 생리적 영향이 발생한다. 즉, 밤에 일하는 노동자는 그들의 24시간 주기가 밤 시간의 시간표에 맞춰지기 전에, 밤에 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즉, 정상적으로 잠자고 있어야 할 밤 시간에 노동자들을 깨어있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반면 야간근무 노동자들은 신체적 각성상태가 매우 높아서 활동하기에 매우 좋은 낮시간에,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자야만 한다! 이와 같은 뒤집어진 수면활동으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주기의 분열이 일어나는 것이다.

2002년 우리나라의 한 자동차공장에서 교대제와 건강장해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연구결과에서 발견한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심박동수변이지표들이 ‘낮과 밤의 24시간 생리적인 생체주기’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업활동 여부에 따라서 변한다는 것이다. 즉, 자연의 현상인 밤과 낮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업활동 시간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야간노동의 경우 내부 생체시계의 교란이 오고, 생체주기마저 파괴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야간근무 노동자들이 야간근무시에는 주간근무시보다도 더 많은 신체의 소진과 에너지의 소비 및 신체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반면에 야간작업 후 낮에 수면을 통한 휴식기가 노동력의 재생산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야간근무 노동자들은 야간에 일을 할 때와 야간작업이후 낮에 잠을 자야할 때 이중의 고통으로 인하여 체력의 급격한 소모와 노동력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을 그림으로 예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면, 24시간 생체주기의 변화를 심박동수변이지표의 변화로 보았을 때, 밤근무 때에 심박동수변이지표들의 수면시기와 작업시기의 차이가 낮근무 때의 수면과 작업시기의 차이보다 작게 나타나, 밤근무에서의 24시간 생체주기가 낮근무만큼 뚜렷하지 않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야간근무에서의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현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야간근무 노동자들의 경우, 주간근무 노동자들보다 “수면동안 작동해야하는 부교감신경기능(High Frequency)”이 덜 작동됨으로써 야간근무 끝나고 낮에 수면을 취할 때 회복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교감신경은 정상적으로 수면시 최고로 증가하고, 활동이나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시에 감소하는 것인데, 부교감신경이 덜 작동한다는 뜻은, 수면시 밤의 경우처럼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외부자극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면서 자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감신경기능이 상대적으로 커져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야간근무 노동자들의 경우 야간노동이 인체의 생체주기를 파괴함으로 인하여 업무가 끝나고 낮에 수면을 취할 때, 최소한의 노동력재생산을 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대로 야간근무 끝난 후, 낮에 수면을 취할 때, 부교감신경과는 반대로 교감신경기능(LF/HF Ratio와 Low Frequency)이 증가되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교감신경은 활동시나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시에 증가하고 수면시에 최저상태가 되는 것인데, 낮에 수면 중에 교감신경이 증가되어 있다는 뜻은 낮에 수면을 취하는 중에도 신체가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이는 역시 야간근무 끝나고 낮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신체의 상황을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야간근무 노동자들의 야간작업을 위해 출퇴근하는 시기에는 교감신경기능(LF/HF Ratio와 LF)이 증가되어 있고 평균적으로 교감신경기능이 주간근무시보다 높아 야간근무시에 주어지는 신체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큼을 보여주고 있다. 즉, 신체가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자야할 시간에 노동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육체를 소진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 신체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교대제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생체주기의 파괴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장시간의 야간노동시간의 철폐만이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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