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활동가 운동장]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자만이 지킬 수 있다

일터기사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자만이 지킬 수 있다!

이병조 (현대위아 창원비정규직지회 사무장)

현대위아 창원비정규직지회의 준비위원으로 시작해 6년째 노조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항상 노안 활동가라는 타이틀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항상 현장을 개선하고 바꾸기 위해 누비고 다녔다. 지난 10년간 일하면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모아 현장 토론도 해보고 관련 법에 대한 공부도 했다.

쉽지 않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현장의 불편과 위험요소는 투쟁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한 고소·고발 등을 진행하며 빠르게 개선되어갔다. 그동안 철저히 사측에게 외면당했던 ‘노동자 참여권’을 내세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했고 보호장구 지급, 구급상자 비치를 비롯해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했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고 현장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느낀 조합원들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 간의 의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근골조사)다. 우리는 현재까지 두 차례 근골조사를 진행했지만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조사였던 적이 없었다.
2019년 첫 조사 때는 노사의 이견이 깊어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기관선정을 사측 요구대로 수용했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조사에 대한 노조의 피드백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사기관은 “조사는 어차피 내가 한다. 너네가 뭘 알아?”와 같은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회에서 평가에 사용한 기초 자료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조사기관은 공개는 물론 공유도 안 된다고 우겼다. “우리는 돈 받은 만큼 일한다. 이 정도 돈 받았으면 이 정도 조사하는 게 맞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내뱉었다. 이에 지회는 정규직 노조와 함께 별도로 조사를 시행해 보고서까지 만들어내자 피드백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마저도 원래는 항의한다고 고쳐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늘어 놓았다.
당시 지회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의 노안부장이 있었다. 여러 차례 지역조사단으로 근골조사에 참여한 경험자들이었다. 기관이 아무리 근골조사 경험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기관의 태도는 충격적이었다. 노조는 해당 기관이 오랜 기간 회사와 함께 해왔던 것으로 볼 때 이해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이후 조사기관 선정에 있어서 해당 기관에 대한 배제를 요구했다.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유의미한 건강권 투쟁 운동으로
2022년 다시 근골조사 기간이 도래했다. 이전과는 다른 조사기관을 선정하여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현장의 판단과는 괴리된 내용들이 많았다. 근골조사를 하는 기관들은 조사와 평가에는 전문가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장 상황에 대해서는 현장 노동자만큼 알 수 없다보니 개선안이나 피드백들이 형식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산안법에서는 근골조사를 3년마다 시행하라 규정했지만 정작 그 기관들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단은 마련하지 않았다. 비용과 시간만 의미 없이 소모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5월 창원·광주·안산의 현대위아 비정규직지회 노안 담당자들이 모인 수련회 자리에서 근골조사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 약 3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한 권의 의무적인 보고서를 위한 근골조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개선과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조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니 노조가 주도해서 근골조사단을 운영하고, 기존 근골조사비용은 현장 개선에 투자하게 만들자는 의견을 모았다.
결국 노동자의 건강권은 노동자가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 현장을 개선해 나아가는 것도 노동자 스스로의 몫이다. 조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의 문제는 앞으로도 사측과 싸워 나가야 할 문제이다. 수련회 이후 우선 우리 지회에서 노조가 주도하는 근골조사 시행을 요구했다. 이후 광주·안산에서도 동일한 요구를 하여 어쩌면 길어질지도 모를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또 한 발을 내디뎠다. 우리는 또 이겨낼 것이다!

8일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