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아시아 과로사 통신] 한여름 폭염에 과로사하는 노동자들

일터기사

한여름 폭염에 과로사하는 노동자들

유청희(아시아 과로사통신팀)

작동하지 않는 폭염 시 노동자 건강 보호
한국에서 과로는 노동부의 고시로 설명되고 있다. 노동부 고시는 단기간, 만성적 과로에 이르게 할 정도의 업무량, 시간,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항으로 노동시간과 다양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제시한다. 고시는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 업무부담 가중요인(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휴일 부족, 유해한 작업환경 노출, 높은 육체적 강도 등)이 더해지면 업무와 질병 사이 관련성이 더 강하다고 평가한다. 또한 발병 전 12주간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이런 내용은 예시이기에, 꼭 부합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기계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절대적인 시간의 길이가 길지 않았더라도 높은 노동강도나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어 사망한 경우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여름 폭염은 그 자체로 노동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요소다. 또한 같은 강도의 일을 하더라도, 폭염 등 이상기후는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높인다. 이럴 때 사업주는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낮추면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하고, 그늘에서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정말 기본적 조치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이조차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노동자들은 열사병이나 열탈진, 열실신 등의 온열질환에 걸렸고,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젊은 노동자 사망에 이르게 한 심각한 노동강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6월 19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유명 대형마트 주차장에 서 카트 정리를 하던 젊은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의 사인은 ‘폐색전증’이었다. 폐색전증이란 정맥에서 형성된 혈전(피떡)이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 폐동맥을 막은 상태를 말한다. 그가 일하던 대형마트 주차장은 벽면 전체가 뚫려있어 햇볕과 외부 열기가 그대로 들어오는, 건물 외부와 같은 환경이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동자가 일했던 주차장 1층과 2층은 차량 열기뿐만 아니라 내부 공조 시설이 맞닿아 있어 체감온도가 더욱 올라가는 공간이라고 한다. 정부는 폭염주의보가 발령하면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매시간 10분의 휴게시간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노동자는 사망 2일 전 오전 11시부터 밤 9시 무렵까지 총 4만 3,000여 보를 걸었다. 사망 하루 전에는 3만 7,000여 보를 걸었고 22km를 이동했다. 사망 당일에는 약 7시간 동안 17.4km를 이동했다. 매우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한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에 따르면 해당 마트 취업규칙에는 쇼핑카트를 한 번에 6대 이상 끌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해 노동자는 20여 대의 카트를 줄로 묶어 끌어야 했다. 휴게공간이 멀어 충분히 쉴 수 없는 조건 역시 문제였다. 그렇게 노동자는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높은 노동강도로 일하다 사망했다. 노동조합은 폭염 시 노동자 대책 마련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2년 5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재자는 총 152명(이중 23명 사망)이다. 이중 건설업이 79명으로 절반이 넘고, 제조업이나 운수·창고 및 통신업 등 다양한 곳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해 노동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리고 질병관리청의 2023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올해만 1,19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7월 31일 하루에만 6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더 심해질 폭염 상황 속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물류센터에서 제대로 조치가 취해지지 못해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많은 노동자는이미 노동강도 저하와 이를 위한 인력 충원을 요구해왔다. 사업주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환기 및 냉방장치가 잘 갖춰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자주 쉬게 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춰야 폭염에 과로사하는 노동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몸에 맞춘 폭염과 노동강도 관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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