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2월/특집3] 공공부문 사유화의 역사, 궤도는 비껴갈 수 있나

일터기사

공공부문 사유화의 역사,
궤도는 비껴갈 수 있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궤도연대 정책국장 정흥준

* 본 글은 궤도연대 신문 10월호를 재편집한 것입니다.

공공부문 사유화의 시작

공공부문사유화의 시작은 1970년대 말 박정희 군사정권부터였으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시절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폭발력을 갖지 못했다. 대규모로 진행된 적도 없었다. 김영삼 정권 때 한국통신공사의 민영화를 시도했으나 이마저 실패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나 IMF외환위기는 여러모로 다른 상황을 만들었다. 199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미국식 신자유주의 흐름이 IMF경제위기를 계기로 거세게 밀고 들어온 것이다. 우선 김대중 정부는 4대 부문 개혁과제 중 하나로 공공부문개혁을 설정했고 국민적 저항 없이 우리가 잘 아는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한국중공업, 대한송유관공사 등을 사유화하는데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에는 에너지(발전), 철도(철도청), 우체국(체신부) 등 대표적인 국가독점 국영기업의 사유화를 시도하였으나 발전은 송전/배전을 분리하는데 그쳤고, 철도 역시 사유화 대신 공사로 전환되었다. 체신은 완전 사유화에 손도 대지 못했지만 내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이러한 이유에는 정권말기(교체)라는 시기상의 불리함도 있었겠지만 발전, 철도 등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여론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궤도, 사유화의 중단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추진인가?

궤도부문 사유화는 “철도의 공사화”로 일단락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까지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어 나가는 정부와 자본의 입장에선 당장 궤도사유화를 무리하여 추진하기보다는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고 보아야 옳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은 궤도 사유화를 위한 밑거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틈날 때마다 추진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흐름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설되는 노선에 대해 기존의 공기업 형태로 국유화하는 대신 민간운영 형식으로 사유화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철도/지하철 운영기관인 공기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사기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신설되는 노선은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운영권을 민간에 넘겨 실질적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인천공항철도, 신분당선 등은 철도건설을 국가에서 하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민간자본이 부담하는 형식으로 국가가 민간에 30년 이상 운영권을 장기 임대하는 형식으로 추진되었다.

<민간철도 현황>

운영기관 운영기간 민간투자금/총투자금
공항철도 로템, 현대건설 등 30년 미확인
서울지하철 9호선 현대건설 등 13개사 30년
신분당선 두산건설 등 9개사 미확인 7680억 / 2조5천411억

이들 운영기관은 로템 등과 같이 전동차 제작업체도 있으나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동부건설, 삼환건설 등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지하철 건설을 둘러싼 일정한 거래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건설자본들은 총 투자금 중 30%정도의 자본을 민간자본형식으로 투자하는 데 이중 상당부분이 건설자본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대부분의 건설 사기업이 어떻게 공익적 성격이 강한 철도를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새로운 노선에 대한 사유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수도권 광역전철, 도심경전철 등으로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둘째 기존의 공기업에 대해선 공공성 축소▪비용절감으로 사기업전환을 위한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궤도운영기관으로 국영기업/공기업의 형태를 유지해왔던 철도와 지방지하철에 대한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외주용역 등 위탁업무가 확산되고 기존업무를 축소하여 추가노선이 있더라도 새로운 인력충원을 봉쇄하고 있다. 또 사기업의 경영기법이 대거 도입되어 조직체계가 지사/팀별 따위로 개편됨과 동시에 구성원들에겐 성과주의가 확대되는 등 능력주의 인사관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ERP(전사적자원관리), UNS(24시간점검모니터링) 등 검증되지 않는 신기술 도입으로 인력구조조정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업무를 외주화하고 신기술도입을 통한 인력슬림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당장은 운영적자해소를 내세우지만 결국에는 사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공기업의 체질개선으로 보아야 옳다.

(궤도구조조정 현황)

– 철도공사: 팀제도입BSC도입, 중정비, 승무구내, 역 민간위탁 , 역 민간위탁 도입 / 확대, 1인 승무 확대 / ERP도입/ 인원감축계획
– 서울지하철: 팀제도입BSC도입, 식당 민간위탁, 역 민간위탁 계획 ,1인 승무 계획 / 중정비 외주화 계획
– 도시철도: 팀제도입BSC도입, 역 민간위탁 계획, 중정비5678창의조직 만들기 계획, 편의점입점
– 인천지하철: 팀제도입BSC도입, 민간위탁 , 역 민간위탁 도입 / 확대, 역 민간위탁·무인매표 도입/2호선 민간운영계획
– 대구지하철: 팀제도입BSC도입, 중정비, 역 민간위탁 도입 / 확대
– 부산지하철: 팀제도입BSC도입, 승무구내, 중정비, 역 민간위탁 도입 / 확대, 무인매표 도입
– 광주지하철: 팀제도입BSC도입, 경정비, 역 민간위탁 도입, 구내운전 인력감축 도입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사경영진

중앙정부는 신설노선에 대해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내세우고 이와 별도로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는 BSC 성과주의 도입, 팀제로의 조직개편, 인력감축 등을 강요,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에 대한 불이익과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자치단체인 지방정부는 허수아비와 같은 공사경영진을 파견해놓고 이들을 앞세워 정비외주용역, 역 민간위탁, 무인매표, 비숙박근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신규노선신설 등 충분히 인력증원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업무축소를 통해 인원증원을 막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사경영진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검증되지도 않은 ERP, UNS, UTIMES등의 프로그램을 개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인력구조조정의 도구로 활용한다. 더 나아가 아예 자발적으로 비용절감방안, 역사임대를 통한 수익극대화방안 등을 앞 다퉈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철도공사의 이철 사장은 인력을 줄여 비용절감을, 도시철도의 음성직 사장은 에너지절약도 모자라 무인매표‧무인운전‧무숙박을 통해 인력의 1/3을 줄이는 안을 발표하였다. 종합해보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사경영진이 각각 앞 다퉈 궤도구조조정을 전 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싸움은 했어도 구조조정은 막지 못하는 상황

그렇다면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했나. 철도노조는 두 번의 파업투쟁으로 사유화를 저지하기도 했으나 외주용역, 민간위탁 등이 일부분 시행되기도 하였다. 부산지하철은 신규노선을 개통하면서 구내운전이 외주화 되고, 운전시간이 늘어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대구지하철도 2004년 끈질긴 파업투쟁을 전개했지만 노․사간의 약속이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광주지하철․대전 지하철은 아예 구조조정 모델을 바탕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 역시 끊임없이 구조조정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2002․3년 철도파업, 2003년 인천․대구․부산지하철 파업, 2004년 지하철공동파업 등 궤도노동자들은 최후의 수단인 파업으로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투쟁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달라져야 이길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지 10년, 이제 공공부문 중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분야는 철도․지하철 등 궤도와 우체국 등 체신부, 한국전력과 발전 등 에너지 등이 고작이다. 그런데 철도사유화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국가인 영국에서 실패하였으며, 에너지 사유화 역시 또 다른 대표적 신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의 캘리포니아정전사태로 위험성이 확인되었다. 체신사유화가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그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얼마 남지도 않는 공공부문 사유화에 여전히 충실한데 그 배경에는 재벌과 언론의 압박도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궤도의 사유화는 우리의 바람처럼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도 이제와는 달라져야 한다.

첫째, 구조조정에 대한 사안은 공동으로 대응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

이는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하기에 대부분 여태껏 개별로 대응해 왔던 것이다. 구조조정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궤도노동자들이 서로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고 있어야 하며 조직을 하나로 세워야 한다. 당장은 궤도 전체가 하나의 조직아래 뭉치기엔 어려운 조건이다. 그렇다면 직종별로, 혹은 가까운 노조별로라도 구조조정에 대한 정보교류와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연대로 전체를 혁신하는 방향을 가져야 한다.

둘째, 철도․지하철 사유화의 위험성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여론화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부시절, 한국통신은 국가전복세력이란 매도를 받으면서도 통신산업의 사유화가 가져 올 폐해를 전국적으로 여론화한 바 있다. 지금은 9호선, 공항철도, 신분당선 등 광역전철 등이 민간자본에 위탁되고 있는 실정이고 그 폐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궤도노동조합들은 민간운영의 폐해라 할 수 있는 환승이 안 되고 요금이 비싸며 의도적으로 잘못 계산된 승객수요 때문에 정부가 운영적자의 80%까지 보전하는 현실을 낱낱이 고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공사의 사유화에만 맞서 싸울 것이 아니라, 궤도 전체적인 사유화흐름을 막아낼 수 있는 여론화에 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 도시철도공사는 5678창의조직이, 인천지하철공사는 무인매표․민간위탁 확대가, 철도공사는 인력감축과 1인 승무가 예고되어 있다. 우리 궤도노동자가 모든 사안에 단결하여 정부를 상대로 큰 싸움을 못하더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보다 긴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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