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월,2월/노동자의 詩] 정말 푸른 겨울 저녁

일터기사

정말 푸른 겨울 저녁

이선인 노동자에게

노동자 시인 조성웅

정말 푸른 겨울 저녁이었다
입김조차 푸르렀다

『아침 4시에 출근해서 저녁 11시 반까지 일했어
그렇게 4년을 회사에 다녔지
그 4시간의 고단한 잠을 줄여 동지를 만났어
힘내라!
…그 한 마디 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지

노동조합이 설립되자마자 새끼들이 날 납치했어
목까지 땅에 묻어 놓고 노동조합을 자진 해산하라고 협박하더라구
개새끼들
안전화 발에 머리통이 돌아가고, 정신이 깜박 깜박해도 굴복하지 않았어
죽어도 할 수 없었지

유인물을 돌리다 새끼들에게 각목으로 뒤통수를 맞았어
아따 정신없었지,
이빨이 다 부러져 버렸어
뇌졸중으로 의식 없이, 3개월 동안 꼬박 병원에만 누워있었지
정신이 들자마자 노동조합으로 달려갔어
새끼들이 기겁을 하더만

목숨 걸고 싸웠지만 현장은 완전히 죽었어
몸 사리는 놈들이 너무 많아
투쟁이 무슨 행사준 알아
위원장이 무슨 뱃지인지
탄압 받기 죽어도 싫어하지』

벌써 수년을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해왔던 동지가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마지막 남은 목숨으로 제대로 해보자고 했다
맨땅에 대가리 박자
언제 우리가 때깔 내려고 운동 했느냐
무뚝뚝하게 현장으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자신부터 스스로 규율이 되겠다고 했다
자신부터 스스로 조직이 되겠다고 했다
자신부터 스스로 사상이 되겠다고 했다
자신부터 스스로 투쟁이 되겠다고 했다

동지를 만나는 동안
난 알몸이었다
정말 푸른 겨울 저녁이었고
입김조차 푸르렀다

* 이 시는 노동자 시인,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 조성웅 동지의 네 번째 시집
 「물으면서 전진한다」에 나오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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