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월/특집3] 실망과 분노를 넘어 산재보험법 전면개혁투쟁으로!

일터기사

실망과 분노를 넘어
산재보험법 전면개혁투쟁으로!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현미향

개악 과정
2007년 11월 23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국회에서 전면 개정되어 2008년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산재보험법을 전면개혁하자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어 왔고 2005년 노동부가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노동자와 자본·정부간 힘겨루기가 본격화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산재노동자와 민주노총을 완전히 배제하면서 노사정위 산하 산재보험발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였고 노사정 합의안을 제출하였다. 노사정 합의안을 뼈대로 한 정부안이 마련되고 2007년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미 상정되었던 6건의 산재보험법 개정법률안을 병합 심사하여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였고, 산재노동자와 민주노총의 요구를 담아 단병호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폐기되었다. 그리고 2007년 11월 23일, 국회의원 182명 참석, 찬성 181명, 기권 1명으로 산재보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개악인가? 개선인가?
산재보험법 국회통과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적용, 저소득노동자 휴업급여 인상, 고령자 휴업급여 감액, 직업재활급여 신설, 대형종합병원 당연지정제 등을 주요한 성과로 홍보하고 일부 언론은 산재보험법이 개선된 것처럼 보도하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은 국회 통과된 산재보험법이 명백한 개악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재해노동자들이 산재에 진입하는 장벽자체를 높임으로써 최초요양을 인정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또 산재진입장벽을 뚫고 산재요양에 들어선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이 의료기관을 통제하고 의료기관이 산재노동자를 통제하는 구조 속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히 침해당하게 되었다. 요양 중 취업치료가 가능하게 되었고 고령노동자의 휴업급여가 삭감되었다. 산재를 종결한 노동자의 경우 장해재판정 도입으로 처지가 상당히 불안해졌다. 이미 조직된 노동자들의 경우 각종 급여수준이 삭감되고, 저소득노동자의 경우 실질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소폭 급여인상에 그쳤다. 또한 산재보험 관리와 운영에서 폭력행정의 상징인 근로복지공단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였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적용은 적용대상을 보험설계사, 골프장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레미콘차량운전원 등 4개직군에 한정하고 산재보험료 납부도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 부담하는 반쪽자리로 만들어 놓았다.

또한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1963년 제정된 이후로 노동자의 투쟁과 요구로 점점 확대되어 오던 권리들이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동자대투쟁 이후 1989년, 각종 급여들이 인상되던 상황과는 반대로 노동자들의 급여수준을 삭감하는 내용들이 노골적으로 개정되었다. 평균임금 증감제도, 최고·최저 보상기준 금액 기준, 부분휴업급여제도, 고령노동자의 휴업급여 감액, 재요양시 휴업급여 기준, 장해보상연금 선급금제도, 장해등급 재판정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저소득산재노동자의 급여수준을 향상시켰다는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최저생활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보장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장해·유족급여에 적용되는 최저보상기준은 현행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산재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미조직노동자여서 산재신청자체가 상당히 어렵고, 산재요양을 할 경우에도 휴업급여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조기종결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저소득산재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산재노동자의 급여수준을 하향평준화하려는 것이 개악된 법률전반에서 드러난다. 사회보장을 확대하여 산재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만을 근근이 유지하는 수준으로 보장성을 축소하려는 것이다.

반면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자본에게는 아주 관대하다. 산재보험 재정의 위기를 호소하던 정부는 당연하게 사업주로부터 산재보험료를 인상하여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성을 강화하여야 하나, 노동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를 줄이고 각종 보장성도 오히려 축소하고 그 돈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 이번 개악된 법에서 사업주의 의무가 강화되거나 부담이 가중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모든 부담은 산재노동자가 떠안아야 한다.

폭력행정의 상징으로 문제가 되어 온 근로복지공단은 지금보다 더 권한이 강화되었다. 산재노동자와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권이 강화되었고 산재결정과 심사·재심사 결정에 대한 절차와 기구도 강화되었다. 그로 인해 산재노동자 불이익 사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재보험법 개악 이후 상황
산재보험법 전면개정투쟁이 2007년 6월 이후 거의 무대응 상태에서 11월 23일 국회통과로 귀결된 이후 산재보험법 전면개정투쟁을 해 온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은 답답하다. 산재노동자와 전체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히 위협하고, 사회보장보험으로써 산재보험을 대폭 후퇴시키는 산재보험법 개악안의 국회통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6개월간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문제, 그리고 국회 통과과정에서 산재보험법 개악안에 민주노동당이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한 문제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토론, 대응을 위한 논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단체네트워크에서 산재보험법 국회통과과정에 대한 평가와 개악안 분석과 향후 산재보험법 전면개정투쟁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이 일례다.

산재보험법 개악내용에 대한 분석과 토론 역시 상당히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집중된 토론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노동안전보건활동가·단체네트워크 수련회에서 토론이 있었으며, 울산지역에서 토론과 교육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산재보험법에 대한 분석과 토론, 대응 논의가 부족하다.

개악된 산재보험법에 대한 현장노동자에 대한 선전도 마찬가지다. 산재보험법이 개악된 사실조차도 현장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예상되는 피해와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아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법개정안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시기와 4월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달을 전후하여 투쟁과 선전전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08년 2월 25일 산재보험법개정안 시행령과 시행규칙, 보험료징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3월 11일 ‘산재보험 개악폐기와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적용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개악에 맞선 조직적인 첫 대응이니만큼 힘찬 투쟁이 요구된다.

실망과 분노를 넘어 산재보험법 전면개혁투쟁으로!
산재보험법 전면개혁투쟁은 산재노동자와 노동계의 중요한 투쟁의 과제로 제기되어 왔다. 일례로 산재보험법 전면개혁은 2007년 민주노총 4대 요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산재보험을 민영화하고 보장성을 축소하려던 정부와 자본의 대응에 노동계가 조직적인 힘을 결집하여 산재보험 전면개혁을 쟁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폭 개악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실망감과 좌절감이 크다. 국회통과과정에서 찬성당론을 가졌던 민주노동당의 행보를 보면서 실망과 분노 또한 크다.

하지만 전체노동자의 건강권을 포기할 심사가 아니라면 실망과 분노를 넘어 다시 산재보험법 전면개혁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당장 시행령과 시행규칙 입법예고에 반대하는 투쟁부터 시작이다. 개악된 산재보험법에 대한 토론을 활성화하고 투쟁방향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악내용을 널리 알리고, 싸움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산재보험법 전면개혁투쟁만이 아니라 전체노동자 건강권쟁취 속에서 그동안의 투쟁을 평가하고 향후 방향을 찾아가는 고된 과정을 뚫고 가야한다. 다시 싸움을 만들되 더 큰 싸움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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