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월/작업환경과 노동자] 건설 산업 현장의 노동환경

일터기사

건설 산업 현장의 노동환경

한노보연 회원, 공인노무사 김 재 광

15년 동안 36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번 호에 우리가 찾아가볼 사업장은 건설 현장입니다. 건설현장하면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산재가 많기로 유명한 현장인데 실재는 어떨까요? 정부통계로만 봐도 최근 15년간 건설현장에서 다친 사람은 351,298명, 사망한 사람은 9,570명입니다. 집계된 산재로 따졌을 때만도 전체 산업 재해자수 대비 26%나 됩니다. 현장에서 관행적인 산재은폐를 감안하면 더욱 심각하다고 봐야하겠죠.

<1989~2003년 노동부 공식집계>
전산업 재해자수 1,317,460명 / 건설업 351.298명 ⇒ 건설업 재해자만 26%
전산업 사망자수 37,453명 / 건설업 9,570명 ⇒ 건설업 사망자만 25%

공식 통계 만 보아도 15년 동안에 36만 여명이 죽거나 다쳤다니, 15년 만에 진주와 같은 도시에 사는 시민 전체가 사망하거나 다쳤다는 겁니다.

◇ 5대 재래형 사고의 반복

건설 현장에서는 5대 재래형 반복 재해가 전체 업무상사고 재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매우 고질 적인 문제입니다. 재래형 사고라 칭하는 것은 이 사고가 가장 흔하고 가장 오래됐고 가장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재해이기 때문입니다. 5대 재래 형 반복재해는 추락, 협착, 전도, 충돌, 낙하비래를 말합니다. 추락은, 높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것이고. 협착, 건설장비나 자재 같은 것에 끼이는 것. 전도, 넘어져서 다치는 것. 충돌, 건설자재나 중량의 물체에 부딪히는 것, 낙하비래는 떨어지는 물체에 얻어맞는 거죠. 

이런 재래형 사고는 안전시설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오직 공기단축을 통한 이윤 확보에만 여념이 없는 건설 자본의 탐욕이 5대 재래형 사고를 양산하는 것입니다.

◇ 공황장애 및 우울증

공황장애라고 한다면 이전 방송에서 지하철 기관사 노동자들이 사고의 충격으로 겪는 정신적 질환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건설현장에서도 공황장애를 겪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2003년 12월 경기도 안산 시화호 근처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한명이 작업 중에 쓰러진 일이 있었는데요, 병원에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노조 측에서는 직업병으로 인정받기 위해 산재처리를 받고자 했지만, 결국 1년 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불승인 결정을 내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는 벽돌을 쌓거나 마무리 내장작업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도급 노동자로 장당 얼마씩의 임금을 받는 것이죠. 벽돌 쌓는 일을 예로 들자면, 6~7년 전에 한 장당 65원 정도 받았는데 지금도 60원에서 70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물가는 올랐는데 임금은 그대로이니 조공(보조)과 함께 일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혼자서 하게 된 것이죠. 벽돌공이 생계를 위해서는 하루에 1000장 이상의 벽돌을 쌓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립된 환경에서 장시간 반복 작업을 하기 때문에 공황장애 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약물중독의 증상도 빈번하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 근골격계 직업병

근골격계 질환 역시도 반복 작업으로 심각한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새벽에 출근해서 보통 12시간 노동을 하게 됩니다. 반복적 작업/중량물 작업을 장시간 행함으로써 근골격계 직업병의 위험에 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 건설현장의 물리․화학적 유해요인

‘노동자 노동자’가 방문했던 다른 사업장들에서는 최소한의 보호 장비만을 착용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건설현장에서는 그것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보호구 지급은 건설 사업주가 아니라 다단계 하도급의 최 말단인 팀장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팀장은 하도급을 7~8차례 거치면서 아주 낮은 임금으로 일을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보호구를 지급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심하게는 면장갑조차 자기 돈으로 사서 써야하는 것이 건설노동자들의 안전실태입니다.

노동자들이 보호 장비도 없이 여러 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죠. 건설현장에서는 일이 정확하게 분화되어 있어서 철근 자르는 사람은 철근만 자르고, 벽돌 쌓는 사람은 벽돌만 쌓는 일을 합니다. 특정 작업에 특정 원자재가 쓰이니, 유해 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의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흔히 ‘새집 증후군’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벤젠, 톨루엔 같은 화학 물질이 함유된 마감재가 있지요. 그 자재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내장 작업 노동자들에게는 호흡기 질환이나 심장병, 나아가서는 암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입니다. 또 건설현장이 실외작업이기에 소음이나 분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이겠지만, 이전에 살펴봤던 조선소나 주물공장에 비한다면 더욱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산재은폐

산재 은폐는 건설 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에서는 정도가 심합니다.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노동재해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은폐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종합건설업체 중 하나가 그 공사를 낙찰 받아서 동별로 전문건설업체들에게 분산해서 나누어줍니다. 전문건설업체 역시 시공참여계약서를 통해 공정별로 팀장에게 도급을 주는 것이죠. 합법이건 불법이건 다단계 도급 상태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종합건설업체나 전문건설업체가 그 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도급 입장에서는 원청의 눈치를 봐야하고, 원청의 사업장 재해율이 상승되는 산재를 가능한 알아서 처리하고자 하는 겁니다. 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다단계 하도급을 합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지만 시공참여자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불법 도급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수직적으로 도급에 도급을 주는 구조이지만 모든 도급이 전문건설업체와 계약되어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겁니다. 이로 인해 재해를 미연에 방지할 안전시설이나 장비는 실종됩니다. 또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면서도 인력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으니, 근골격계 질환과 공황장애와 같은 직업병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재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산재보상은 어려워지고요. 이렇게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입니다.

마치며

이렇게 해서 건설현장의 노동환경을 살펴보았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보이는 표어나 포스터들이 전부 노동자의 안전의식을 강조하는 것들뿐이었습니다. 실제 현장을 살펴보면 안전이 실종된 원인이 바로 도급의 구조와 공사비용을 줄이려는 현장의 썩은 관행이 주요한 것임에도 말입니다.

건설 현장의 특성상 일용직 노동자의 조직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건설현장의 문제는 현장 노동자가 조직되지 않고는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혹시 이런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건설 노동자는 주위에 건설노조를 주위 깊게 살펴보세요. 어려운 여건에서 당차게 활동하는 동지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얼른 그 동지의 손을 잡으세요. 다음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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