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월/새세상열기-교육] 고통스런 교육 현실,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일터기사

고통스런 교육 현실,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1회. 한국 교육의 현실과 핵심적인 문제점

진보교육연구소 소장 이 현

이 글은 3회로 나누어서 실릴 것이다. 첫 번째 글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고 핵심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짚어볼 것이다. 두 번째 글은 다양화·자율화로 포장되어 있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 정책의 본질적인 성격이 무엇이고 이런 정책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진단해 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글에서는 한국 사회의 교육 운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가를 탐색해 나갈 것이다.

노동자-서민의 교육에 대한 소박한 소망

우리들이 교육에 기대하는 소박한 소망은 무엇일까? 우선은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여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교육기회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고 과중한 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 등일 것이다.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교육기회가 주어졌던 중세의 왕조 시대와 달리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육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 기회이자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은 만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기보다는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점차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서고 있다. 교육은 모두에게 열린 기회로 다가서기보다는 돈 많고 정보도 많고 시간적 여유도 많은 이른바 상류층만을 위한 잔치로 변질되고 있다. 그래서 매번 선거 때만 되38  면 교육문제는 핵심적인 쟁점이 되고 수많은 정치인들이 다양한 공약과 대안을 내세우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대다수의 학생을 실패자·패배자로 만드는 교육(아이들을 죽이는 교육)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학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 성적 경쟁일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학급 수준, 중학교에서는 학교 수준, 고등학교에서는 전국 수준에서 학생들은 주로 영어·수학 등 이른바 주요 과목의 성적순으로 일렬로 서열화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교육은 오로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떨어지고 성적 순위 경쟁이 학교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과잉된 서열 경쟁은 대다수의 학생들의 마음과 몸을 병들게 한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고교생의 86.4%가 학습과 시험 때문에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자퇴를 고민해 본 것으로 드러났으며, 1/3은 가출을 고민해 보았고, 5명 중 1명은 자살충동까지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배움의 기쁨이나 학습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학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커다란 문제는 이런 현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패배자와 실패자로 내몰리고 깊은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해 60만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 중 최후에 1% 미만 정도만 만족하는 현실에서 대부분은 패배의식을 내면화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성적경쟁이 치열해지는 상급 단위의 학교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배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교육을 통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기보다는 깊은 절망과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죽이는 교육인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교육 (유전 일류대, 무전 삼류대)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보완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부모 세대의 불평등이 자식 세대로 그대로 대물림되는 것을 막고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80년대까지는 교육을 통해 일부 사람들이 계층 상승이나 부모와는 다른 직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이런 기회는 거의 봉쇄되고 있으며 교육이 부모세대의 사회적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래의 표는 한국 교육 개발원에서 조사한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른 명문대 진학률이다.

부모의 소득이 600만 원 이상인 경우 부모의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보다 명문대 진학률이 무려 20배 이상에 달하고 있으며, 정확히 부모의 소득 수준과 명문대학 진학률이 정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학업 성적은 그들 스스로의 능력이나 재능, 노력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그리고 자녀들을 관리할 수 있는 생활적 여유 정도 등 결국 부모의 능력에 의해 결정되며, 이와 같은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 최고의 부모는 “돈 잘 버는 아빠와 집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 아이들의 생활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엄마의 조합”이라는 웃지 못 할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부모의 능력이 곧바로 아이의 능력이 되는 시대, 부부가 뼈 빠지게 맞벌이를 하여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해도 원망을 들을 수밖에 없는 시대, ‘유전 일류대, 무전 삼류대’가 현실이 되고 있는 시대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교육 현실이다. 바야흐로 교육을 통해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는 현대판 신분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중이다.

급증하는 사교육비, 멈출 줄 모르는 대학등록금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이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재능이나 역량을 키우는데 거의 관심이 없다.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대학이 명문학교이고 아이들 성적을 올리는 데 재주 있는 교사가 가장 훌륭한 선생이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성적의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따라서 한국의 사교육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서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한이 팽창할 수밖에 없다. 가난한 노동자-서민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사교육에 투자하면 돈 많은 중상류층들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다시 노동자-서민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하여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 다시 중상류층들은 격차를 유지하기 위하여 더 많은 지출을 감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교육비는 매년 급격히 팽창하고 있으며 드디어 사교육비 총액이 20조원을 돌파하였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총액이 통계청의 조사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의 비율이 77%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사교육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산촌 지역의 학생이나 대학진학을 포기한 실업고 학생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많건 적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교육이 정말로 아이들에 필요한 재능을 길러주는 것이라면 자기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자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픈 것이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성적 경쟁을 위한 것이라면 경쟁에서 실패하는 순간 그 동안의 투자는 모두 물거품이 된다. 그리고 위에서 본 것처럼 대부분의 노동자-서민의 자녀들은 실제로 경쟁에서 실패한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해, 그리고 부모 된 책임을 떨칠 수 없어서 뻔한 실패가 예견되면서도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잔업과 철야를 마다하지 않고 헐값의 파트타임 일자리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서민 부모들의 처지이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부모가 교육비를 벌기 위해 가정을 비우는 사이에 혼란과 방황의 길로 빠지기 일쑤이다.
겨우 대학입시의 관문을 통과하면 이 번에는 엄청난 대학 등록금 폭탄이 기다라고 있다. 드디어 대부분의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일반 물가 상승률보다 최소한 2배가 넘었으며(보통 7~10%), 앞으로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계속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이에 대i한 아무런 대안도 내놓고 있지 않다. 등록금이 비싸면 대학에 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학진학률은 대략 82%정도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이 특권 계층이 되기 위한 특별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누구나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일반적 과정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 등록금이 아무리 비싸도 대학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 : 입시경쟁교육 – 대학서열화 – 학벌사회

위에서 열거한 교육문제들 이외에도 사실 수많은 교육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노동자인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게 만드는 교육내용들, 실제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가 될 노동자와 서민의 삶과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고 오히려 가진 자들과 소수의 특권층을 옹호하는 내용을 배워야 하는 교육과정. 학부모로서 의무만 존재하고 권리는 부재하는 관료 중심의 교육행정의 문제 등등..
그런데 이런 다양한 교육문제의 핵심에는 교육이 과열된 학력(어느 단계의 학교까지 나왔는지)과 학벌(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놓여 있다. 어떤 이들은 교육에서의 이러한 경쟁 한국사회의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따라서 앞으로도 경쟁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런 주장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거짓임이 들어난다. 모든 경쟁이 소모적인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상위 서열에 들기 위한 현재의 교육 경쟁은 가장 낭비적이고 무모한 경쟁이다. 만약 현재 교육에 투자되는 모든 비용과 자원들을 그리고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엄청난 노력들을 무모한 성적 서열 경쟁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리의 교육은 개인의 성장이나 사회의 발전을 모두를 위해 엄청난 긍정적인 효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교육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추구할 수 없다. 교육은 교육을 받는 학생들 개개인의 행복과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 만드는데 가장 기본적인 목표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력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극심한 사회→ 학벌 차별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일렬로 서열화된 대학체제(정점인 서울대부터 지방의 이름 없는 사립대까지)→ 상위 랭킹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극렬한 대학입시 경쟁→ 대입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입시중심교육과 사교육의 무한확대→ 대다수의 아이들을 실패자로 내모는 입시경쟁교육과 학부모 부담의 급격한 팽창…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여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교육시장화 정책은 이런 악순환을 해결할까 아니면 더욱 악화시킬까? 과연 이런 악순환을 벗어날 현실적인 방안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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