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월/현장의 목소리]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 비리척결 투쟁 가장 차별받는 곳에서부터 저항을 조직하자!

일터기사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
비리척결 투쟁
가장 차별받는 곳에서부터
저항을 조직하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박경석

‘아, 에바다!’ 장애인생활시설 비리의 대명사이다. 7년 동안의 투쟁으로 사회복지법인 에바다의 이사회는 공익이사진으로 전원 교체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에바다 이외에 다른 사회복지법인에서 시설 비리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시설 민주화를 위한 정립회관 투쟁에서부터 청암 재단, 성람재단, 석암재단과 같은 사회복지법인의 이름으로 생활시설을 운영하는 곳에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시설비리와 인권유린들. 그것들에 대항하는 질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더욱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더욱 조직화되고 정치권력과도 유착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석암재단은 장애인 및 노인을 상대로 생활시설 6곳을 운영하고 있다. 석암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했던 자는 이부일 이사장이다. 그는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 ‘업무상횡령’, ‘사기’,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아서 현재 형을 살고 있다. 그와 공모하여 시설비리를 저지른 이부일의 사위 제복만, 이부일의 처남 홍정환 또한 같은 죄로 각각 징역 2년과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친인척 관계인 그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6개 시설을 운영해왔는데, 생활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밥값, 옷값, 장애수당, 난방비, 그리고 종사자 인건비 등을 횡령하고 사기치고, 후원금을 착복하는 수법으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웠다. 그 액수가 수십억원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와 탄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는 시설비리의 전형으로, 악질적이고 야비한 수법으로 국고보조금을 갈취하고,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과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이다.

석암재단의 시설비리가 들통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부일 전 이사장은 재빠르게 자신의 사위인 제복만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주고 형식적으로 석암재단에서 빠져나왔다. 석암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제복만은 자신은 비리사건과 무관하다며 관할 구청인 양천구청의 방조와 비호 아래 이부일 전 이사장과 함께 비리로 문제가 되었던 이사진 모두를 자신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교체하였다. 형식적으로는 비리와 무관한 석암재단의 이사진이 새롭게 꾸려진 것이다.

하지만 제복만은 2심 재판에서 이부일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는데, 사전에 이를 감지하고 2심 공판 전에 석암재단 이사장직과 그가 맡고 있던 석암재단 산하 시설 베데스다요양원 원장 자리를 내놓고, 호형호제하던 윤태묵에게 이사장직을 넘겨준다. 물론 이렇게 한 것은 실형이 끝난 후에 다시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석암재단의 비리를 밝혀내고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 석암재단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베데스다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인권단체 그리고 성람재단 투쟁을 수년간 하고 있던 금속노조 소속 성람노조 동지들은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 공동투쟁단’을 구성하였고, 시설 자체 내에서는 생활인 20여명이 ‘석암재단시설비리척결과 인권확보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시설 내부에서 투쟁을 계속하였다.

공동투쟁단의 투쟁 과정에서는 성과도 있었지만 고통도 있었다. 성람과 석암재단 등 사회복지시설비리 문제와 함께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 국가에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50일 동안 노숙농성을 했다.

투쟁이 힘든 것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지만, 투쟁 주체의 변절은 견디기 힘들었다. 석암재단 노동조합을 이끌며 함께 투쟁했던 박현숙 지회장이 제복만과 결탁하면서 베데스다요양원의 사무국장으로 취임한다. 박현숙은 이부일이 저지른 죄를 제복만이 뒤짚어 쓴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구명운동에 나선다. 또한 박현숙은 비리가 완전히 척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석암재단 노조 지회장으로 나선 박미순 지회장에게는 꼬투리를 잡아 3개월 정직 조치를 하고 기존에 자기를 따르던 노조원들을 회유하여 박미순 지회장을 절차도 무시하면서 탄핵하게끔 만들었다. 함께 투쟁했던 노조가 이제는 지회장과 몇몇 조합원을 제외한 대다수가 제복만 쪽으로 돌아서 버렸다. 어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시설의 주요요직을 자기네들이 장악하면서 시설비리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생활인들을 회유하고 탄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석암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제복만은 유죄판결로 어쩔 수 없이 물러났지만 그가 구성한 이사진 그리고 어용으로 돌아선 박현숙 전지회장과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시설 권력을 장악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암에서 시설비리척결은 제복만이 구축한 이사진 전원을 시설 운영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다. 또한 제복만을 적극적으로 구명하면서 시설에서 투쟁하는 생활인들을 탄압하는 박현숙 사무국장과 어용 노조세력들이 시설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관할구청인 양천구청은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설의 기득권을 비호하고 방조하여 왔다. 시설비리는 사회복지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게 되어 있는 복지전달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공공 성격인 사회복지가 사유화되어 있어 장애인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돈벌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살아가야 하는 시설중심의 정책, 봉건적이고 낙후된 복지 정책이다. 대규모 시설에서 짐승처럼 사육되는 사람들은 시설장의 치부 수단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설장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이들을 자신이 사랑과 봉사로 돌보고 있다고 ‘착한사람’으로 미화하면서 지역토착세력과 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들에 책임이 있는 중앙정부, 보건복지부는 법제도 규정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발뺌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이것이 시설비리가 계속 자행되는 충분조건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응하는 세력들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일시적이며 현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나긴 에바다 투쟁을 치르고도 이후에 또다시 일어난 시설비리에 대하여 함께 연대하고 투쟁할 조직이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시설비리를 통해 온존하는 그들 세력은 마피아 조직처럼 돈과 권력과 지방토착세력이 연계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시혜와 동정’, ‘봉사’의 이데올로기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노동자들에겐 자기검열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비리척결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그 투쟁은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과 공공성을 쟁취하는 투쟁이다. 그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회복지시설 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 생활하는 당사자들 그리고 함께 하는 연대세력의 든든한 결합을 조직해 내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투쟁은 더욱 철저해야 한다. 가장 낮은 곳, 가장 차별받는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고 그 투쟁을 지원할 전국조직이 건설되지 않고서는 여전히 우리는 원시적인 형태로 서로가 갈라져 거대한 괴물같은 시설비리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지원할 뿐 아니라, 국가책임을 방기하는 보건복지부를 향한 직접적인 투쟁을 조직해 제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투쟁에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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