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월/기획 – 현장안전보건활동 들여다보기] 건강검진

일터기사

건강검진

정리: 한노보연 집행위원, 선전위원 김재광

건강검진은 안전보건에 있어 예방적 행위이며, 동시에 사후 관리이다. 건강검진은 특정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차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여 작업장 개선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검진에 대한 현장에서의 대응은 건강 이상에 대한 조치 뿐 아니라 작업장 개선의 기제로 활용하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건강검진에 대한 회의 및 무용론까지 심심치 않게 거론되기도 한다. 자본 측은 비용절감과 규제완화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노동 측에서는 실효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분명한 구분점은 있으나, 건강검진(특수건강검진을 포함한)이 현장에서 그 의미를 적정하게 실현하고 있지 않음은 사실인 듯하다. 이러한 배경 하에 현장에서는 실제 건강검진의 실태는 어떠할까?
이번 호에서는 충청 지역의 금속제조업 사업장과 화학제조업 사업장, 그리고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검진을 하긴 하는데..

금속제조업이나 화학제조업 사업장은 일반검진 뿐 아니라 특수건강검진이 시행되는 사업장이며, 대상자도 상당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두 사업장 모두 특수건강검진을 포함한 건강검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J사업장의 경우 주로 특수건강검진에 있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된 계기는 검진이 형식적이고, 작업환경과의 연관성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검진기관에 대한 불만이었다. 2007년 특수건강검진기관 파동에서도 드러나듯이, 현장에서는 검진기관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았다. Y사업장 역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믿고 의뢰할만한 기관이 여의치 않음을 고충으로 털어 놓았고,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도 상황은 이와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현장이 검진사업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는 우선, 검진의 의뢰 및 비용의 결정자가 사업주라는 것, 이로 인해 검진 기관이 사측의 의중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둘째, 검진 이후 설명회 등이 만족스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 사업장 모두 검진기관에 대하여 썩 만족하지 못하고 있거나, 검진기관을 교체하여 시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양 사업장 모두 검진기관 선정 및 시기 방법에 있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및 실행기구에서 노사합의하고, 검진 시 참관 함에도 이러한 문제가 말끔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검진기관의 문제는 현재 제한된 상태에서 좀 더 나은(?) 검진기관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검진기관이 제한된 현재의 구조에서는) 검진 이후의 적극적 대처가 현실성이 있다 하겠다. Y사업장은 2006년부터 집체 설명회에서 부서별 설명회로 집중성을 높이고, 조합원의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검진에 대한 조합원의 욕구(검진기관, 결과 등)가 증가하는 만큼 검진 이후 결과(발생 원인과 정도)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 방식이 더욱 더 요청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검진기관 자체가 열의를 갖게 하는 자극이 될 것이고, 검진기관의 책임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양 사업장이 지역에서는 중상(中上) 정도의 활동 양상이라고 하니, 이에 미치지 않는 사업장은 기관의 선정/검진 방식/결과 공유방식에 대해 노조가 개입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의 과제일 것이다.

검진 이후가 진짜 문제다

양 사업장 모두 검진 이후 사후 조치(건강개선, 작업장 환경 개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검진 이후 변화가 없다면 노동자에게 있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이러한 사후 관리를 위해서는 검진기관의 결과를 축적된 정보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함을 적극 동의하고 실행하고 있다. 축적된 정보의 관리는 엉터리 검진을 예방하고 발견하는데 중요한 근거인 것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편 작업공정의 개선 역시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예컨대 난청인 작업자의 공정을 이동하고, 청력보전 프로그램 도입을 시도하고, 작업 기계를 밀폐하여 최대한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 등이 있다. 생각보다 소음은 건강을 위협하는 처치곤란의 유해인자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비용이 크게 요구되는 근본적인 변화에는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해인자로부터의 노출 시간을 줄이는 것이 답일 것인데, 이점에 있어 양 사업장 모두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제도적인 부분에서 검진의 폭을 넓히고, 법적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실효성 있는 사후 조치를 강제하는 것이 앞으로의 개선 사항이라고 응답하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후 조치를 적은 경비로 하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므로, 이를 강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관심과 조직력이다. 제도가 있으나 이를 실행할 지침과 감시할 조직력이 현장에 존재하지 않으면 제도는 공수표일 뿐이다. 양 사업장 모두 제도가 있어 저절로 이행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조직력을 통해 개입하고 감시하는 활동이 있어 제도가 활력을 갖는 것이다. 양 사업장이 모든 제조 사업장을 대표할 수는 없겠으나, 안전보건활동이 수년간 진행된 그들 사업장의 고민은 실상 “사후 관리”임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점차 지역본부를 통해 안전보건활동을 확대하려하고 있으나, 각 지역마다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점차로 지역본부에 안전보건담당자가 선임되고 안전보건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K지역본부는 민주노총의 전체적인 관심 이전부터(성과의 여부를 떠나서) 꾸준히 안전보건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했던 본부이다. 본부에서는 검진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본부의 기본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안전보건은 누가 담당하나요?

2008년 2월 지역이 분할되었고 현재는 관할 조합원은 30,000명 입니다. 주로 자동차 업종 중심의 타이어, 전자, 반도체 산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30,000 명의 조합원 중 금속제조업이 16,000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직2국장이 노동안전보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본부에서는 주로 어떠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2000년 근로복지공단 서류조작 은폐, 광주 김병원 특수건강검진 조작은폐, 여수, 광양 목포대불산단 중대재해 사고대책 등 사업장 수는 적지만 화학, 조선, 제조 등 다양한 산업이 존재하고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00~2003년은 우리 본부에서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 사업장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단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 노동자의 기본인 연대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안전보건활동을 2000년 초로 복원하는데 최우선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의 사업장의 검진 문제에 관하여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2002년 LG정유 특수건강검진조작 은폐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노동자 건강검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 대응 과정의 결과로 현재도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기관의 감시, 비판, 간담회가 비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인천 소재 Y병원 건강검진팀의 무자격의사가 건강검진을 한 사실이 들통나 영업정지 등의 투쟁을 병행한 경험도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검진 및 측정과 관련하여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2008년에는 아직 못하고 있지만, 2007년에 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서 건강검진기관 모두를 불러서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건강검진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의 허심탄회한 질문과 건강검진기관들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건강검진이 형식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직업병도 찾지 못하는 일회성 검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이외에 본부 차원의 집단적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관련한 대책은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하반기에 노동안전보건 정책자문단을 구성하여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사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2007년에 이어 ‘이번 건강검진 시 이것만은 지켜보자’라고 하여 몇 가지를 시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건강검진팀 사진을 칼라로 복사하여 건강검진 입구에 부착하자. 산업의학과 상담을 최소 3분 이상 진행하자. 산업의학과 상담이 150명을 넘지 않도록 하자 등을 결의하고 시도한 바가 있습니다.

검진 이후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검진 이후 관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수의 사업장에서 건강검진 설명회 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건강검진 결과표도 노동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사업장이 있습니다. 이점에 대한 대책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검진에서 개선할 사항이 무엇이라 보시나요?

제도적 측면에서 보자면 사업장에서 수많은 유해물질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특수)건강검진항목은 획일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 검진을 통해 직업병 또는 의심자를 찾았다고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소음성 난청 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특수)건강검진이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수)건강검진은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한편으로 제일 걱정스러운 점은 ‘현장에서 건강검진사업에 임하는 태도’입니다.
자기 사업장에 맞는 건강검진이 무엇인지, 어떠한 항목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건강검진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라는 고민들이 적습니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태도가 건강검진을 부실하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검진기관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건강검진기관들은 “여우”라고 생각합니다. 최소 인력, 최소 시일 내에 건강검진을 맞춰야 이익이 남습니다. 심지어는 비도덕적인 방법을 통해 건강검진이 이루어고 있음에도 전혀 반성도 하지 않습니다. 내년에도 건강검진을 계속하기 위해 사업주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검진기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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