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8월 |특집] 반달이야기

일터기사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기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겪는 건강 문제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심각하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억압하는 무노조 경영이나
어용노조를 이용한 노동탄압 문제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반도체, 전자산업의 공통점입니다.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권을 짓밟아온
반도체, 전자 산업의 질주에 제동을 걸고 싶습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재해와 환경오염에 눈감는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7월 21일부터 7월 23일까지
“건강하게! 인간답게! 노동자답게!”라는 구호를 걸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7월 공동행동‘반달’을 시작합니다!”

– 반달 공동행동 선포문 中에서 –

※ 일정으로 보는 2박 3일 반달 활동기※

10시 / 기자회견 / 심사청구 접수 및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 / 근로복지공단 본부앞 (영등포)
→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현재 투병 중이거나 운명을 달리한 노동자들 중 산재신청한 5명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전원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대한 긴 논의를 거친 후! 공단에 심사청구를 하고 반노동자적인 근로복지공단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가며 반올림의 애초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삼성 반도체를 비롯한 전체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에 대한 선전을 계속해나가기로 하였다.

13시 / 온양에 뜬 반달 / 집회 + 길거리 선전 /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앞
→ 삼성전자 온양공장 앞에서 열린 「삼성백혈병 산재인청 촉구 및 무노조경영 삼성 규탄대회」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가능한 삼성 공장 앞 집회가 새벽 달리기 끝에 이루어졌다. 현장 노동자들의 교대시간에 맞추어 진행된 집회였지만 현장 노동자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교대시간을 훌쩍 넘겨도 밖으로 나오는 현장 노동자들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간 삼성 투쟁을 해왔던 동지들에 따르면 아마도 교육 등을 핑계 삼아 안에서 현장 노동자들을 붙잡고 있을 것이라 한다. 삼성의 횡포는 집회 참가자들과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집회 장소였던 공장 앞 인도 옆으로는 빽빽하게 차를 대놓아 지나가는 차들도 집회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반달은 집회를 마친 후, 주변 가게에 유인물을 돌리며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16시 / 천안에 뜬 반달 / 역 + 길거리 선전 / 천안역과 터미널
0:00 / 평가 후 취침 / 다산인권센터(수원)

7월 22일 (수요일)

7:30 / 이천에 뜬 반달 / 출근 선전전 /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 이천에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출근 시간에 맞추어 선전전을 진행했다. 정문과 후문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유인물도 나누어주며 진행했는데 하이닉스 노동자들이 유인물을 받아 꼼꼼히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많은 관리자들이 정문과 후문에서 우리를 맞았지만 거칠게 제지하지도, 유인물을 받아 들어가는 노동자의 유인물을 가로채지도 않았다. 경비원이외의 사람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어제의 삼성 선전전과는 대단히 다른 모습에 다들 조금씩 고무된 모습을 보이기도!

12시 / 부천에 뜬 반달 / 선전전 / 부천시 원미구 반도체 공단지역
→ 부천에 있는 페이차일드 반도체와 동부하이텍에 선전전을 하러갔다. 그동안 삼성반도체 투쟁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지 유인물을 받아들며 “아, 그 삼성반도체 그 얘기구나..” 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도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각종 질환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걸음을 멈추어 유인물을 받아들었고 특히 젊은 여성노동자들은 생리불순, 불임, 유산 등의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16시 / “매듭” 사전교양 / 보건의료학생들과 건강권 관련 교육 / 민주노총 경기본부
→ 보건의료학생들이 여름건강현장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달 둘째 날 오후부터 셋째 날 일정까지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그에 앞서 진행된 학생들과의 건강권 교육은 공유정옥 동지가 함께 했는데 활동 마무리 후 매듭 자체 평가를 통해 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매듭의 활동 방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이후 함께 할 수 있는 일정들을 많이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한다. 반달을 통해 반올림과 함께 할 든든한 동지들을 만났다.

19시 / 수원촛불문화제 / 반올림 주최로 수원촛불 문화제 개최 / 수원역 광장
→ 수원지역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수원역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반달 둘째 날, 68차 수원촛불에 반달이 함께 하게 되었다. 반도체 문제에 대한 영상도 함께 보고 매듭동지들이 준비한 율동과 발언, 반올림 발언과 노래공연, 선전전을 진행하며 수원시민들을 만났다. 수원 촛불에는 반올림을 비롯해 미디어법, MB정권에 반대하는 여러 단체들의 선전도 활발했는데 1년 넘게 매주 수요일, 수원역 앞을 지키며 수원시민들을 만나온 이들이다. 반올림 활동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 노동권을 지키며 질기면서도 반짝거리는 활동을 만들어가야 겠다.

0:00 / 정리 후 취침 / 권선4지구 철대위(수원 영통)
→ 권선4지구 철대위는 10년을 훌쩍 넘겨 철거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지만 조만간 권선4지구의 철거가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각종 철대위 활동 관련 재판을 받고 저녁에는 반달, 매듭과 함께 하며 애써주신 권선4지구 철대위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7월 23일 (목요일)

9시 / 간담회 / 학생들과 유가족간담회 / 숙소
→ 유가족과 매듭 학생들의 간담회. 고 황유미씨의 아버님은 각 단체가 모인 반올림을 비롯해 매듭학생들까지, 이렇게 많은 이들이 유미씨의 문제에, 반도체 노동자들의 문제 함께 하고 있는 것이 너무 벅차다 하신다. 반올림이 만들어지기 전, 아버님은 삼성과 노동부를 돌아다니시며 유미씨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해결을 바라셨지만 혼자하는 싸움에 너무 외로우셨단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이종란 노무사를 만나고 이 문제에 함께 맞설 이들을 만나며 반올림이 만들어진 지금, 아버님은 깜깜하기만 했던 하늘에 수 십개의 별이 반짝거리는 기분이라 하셨다.

11시 / 선전물 작업 / 오후 선전전 준비 / 숙소
→ 반달기간에 사용할 선전물을 욕심만큼 준비해오지 못했다. 기존에 사용했던 많은 피켓들과 플랜카드를 사용해서 이틀 동안 선전전을 진행했는데 역시 부족한 감이 있어 매듭동지들이 선전물을 만들기로 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멋진 피켓 6개를 완성했다. 자, 이제 수원역, 대형마트 앞, 아주대병원, 기흥공장으로
고고고!

14시 / 수원에 뜬 반달 / 삼성 출·퇴근차 및 길거리 선전전 /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인근
→ 네 곳에서 약 2시간동안 이루어진 선전전. 수원역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2시 교대를 생각해서 배치했는데 삼성의 출퇴근 버스가 시간이 되어도 오지않는다. 선전전을 정리하고 가려는데 저 멀리서 삼성버스가 등장, 급히 선전물을 들고 줄을 맞추고 보니 빈 버스다. 그렇게 몇 대의 출퇴근 버스가 빈차로 지나가더니 웬 이상한 버스를 타고 온 10여명의 삼성반도체 직원들이 내린다. 물론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니 정확치는 않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선전전 하는 이들을 보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유인물이 몸을 닿을새라 저 멀리 돌아서 길을 간다는 정도로 그녀들이 삼성반도체에서 다니며 교육을 받은 현장 노동자들일 것이라 예상해본다. 삼성반도체에서 10년을 넘게 일했던 애정씨(고 황민웅씨의 배우자)의 말처럼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삼성반도체에 들어와 기숙사-공장-기숙사-공장을 오가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삼성은 그녀들이 아는 세상의 전부이고 세상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창(窓)일 것이다. 삼성의 창을 통해 바라본 반올림은 그녀들의 눈에 어떤 모습일까. 눈 인사 한 번, 유인물 한 번 제대로 건네어보지 못하지만 더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만나게 될 우리를 기대해본다.

19시/ 추모문화제 / 고 황민웅씨 추모문화제 / 수원 영통 삼성전자 앞 공원
→ 마지막 일정, 황민웅씨 추모제.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삼성관리자들과 노닥거리던 경찰은 추모문화제를 준비하며 걸어놓은 플랜카드에 대해 ‘이건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라며 당장 떼라고 요구하여 싸움이 있었고 교통경찰을 불법주정차 단속한다며 호시탐탐 참석자들의 차에 딱지를 끊으려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시작한 고 황민웅씨 추모제. 하늘색 반달티를 벗고 상복을 차려입은 애정씨가 앉고 2박3일의 반달 일정을 함께한 반올림과 매듭동지들이 그 뒤로 앉았다. 이 날의 추모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코 끝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3일의 활동에 실었던 마음이 황민웅씨의 죽음을 이전과는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나보다. ‘활동에 나를 싣는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2박3일의 반달 활동은 끝났다. 각 단체에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한 일정이지만 참여자의 들고남이 크지 않았고 진행 또한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반달 활동을 통해 구성원들의 결합력도 높일 수 있었고 반올림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앞으로 더 긴 활동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점검할 수 있었다. 이후 반올림은 반도체에 빼앗긴 IBM 노동자들의 삶과 삶 터, 그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를 담은 ‘Challenging the Chip(반도체에 맞서다)’이라는 책을 번역하여 발간할 예정에 있고 AMRC(아시아감시센터) 주최의 ‘전자산업의 노동, 산업, 환경 기준 국제회의’에 참가해 삼성반도체 투쟁을 발표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을 지키는 콘서트도 기획 중에 있다 샘솟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이어질 반올림 활동에 독자여러분들의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한노보연 선전위원 이 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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