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9월 |포커스] 4대강예산, 위기의 보건의료를 살리는데 쓴다면?

일터기사

4대강 예산,

위기의 보건의료를 살리는데 쓴다면?

보건의료단체연합정책위원, 한노보연 송 홍 석

정부가 4대강을 정비하는데 22조2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의 세금을 쓴다고 한다.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4대강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는 물 부족과 수질관리, 홍수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4대강 강바닥에 쏟아부을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하천의 생태계만 파괴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자와 기업들을 위해 5년간 1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금 감면으로 국세가 부족하여 각종 사회복지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마당에 그것도 모자라 대형 건설사들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대형건설사들의 배만 불릴 국민의 혈세 22조2000억 원, 만일 이 돈으로 국민들의 어려워진 삶을 돌보는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들의 건강을 돌보는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4대강 예산과 사회복지 예산의 축소

지난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른 감세규모는 2012년까지 누적으로 9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건설사에 퍼주기식 ‘4대강 사업’에 총 사업비 22조 2천억원, 내년에만 모두 6조700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이러한 재정압박은 서민을 위한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사회공공연구소가 분석한 지난 7월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 요구안을 사회공공연구소가 분석한 글 ‘2010 MB 예산요구안’을 보면, 내년도 복지지출액은 82.1조원으로고작 1.7조원 증가한다. 증가율 2.1%. 이것은 물가상승율 3%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0.9%가 감액되는 지출액이다. 복지는 매년 제도 성숙에 따른 자연증가분이 가장 큰 분야이다. 예산 증가액 1.7조원은 국민연금 급여 자연증가분 1.5조원의 몫에 불과. 이외에도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급여,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정부지원금 등의 자연증가분이 존재하나 이것을 위한 예산 고려는 없다. 결국 내년 복지지출 한도내에서 제도적 자연증가분을 충당하기 위해선 기존 복지사업의 대대적인 축소가 불가피하다.
실제 보건의료 예산도 319억원으로 3.3% 삭감되었고, 사회복지 일반예산도 1,483억원 삭감되었다. 신빈곤층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 260억원(17%)가 삭감되었다. 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내년에 157억원 삭감해 지원대상을 7000여명 줄이는 내용으로 예산요구안을 기획재정부에 낸 것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0조 원이면 암 치료도 감기 치료처럼 돈 걱정 없이

“의료수급권자인 그녀는 간암 환자다. 간동맥 색전술을 받으면 5년 이상 생존도 가능하였지만, 매번 치료할 때마다 내야 하는 돈 100만원을 구할 수 없어서 치료를 중단하였다. 그녀는 그냥 무덤덤하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매우 심한 협심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수 백만원이 드는 돈이 없어 심장혈관확장 시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언제 심장마비가 올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시간속에서 약에 의존한 채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넘긴다.”
“건물 경비를 서다 해고된 40대 중반인 그는 간경화 말기 환자다.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가장으로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치료비 5천 만원이라는 말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병을 키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심심찮게 볼 수있다. 의료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너무 취약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럭저럭 먹고 사는 중산층의 경우에도 큰 병에 걸리면 치료비 걱정부터 앞선다. 또 치료비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주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현실은 피하기 힘들다.(60% 이상의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래 저래 또 부담이다.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상당한 정도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4%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 질환일수록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값비싼 비급여 검사와 신기술 치료, 수술, 고가의 의약품, 주사 치료가 많다.
하룻밤 10만 원 이상되는 1, 2인실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야 하며, 한 달 100~150만 원의 간병비는 치료비 이상으로 부담된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건강보험은 반쪽짜리 구실밖에 못한다는 소리가 딱 맞다. 이런 모양새의 건강보험이 OECD 회원국이 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에 걸맞는 것일까?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서도 감기 치료처럼 돈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 4대강을 삽질하는데 쓰는 돈 22조의 절반만 국민들의 건강에 투자하면 된다.

올해 4월 국회에서 열린’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의료안전망 강화’ 토론회에서 발표한 이진석 글에 의하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쓰는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용은 24조 원, 국민이 직접 본인 부담하는 비용은 법정 본인부담과 비급여 본인부담을 합쳐 13조 원인데, 건강보험재정24조 원에서 10조 원만 늘리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유럽 선진국 수준인 90% 이상으로 확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4대강을 삽질하는데 낭비하는 비용의 절반만 국고 지원해도 요원한 일로만 여겨졌던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6인실 이상의 상급병실 입원료, 특진료, 간병료, 신치료기술, 고가의 항암제, MRI, 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와 치료들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국민들이 일단 체감하게 되면 국민들이 민간보험회사에 의료보험료로 납부하는 연간 10조 원 이상에 이르는 국민의료비 지출 감소 효과도 더불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건강보험재정 확충은 조세방식이나 건강보험료 부담비율의 변경 등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내몸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늘어난다

신종플루 사태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
올해 4월 멕시코로부터 시작된 신종플루가 높은 전염력으로 전세계에 빠르게 확산되어, 우리나라에도 5월 2일 첫 상륙 후 여름철인데도 불구하고 4개월만에 4000명이 넘는 확진 환자가 발생(4명사망: 치사율 0.1%, 전세계적인 치사율은 0.1%-0.5%정도로 보고됨)하였다.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된 현재의 상태에서 최선의 관리는 신종플루 합병증인 폐렴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것과 신종플루 백신 예방접종이다.

공공의료의 확충과 강화가 절실하다.
신종플루 합병증 폐렴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기(증상발생 48시간 이내)에 치료제(타미플루)를 복용하여 폐렴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과 폐렴 발생시 격리 집중치료를할 수 있는 입원치료시설이 필요하다. 8월 21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455개 민간병원을 신종 플루 치료 중심 거점병원으로 지정하였는데, 이와 관련한 논란은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 병상수 기준 10%에도 못 미치는 취약한 공공의료인프라로 인해 정부는 455개 민간의료기관을 거점병원으로 지정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한편, 복지부와의 간담회에서 거점병원 경영자들은 "정부의 다급한 요구를 알겠다. 하지만 거점병원지정 달갑지 않다. 신종플루 환자치료받았다는 소식알려지면 환자 끊기고 입원환자도 옮기려 할 것이다. 제발 철회되었으면" 하며 불만 폭발, 거점병원에서 빼달라는 목소리까지 있었다. 실제 민간거점병원은 격리입원환자를 수용할 시설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게 현실. 격리 중환자실 병상수는 매우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대부분 약제내성 폐렴환자나 폐결핵환자가 입원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격리 입원실의 경우에도 민간병원의 입장에서는 운영을 꺼려하는게 사실이다.

4대강 예산을 공공의료의 확충에 쓴다면?

공공인프라의 확충은 비단 신종전염병의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 때문에 제기되지 않더라도 한국 보건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문제이다. 압도적인 민간 위주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는 국민의료비의 낭비적 요인과 의료의 불평등 문제를 유발하는 핵심적 요인이다. 현대, 삼성과 같은 재벌병원들이 등장하고 병원들이 대형화되고 고급화되는 추세 속에서 수익성을 쫒아 과다하고 불필요한 검사, 비싼 검사 위주의 고비용 진료행태, 각종 비급여 항목 등의 끊임없는 개발로 국민의료비 상승, 이로 인해 국민들이 져야 할 의료비 부담은 끝이 없을 것이다. 병상수 기준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병원을 병상수 30%까지 확충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대선공약과 연구용역 결과물들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하였다.

참여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병상 30% 확충하는데 드는 비용을 추계한 연구(2004년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용역의뢰한 공공병원 확충개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총 21조원의 돈을 들이면 4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을 144개(58,600병상)나 만들고, 공공요양병원을 무려 570개(114,000병상)나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왠만한 시·군·구에 하나씩은 나에게 과도한 검사를 유도하지 않고 내 몸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들어선다는 얘기다. 또 4대강 사업 첫 1년에 들어가는 예산인 6조 7천억이면 400병상 규모의 병원을 76개 신축할 수 있고,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100개, 즉 약 3만 병상을 신축할 수 있다.

물론 현존 공공병원의 문제, 즉 관료주의적 경영, ‘공익성’이 아닌 ‘수익성’을 중심에 둔 평가와 운영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과제이지만, 아마도 그것은 지역 주민과 병원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경영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민영화 당장 중지해야

이처럼 공공인프라가 취약하고 민간병원이 절대 우위(90%) 이상인 상황에서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의료민영화는 국가의 보건의료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수익성 추구가 최고선인 영리병원에게 거점병원을 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료민영화 초기, 영리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당장 크지는 않을지라도 의료의 영리추구가 합법화되는 이데올로기속에서 비
영리병원에게 지금과 같은 거점병원을 일방 강제지정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나 건
강보험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4대강 예산의 0.45%면 신종플루도 막는다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된 현재,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예방백신의 접종이다. 전 세계적인 수요 폭발로 충분한 양의 신종플루 백신 확보에 어려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려는 정부라면 국영 백신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A형간염 백신과 폐렴(구균)백신이 동이 나서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납득하기 힘든 대한민국에게는 국영백신공장은 더욱 절실한 문제다. 백신생산공장 국영 설립의 필요성은 보다 저렴한 백신을 필요한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 외에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A형간염백신, 폐렴구균백신의 생산도 당장 필요하다.

올해 7월 완공된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의 사례를 보면 1000억 원을 들이면 연간 5000만 도스의 생산시설을 갖춘 백신 생산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4대강을 삽질하는데 드는 비용 22조2000억 원의 0.45%인 1000억 원만 조금 더 일찍 투자하였어도 이 같은 백신들을 국민들에게 보다 적기에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여기서 생산된 백신은 백신을 구매할 경제력이 없는 북한이나 제3세계 가난한 민중들에게 무상 또는 저렴하게 지원할 수도 있다.

국민들의 혈세 22조2000억 원은 다시 국민을 위해 쓰라고 정부에게 맡긴 돈이지, 건설사의 배를 채우라고 준 돈이 아니다. 강 파헤치는데 쓰지 말고 국민들의 어려워진 삶과 건강을 되찾는데 쓰자.

※ 한노보연 홈페이지 http://www.kilsh.or.kr – 자료실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및 주민 피해 사례] 자료집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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