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11월호 / 일터다시보기] “MB야, 너라면 일하고 싶겠니?”

일터기사


“MB야, 너라면 일하고 싶겠니?”

-사회서비스 일자리 이야기-


한노보연 배 영 희

우리 옆집에는 결혼 3년차 새댁이 살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제가 이사 오고 며칠 안 된 어느 날 아직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아침부터 누군가 벨을 누르더군요. 문을 열고 보니 옆집 새댁이었는데 내가 들어오라 마라 할 새도 없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이는 이미 너무 심심해 있던 차였는데 누군가 옆집에 이사를 오니 냉큼 티슈 한 통 들고 찾아왔었던 거랬지요.

며칠 뒤 어느 날은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들어오는데 그제야 집을 나서는 새댁을 만났습니다. 어딜 가느냐 물으니 요양관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마다 학원을 다닌다는 거였어요. 우리 동네 전철역 주변으로 사설 요양관리사 학원이 그리 많이 보이더니 거기를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며칠 뒤에 한창 가을 옷을 꺼내어 옷장 정리를 하고 있는데 또 벨이 울립니다. 나가보니 역시나 새댁이었어요. 친정에서 왔다는 감을 한 봉지 들고 들어와 대뜸 어디 일할 곳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있으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그때부터 자기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처음엔 나이도 나랑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더니 조금 후엔 고향이 대구인데 결혼 후 서울에 올라 와 아는 사람이 없어 너무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더니 결혼 전에는 영업 일을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제일 걱정이라며 다시 어디 일할 만한데가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요양관리사일은 어찌 되었느냐 했더니 이제 자격증만 나오면 되는데 정말 할 일이 아니더라는 이야길해요. 그렇다고 들었다니깐 그건 ‘일’이 아니라 ‘하녀’라고 그이는 말하더군요.
제가 왜 이렇게 그녀의 이야길 하는지 궁금하시죠? 일터다시보기 청탁을 받고 09년 일터를 다시 훑어보았어요. 한마디로 참 우울했어요. 더 덧붙이자면 예년보다 좀 더 전체와 세부를 같이 볼 수 있는 기획을 해 나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다시보기를 준비하며, 나름 사회복지에 대한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도 싶었고, 09년 현장의 노동보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도 싶었고, 신종플루를 포함하여 의료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고, 심지어는 노동자의 시에 대해서도 말해 보고 싶었답니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일터에 잘 반영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렇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전체적인 ‘현실’이 우울하다고 느꼈던거고 난 뭘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던거고…

그건 그렇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난 뭘해야 하지?’를 조금 포함해 마저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댁의 삶은 내가 들어봐도 좀 심심합니다. 아침에 신랑 출근시키고 집안 좀 치우면 10시, 함께 가는 사람도 없이 동사무소 헬스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그러고 나면 별 달리 할 게 없다고 해요. 그래서 요양관리사 자격증 과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일을 해볼까 했는데 참 쉽지 않더래요. 고졸에 그 놈의 ‘아줌마’라는 명함이 취업전선에 그닥 반가운 것이 아니더라 하더군요. 식당 아니면 마트인데 자신은 건강이 좋지 않아 엄두도 못내겠더래요. 그러다 보니 시간은 흘러가 버리고 나이는 들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고요.

나는 기혼자니깐 기혼여성들 이야길 할께요.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 키우고 또 나름 자아도 실현하고 공부도 하는 그런 여성, 그런 기혼여성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 아줌마’라고 불리워지는 기혼여성들은 옆 집 새댁의 삶과 그닥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줌마’, 이 한 마디면 사회활동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거나 능력이 후퇴되었다거나 특히 아이라도 있으면 엄청난 제약이(사실 육아의 문제는 오롯이 여성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어 문제인거죠) 있다 치고 한 수 낮게 일할 능력을 평가해 버리지요. 기혼여성들 스스로도 그런 편견에 묶여 사회복귀에 소극적이거나 위축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남편의 월급으로만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형편의 여성은 별로 없습니다. 많은 기혼여성들이 생활에 보태기 위해서, 우리 자식들은 좀 더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라면서 취업을 원하게 되지요.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고 설거지라도 끝내고 9시가 훌쩍 지나 출근해 아이들이 집으로 오기 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 기혼여성들이요. 어떤 일을 해 볼 수 있나요?

어느 여성일자리센타에서 기혼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였더니 취업 희망자가 70%를 넘었고 생활형편과 가계빚 그리고 교육비 때문이었답니다. 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기혼여성을 받아주는 기업, 일자리가 없는 것이 1위, 육아로 인해 자유로운 취업활동이 어려운 것이 2위라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어디어서 얼만큼 받으면서 일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아무곳이나 상관없고 자신들의 제약조건을 감안하면 5-60만원 정도가 좋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작년에 이런 여성들의 고용확대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MB가 그랬다지요?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거쳐 강화된 그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전략, 사회서비스 일자리! 말은 여성, 노인 등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확대를 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확대라고 하지만 ‘취약계층’ 너희들도 일해라. 아니 일하게 해줬으니 이거라도 어디냐라고 말하는 그거 말이지요. (일터 통권 58호 사회서비스 고용에 관한 연구를 참조해주셔요)

가정도우미, 육아도우미, 전문간병인 등등 주로 고전적으로 여성이 도맡아 온 돌봄의 영역을 노동의 영역으로 시장의 영역으로 가져와 이를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확대에 활용하여 사회서비스도 확대하고 일자리도 확대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말입니다.

얼핏보면 어차피 가사일, 육아, 간병은 누가 해주지 않았다면 집안의 ‘여성’이 헌신하여 돌봐왔던 부분이었으니 그것을 일자리화 한다면 한편은 그러한 역할로 메어있던 여성을 조금 자유롭게 해주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돈도 벌고, 일석이조 인거 같단 말이죠. 사회생활이 별로 없었던 여성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돌봄노동은 늘 해오던 ‘익숙한’일이라 나서기가 수월해보기이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참 현실은 가관입니다. 이름은 도우미, 전문 간병인이지만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대접받지도 못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정말 능력없고 할 게 없어 이런일을 한다는 취급, 딱 해야 될 육아나 간병만 하는것이 아니고 온갖 집안일에 빨래에 가족수발 때로는 더 잘 보이려 김장까지 담아주는 현실. 낮은 임금마저 온간 협회가 난무하며 수수료를 떼가는 현실…

원래 지불 안해도 되는 맞춤형 아줌마 노동! 그런 생각인 겁니다. 돌봄노동을 열악하고 질낮은 노동조건으로 고착화시켜놓고, 전체 노동의 질을 하향시키는데 한몫 거들게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런 여성의 돌봄노동을 ‘정규노동’에 편입시키지 않은 채 고용창출입네 할 때는 붙였다, 노동자임을 인정하라 할 때는 떼었다 그런거지요.

나는 오늘도 결혼 5년차 어린 아이 둘 딸린 기혼여성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해 봅니다. 돌봄노동이라는 영역을, 아줌마라는 명명을, 여성이라는 성별을, 수준낮고 마음대로 훼손해 버리고 있는 그런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을 좀 우습게 씹어보면서요. 적어도 이런 취급하는 막되먹은 노동은 하면 안되는거잖아요. 아니 안 할 수 없는 처지라면 노동을 막되먹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니깐요.
정말 나는 뭘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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