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월/해외안전보건연구동향] 911 테러와 복구작업자들

일터기사

911 테러와 복구작업자들

한노보연 회원 김 현

2001년 초가을 아침 뉴욕시 맨해튼. 초고층 빌딩인 세계무역센터에 2대의 항공기가 충돌하였다. 두 빌딩에서 화염에 휩싸여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어느 순간 검은 점들이 건물 밖으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화염에 못 이겨 투신하는 200여명의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하여 화재진압과 인명구출에 들어간 소방관들과 건물 아래에서 주위를 통제를 하던 경찰관들, 그리고 주변의 시민들이 어지럽게 엉켜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건물은 내려앉았다. 그리고 먼지구름이 모두의 흔적을 삼키었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으로 총 90 여 서로 다른 국가 출신 2,750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그 중 411명은 소방관, 경찰관, 그리고 응급구조요원이었다.
911 테러는 즉시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생방송으로 보도가 되었고, 무너진 잔해 속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현장 수습을 위해 전국에서 자원한 사람들이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먼지 속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모두들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잔해를 정리하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먼지를 뒤집어 쓰며 정리 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의 유해먼지 노출에 대한 우려에 산업보건, 산업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모색하였다.

뉴욕 맨해탄에 위치한 마운트 싸이나이 산업의학센터는 즉시 이들을 위한 검진 시스템을 설치하고, 다른 기관들과 함께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여러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5만 명의 구조와 복구 작업에 투입된 작업자들에게 노출된 물질들은 건물 자재로 쓰인 4백톤 이상의 석면과, 그 이외에도 벤젠이포함되어 있던 9만 톤 이상의 항공류, 5십만개 이상의 형광등에서 나온 수은, 컴퓨터에 포함되어 있던 90톤 이상의 납과 카드뮴, 콘크리트와 유리등 건축자제에서 나온 42만 톤의 결정규소, 그리고 디젤이 타며 내뿜은 9백톤 이상의 PAH 등으로 밝혀졌다. 또한 초기 응급 작업자들은 거의 마스크를 사용하지 못하여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2006년, 마운트 싸이나이에서는 2년 6개월간 9,442명의 노출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복구작업 당시 69%가 새로운 또는 악화된 기관지 질환을 보였고, 2년 6개월 이후에도 59%가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는 만성질환으로의 전환을 뜻하며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3분의 1에 속하는 작업자들이 보통 사람의 5배나 줄어든 폐활량을 보였다. 이는 가장 안 좋은 결과로 천식 등에 의한 증상이며, 작업관련 사망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 이외에도 86%에서 상기도 질환을, 51%에서 하기도 질환을, 32%에서 소화기 질환을, 29%에서 근골격계질환을, 그리고 38%에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불안증,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보였다.

그러나 40% 이상이 의료보험이 없었고, 23% 정도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마운트 싸이나이를 비롯한 산업보건 전문가들과 소방관, 경찰관 노동조합 등 노동단체들은 미국의회 증언 등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모든 911테러 복구작업자들에 대해서 일체의 의료비를 무료로 하는 프로그램을 얻어냈고, 2009년까지 이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설치를 보장받았다.

일반적 작업관련 질환들과 달리, 911 테러 복구작업 관련 질환은 크게 2가지 특성을 보인다.
첫째, 응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배가됨으로 인해 일반적 작업환경에 비해 훨씬 열악한 상황이었다는 것. 그럼으로 인해 유해물질 노출이 역사적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높았다는 점.
둘째, 이들의 자발적 대응으로 인해 배가된 관련 노출에 대해 국가에서 책임지고 보상하려는 노력이 강하다는 것. 국가는 이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치료뿐만 아니라 보상 등 여러 방면에서 노동조합과 협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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