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1월/일터 다시보기]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읽고

일터기사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읽고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에서는 이번 호부터 (일터 다시보기 꼭지를 새로 기획하였습니다. 지난 <일터>의 글들에서 하나씩 뽑아 독자들과 함께 다시 한번 곱씹어보면서 <일터>를 읽는 독자들과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이 부족하나마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이번호 (일터 다시보기)에서는 2008년 5월호부터 7월호까지 3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새세상열기-고통스러운 교육현실,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두 아이 엄마 김 정

지금 한국에서 부모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지적에 대다수 공감을 하였을 것이다. 나도 이 글을 통하여 곧 학부형이 될 사람으로서 좋은 학교, 좋은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전교조세대다. 어떤 의미에서냐 하면 전교조가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전교조 때문에 고등학교 때 휴교를 해봤고 친구들이 퇴학당하는 걸 지켜봤다. 그때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사실 별게 아니었다. ‘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비리를 없애자. 교사채용절차를 공개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자.’

이런 따위의 것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작은 일에 선생님들은 직장을 잃고 종전까지 모범생이었던 친구들이 퇴학까지 당하는 걸 경험하였다.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는 ‘줄세우기’에서 살아남아 ‘남들이 웬만큼 좋다’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화두는 언제나 나의 뒷덜미를 당기고 ‘빚진자’라는 생각에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부모가 되고나서 나는 내 자식이 비정한 경쟁에 들어가기를 잠시라도 유예하고 싶어서 공동육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그 곳에 있는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로 같이 키운다는 생각을 가진 곳이었다. 부모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형제처럼 공동체로 자라게 되고 서로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조금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는 등 장점이 많은 곳이었다. 부모들이 어린이집의 운영의 모든 것(교사채용,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등)을 결정하고, 회계공개 등이 투명하게 이루어졌다. 반대로 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의무도 많았다. 우선 목돈의 조합비를 부담해야하고 선생님의 연가대신 부모들이 대신 근무를 해야 했다. 결국 부모들은 시간과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자들로 모이게 되고, 개중에는 이러한 교육을 귀족적인(?) 교육으로 생각하여 참여한 사람까지 있었다. 대안학교와 같이 기존 교육제도를 벗어나는 것도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일부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이사를 오게 되어 그곳을 떠나 기존 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영어도 잘 못하고 겨우 알파벳이나 아는 정도이고 사교육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 요새 애들치고는 너무 순수하게(?) 학교를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생을 잘 돌봐주고 정리정돈을 잘하고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한 가치라고 위안을 삼는다. 어떤게 아이가 좋은 사회구성원이 되기에 더 중요한 교육일까. 내가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이런 생각을 계속할 수 있을까.

경쟁이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에는 100% 공감이다. 나 자신도 대학에 들어가서는 지지리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도. 요새는 취업이 어려워져서 대학생들도 공부를 한다지만 결국 그들이 열심히 하는 건 토익이나 몇 가지 취업에 필요한 과목들뿐이다. 그럼에도 ‘대학평준화’라는 목표는 잘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학력이나 학벌이 미래의 임금을 결정하는 사회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학평준화와 실력위주의 사회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부모들이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당장의 부모노릇하기와 밥벌이의 고단함이 그러한 시간과 노력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게 나의 푸념이다. 다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고민하고 현실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저자와 같은 분들이 많이 만들어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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