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03월ㅣ현장의 목소리] 건설노동자들의 목숨값

일터기사


건설노동자들의 목숨값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노동안전차장 황현수

툭하면 체불이고 툭하면 다치고 툭하면 해고당하고, 그러다 중대재해로 사망하기도 하는 건설 노동자들.
제대로 된 안전시설, 휴게실, 편하게 식사를 할 공간이 마련된 현장을 만나는 것조차도 우리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너무도 열악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나라 모든 주요시설, 사람들이 일을 하고 또 그 일을 마치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건설노동자들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만드는 것 또한 건설노동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화장실조차도 건설노동자들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생길 수 없습니다. 그만큼 건설노동자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것들 중 많은 부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나가 현장의 안전실태를 보면 ‘정말 이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찔한 장면들이 많이 보입니다. 건설 노동자들을 무한 이윤 착취와 건설 영역 확장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건설 회사들이 허다합니다. 건설 노동자의 생명을 적당한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바로 건설자본입니다.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추풍령 휴게소와 금강 휴게소, 그 두 곳에는 경부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기리는 위령비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부고속도로가 박정희와 정주영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경부고속도로에는 현장에서 죽어간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부 고속도로 건설 중 죽어간 건설 노동자들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의 건설 현장이 경부 고속도로가 건설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직도 이 땅의 건설 현장에는 안전시설 미비로 다치거나 죽는 일들이 비일비재 합니다. 건설자본은 안전시설을 설치 할 시간에 작업을 강행하면 작업시간도 절약되고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안 본다고 말합니다. 중대 재해가(사망사고) 나면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고도 말 하더군요. 아직도 대한민국의 모든 건설 현장에서는 그 이야기가 통상례적으로 통한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현장 관리자들은 이렇게들 이야기를 합니다. ‘건설노동자가 죽으면 현장에 재수가 없다는데, 내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둥, ‘뒈지려면 나가서 뒈지지 왜 여기 현장에서 뒈지냐’ 라고 말하는 건설현장의 관리자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메이저급(S사. D사. P사)의 관리자들 입니다. 이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을 할라치면 이를 거부하거나 폭언 ․ 협박을 거침없이 해댑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보호 장구를 지급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하는 현장들도 많습니다.
거의 모든 현장에 가면 조회장이란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이런 글귀들이 쓰여 있습니다.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을 시에는 산업안전 기본법에 따라서 벌금을 물린다>는 글 귀들 입니다. 그 글 귀 어디에도 보호 장구를 ‘지급하지 않을 시’에 관리자들을 처벌한다거나 벌금을 물린다는 글귀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조회 시간마다 “안전 장구 잘 착용하십시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합니다. 착용할 안전 장구는 주지도 않으면서.

기본적으로 현장에 신규로 취업을 하게 되면 안전교육(2시간) 수료 후 안전보호 장구 (안전화, 각반, 안전모, 안전벨트, 방진마스크, 보안경)를 지급하고 작업장에 투입을 시켜야 함에도 공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안전교육은 하는 둥 마는 둥 형식적인 안전 교육을 진행하기 일쑤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화를 지급해달라고 하면 ‘얼마 동안 일을 할건지도 모르는데 안전화를 지급하느냐’ 하고 안전모를 달라고 하면 ‘원래 쓰던 거 없냐’고 하고 지급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쓰다 버린 그런 안전모를 주곤 합니다.

고소작업(2m이상 작업을 말함)을 할 시에는 반드시 안전벨트(생명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안전벨트가 고가라는 핑계와 ‘작업을 얼마 하지 않는데 줄 이유가 없다’, 혹은 ‘1개월 뒤에 주겠다’, ‘2개월 뒤에 주겠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노동자가 산재사고를 당하게 되면 ‘좀 조심하지 왜 다쳤냐’ 라며 오히려 다친 건설 노동자들을 다그칩니다. 그런데도 작업을 못하게 되어서 중간에 일을 그만두고 나가게 되면 기성날(월급)받는 임금에서 안전벨트 값을 제하고 주곤 합니다.

산재사고를 당하면 당연히 산재 신청을 해주어야 하는데 ‘니가 부주의해서 다쳤으니 니가 알아서 치료를 해라.’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하고 공상처리(일당을 계산해서 얼마의 기간 동안 일당을 지급하는 형식)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또 건설노동자가 산재법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악용하여 ‘산재처리를 하면 임금의 절반도 안 나오니 오히려 손해를 많이 본다’는 식으로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는 현장들도 많습니다.

끝으로 노동부에 가면 근로감독관들이 참 많이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도 바쁘겠지요.
지난 2월 19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장이 있습니다. 건설 노동자 한분이 사망한 중대 재해였습니다. 사고가 나기 2일 전, 2월 17일 오후 4시경에 중대 재해위험(붕괴의 우려)과 안전시설 미비로 위험상황 신고를 노동부 수원지청 근로감독관에게 하였습니다. 근로감독관들이 건설노동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즉각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 것이 노동부 근로 감독관으로서의 자세가 아닐까요? 그가 신고를 받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안전조치를 취하고 주의와 경고를 주었다면 2월 19일에 발생한 사망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을 한지가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저 역시도 건설 노동조합에 들어오기 전에는 앞에서 이야기 한(공상처리)대로 건설현장의 관리자들의 말이 사실인줄 알고 그냥 알아서 해달라고 하기도 했답니다.(처음 써보는 글이라서 앞뒤가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땅에 건설노동자들이 천대받지 아니하고 제대로 된 안전시설과 휴식공간을 갖춘,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건설 노동조합은 더욱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건설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 관리자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여 건설 노동자들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일도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러한 중대재해가 나지 않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건설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자긍심과 긍지를 가지고 활동을 잘 해야 되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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