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3월|기획] 엄마는 힘들다 – 복지관 조리원 노동자

일터기사

열한 번째 이야기
엄마는 힘들다
– 복지관 조리원 노동자

한노보연 재현

여기저기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엄마’와 ‘봉사’라는 이름으로 힘든 노동을 참고 버티며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를 만났다.

▶ 일하고 계시는 복지관은 어떻게 운영되는 곳인가요?
그녀가 일하는 이 복지관은 복지단체가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약 2000여명의 노인들이 등록되어 있고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과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과 목욕탕 등 복지 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한 끼에 2.500원 식사비용이 시에서 지원 받아 하루 약 800여명이 점심을 먹는 곳이기도 하다.

▶ 이곳에서 얼마나 일을 하셨나요?
큰애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6년째로 접어드네요.

▶ 근무 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9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하루 6시간 일하고 주 5일 근무에요. 공휴일에 쉬고요. 처음 일 시작할 때는 2년 계약이었어요. 이후에 한번 계약 연장 하고 나니까 2011년도에 정년 만 60세까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어요. 처음에 월급 75만원 시작해서 4년 계약기간동안 한 푼도 인상이 없다가 무기 계약직 전환 이후에 1년에 4만원씩 인상됐어요. 시에서 식사 인원 100명당 1명의 to가 나와서 조리사 포함 9명이 일하고 있고요.

▶ 어떤 계기로 일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아이의 대학교 등록금 마련이 가장 컸죠. 학자금 대출 원금이 1,000만원 가까이 되니까 대출 이자로 한 달에 9만원 씩 나가는 것도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푼이라도 벌어서 등록금이라도 내자, 그렇게 시작 하게 되었죠. 그전에는 남편이 시장에서 가게를 조그맣게 하는데 돕고요. 근데 수익이 불안정하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 구체적인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원래는 9시까지 출근이에요. 그런데 8시40분까지 출근하죠. 휴게실 겸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바로 주방으로 가요. 3명은 대략 100kg 쌀을 씻고 50인분이 가능한 솥에 안쳐요. 매 식사마다 국이 꼭 나가야해요. 그래서 국거리 준비하고 야채를 씻고 썰고를 2명이 해요. 그리고 야채 및 채소 등 주로 칼질이 필요한 일을 2명이 합니다. 1명은 김치 썰고 다음 날 사용할 음식 재료를 미리 손질하고 준비해요.
8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지라 양이 만만치 않죠. 예를 들어 카레를 한다고 할 때 감자, 양파, 당근 등 일일이 까고 썰고 2~3시간 내내 칼질을 하고 나면 어깨랑 허리가 아프죠. 무엇보다 노인 복지관이다 보니 다른 곳에 비해 칼질을 더욱 많이 해야 해요. 대게 어르신들이 이가 좋지 않고 혹시 부피가 큰 음식을 드시다 큰일이 날 수 도 있으니까요.
배식은 11시 반부터 한시까지 하는데요. 자원 봉사자분들이 도와주세요. 아니면 같이 식사하시는 어르신들이 배식을 도와주시죠. 배식을 안 하는 게 천만다행이죠. 9명이서 800인분 음식에 배식까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요. 식사인원에 비해 식당 홀은 매우 작아요. 조리대가 있는 식당 홀이 68석. 옆에 다른 홀이 80석. 이렇다보니 밥과 반찬, 뜨거운 국통까지 옆에 홀에 매번 날라야 해요. 이렇게 5번을 해야 식사가 끝나죠.

▶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시고 주방 식구들에게 고마워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또 대부분 비슷한 나이에 생활비 한 푼 보태고자 시작한 주방 아줌마 식구들끼리 동질감이 있어요. 서로 생일도 챙기고 경조사도 챙기고. 무엇보다 매일 집에서 애들보고 살림만 하다가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하니까 거기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어요. 사회생활 자체가 주는 기쁨이죠. 아줌마, 누구 남편, 엄마가 아니라 나란 사람 자체가 인정받고 내 힘으로 일해서 돈 벌어서 저축하고 쓰기도 하고.

▶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건가요?
우선 주방에 에어컨이 없어요. 홀에는 있지만. 여름에는 엄청 덥고 겨울에는 춥고 그렇죠. 그나마 겨울에는 불을 떼니까 견딜 만한데 여름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환풍기와 식기세척기 소리가 엄청나요. 그렇다고 식기 세척기를 안 쓸 수 없고. 문제는 이 소리만 크고 용량은 작아서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서 설거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주방이 협소해서 새 기계를 사더라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사지도 못하죠.
또 자원봉사자가 있을 때는 그런 대로 일을 하는데 없는 경우에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죠. 그런데 자원봉사가 고정적이지 않으니. 요즘 누가 이런데 나와서 일 도우려고 하겠어요.
그리고 요즘 보니까 학교 급식 조리원들은 체력 증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카드가 나와서 운동도 하고 등산복 사서 산도 타고 하던데. 자녀들 학자금 지원도 받고요. 우리보다 복지가 좋다보니까 어차피 일하는 거 이왕이면 학교에서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주방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많은 않아요.
무엇보다 무기 계약직이고 정년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상여금이나 그런 것도 없고 1년에 조금 월급 오르고 연차 며칠 있고 정도 밖에 없으니까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애들 등록금도 오르는데 답답함이 있죠. 그러면서 처음에 일을 시작 할 때 복지관 후원 회원 모집이나 후원금을 조성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해야하는 부담이 있어요. 강제는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눈치가 보이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규직이던 식당 조리원이든 구분 하지 않아요. 돈이나 많이 주면서 시키던가.

▶ 일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텐데, 우선 개선되길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주방을 크게 새로 지었으면 좋겠죠. 그럼 식기세척기와 조리기구 등등 협소해서 일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고쳐질 테니까. 그리고 홀도 넓어져서 배식도 빨리 마칠 수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월급이 올랐으면 좋겠어요. 상여금도 나왔으면 좋겠고 복지카드 이런 것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조리원들 식대를 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아니 식당에서 일하는데 조리원들도 식대를 내고 밥을 먹는다구요?
조리원들도 한 달에 5만원씩 식대를 내고 밥을 먹어요. 위탁받아서 운영하다보니 돈이 없고 어렵다는 이유로.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시에서 한 끼에 2,500원 보조를 해줘요. 그리고 복지관에서는 2,200원에 맞춰 식사를 준비해요. 남는 300원으로 주방조리도구나 비품을 사용하는데 쓰죠. 이 비용을 애초에 따로 준비하면 더 좋은 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텐데. 이렇다보니 복지관에 교육하러 오는 강사들에게도 식대를 받아서 그 돈으로 이후에 조리원들 월급 인상분으로 주고 그래요. 시에서 예산을 올리지는 않고 복지관에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들 돈으로 우리한테 생색내는 거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이제 곧 자식들도 대학교 다 졸업하고 학자금에 대한 부담도 없는데 일을 그만 둘 수가 없어요. 나중에 자식들 결혼 준비 자금도 있어야 하고 노후에 대한 걱정도 되고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지만 당장 일을 관두면 생활비를 누가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요. 경제도 안 좋다고 하는데 남편이하는 가게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고. 지금 그만두면 이 나이에 청소부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힘들어도 60세까지 보장 돼 있는 정년까지는 버티자 이런 생각이죠.

열악한 환경과 근무 조건에서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는 조리원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답답해졌다. 봉사라는 허울 속에 매일 매일 골병이 들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는 묻혀버리곤 한다. 사실 이는 복지관 조리원만에 문제가 아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돌봄, 감정 노동을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하찮은 노동으로 바라보고 이러한 여성노동자를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자본과 사회가 통제하는 방식은 맞닿아있다.
‘나’는 없고 자식 걱정, 노후 걱정에 하루도 맘 편할 날 없이 살아가는 조리원 노동자의 삶을 마주하고 보니,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버렸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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