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5월|칼럼]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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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미칠 영향

한노보연 김동근

진주의료원의 향방이 전국적 관심사가 되었다. 2월 26일 경상남도가 갑작스레 폐업 발표를 하고 3월 8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경남도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폭발한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애초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의 근거로 ‘경영위기설’을 들고 나오면서, 경상남도가 폐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위기설을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부터 수익성을 기준으로 공공병원의 존재의의를 판가름할 수 없다는 주장 등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었다. 이후 홍준표 도지사는 경영위기설이 설득력을 잃자 ‘강성노조, 귀족노조에 도민의 세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이 주장 역시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을 ‘강성’, ‘귀족’으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주장,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서 극단적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도지사로서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제기,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이 공공병원 폐업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 등 다양한 쟁점을 낳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경과하면서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중요한 쟁점이 있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하면서 진주의료원의 연간 손실액이 40~6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고, 그 핵심적 원인으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것을 들었다. 진주의료원에 대한 경상남도의 처방이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형태였기 때문에 이 문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를 끌어들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병원, 특히 공공병원의 운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항목은 적절한 잣대가 아니다. 병원은 수익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와 관계없이 병상 규모에 따른 적절한 규모의 인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의 경우에도 인력이 증가한 것은 2008년 400병상 규모의 건물로 확장 이전하는 과정에서 건물 규모 및 병상수 증가에 따른 인력충원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며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늘어난 것은 인력이 과도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늘어난 병원 규모에 비해 환자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및 민주당 의원 등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했던 많은 인사들 중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항목의 부적절성에 대해 언급하거나 구조조정을 반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체로 진주의료원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폐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또한 폐업 저지를 위한 활동의 과정에서도 공공병원으로서 진주의료원의 필요성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서, 폐업이나 민영화와 같은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의 과정에서 항상 수반되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전가 문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
한편, 홍준표 도지사가 강성노조 담론을 통해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두고 여론전이 벌어졌는데, 급기야 지난 4월 16일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의 1/3에 해당하는 65명의 자발적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불가피한 상황적 요인이 있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조합 스스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의 향방은 앞으로 추진될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권 초기 전국적인 사안으로 떠오른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부문에 가해지는 공격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응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면서 민자 발전의 확대를 통한 발전·전력 부문 민영화라는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으며, 제2공사 설립을 통한 철도부문 민영화가 검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료관광 및 의료산업 육성 계획을 내놓았으며, 기초연금을 빌미로 국민연금에 대한 개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진주의료원 폐업이 현실화된다면 정권과 집권여당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공공부문 민영화를 본격 추진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은 공공부문을 한꺼번에 없애거나 민영화하려 하지 않는다. 가스, 철도, 전기, 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각의 분야에 대해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그때마다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 인건비 문제의 적극적 제기를 통해 해당 부문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구체적인 전략 또한 폐업, 민영화, 민간자본 투입 등 다양한 형태를 띨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인력감축 및 구조조정이 꾸준히 시도될 것이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통해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이 해당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불러오는지 다시 한 번 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 및 박근혜정권의 노동자들에 대한 입장 역시 재확인되었다.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폐업은 최후의 수단으로 노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공공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준비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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