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ㅣ12월ㅣ특집] “저는 14년째 주야 맞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일터기사

“저는 14년째 주야 맞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밤 새보셨을 거예요. 저도 친구들 장례식에서 밤 샐 때가 있는데, 그렇고 나면 다음날 시체처럼 자게 되거든요. 야간근무에 적응이 된 사람도 하루만 밤새도 그 다음날 시체처럼 자는 거죠.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은, 상가 집에서 앉아서 얘기하고 술 먹을 시간에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낮에 잠을 잘 자는 것도 아니고… 밤에는 사람이 자야하는데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한다는 거 자체가 부담이 되는 거죠. 잠을 안자서 리듬이 깨지기도 하겠지만, 작업하면서 밤을 새면 몸이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그게 쉬운 일인가요.”

김씨가 교대노동을 시작한 건 14년 전이다. 주간조일 때는 아침 8시 반 출근-잔업 두 시간-오후 7시 반 퇴근. 야간조일 때는 밤 10시에 출근해서 두 시간 잔업을 하고 아침 8시에 퇴근한다.
잔업 두 시간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하루 네 시간까지 잔업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다. 밤 근무를 하고 퇴근하던 동료가 차 안에서 숨진 것이다. 과로사였다. 젊었던 또 다른 동료는 집에서 잠이 든 후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사진제공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가 회사가 들어와서 최고로 잔업을 많이 했을 때 140시간을 넘게 해 본적이 있어요. 정규 일하는 시간 외에요. 저보다도 일 많이 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고요.”
초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와 같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노동조합 차원에서 잔업을 80시간 이하로 규제하게 되었다. “3~4년 정도 됐어요. 말이 많았죠, 이거 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좀 더 벌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시고… 저희는 주40시간이어서 토요일, 일요일을 쉬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쉬라고 만들어 놓은 주말에 또 일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토요일에 특근을 없앴고 지금은 토요일 특근을 안 해요. 이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에요. 토요일 특근이 없으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이전보다는 단축되었지만 80시간의 잔업과 일요인 특근이라는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고 있는 현장. 장시간 노동에 주야 맞교대로 일해야 하는 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집 커튼은 두꺼워요”
사람의 생체리듬이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듯 근무에 맞춰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당장 한 주는 주간에, 한 주는 야간에 근무해야 하는 그의 ‘잠’이 걱정스러웠다.
“야간근무 끝나고 주간근무 들어가잖아요. 그러면 한 수요일까지는 밤에 잠이 잘 안와요. 원래 밤에 깨어있던 사람이니까… 어떨 때는 새벽 1시~2시에 지쳐서 자게 되죠. 술을 즐겨먹는 편이 아닌데, 자기 위해 술을 먹고 술기운에 자게 되는게 반복이 돼요. 주간근무에서 야간근무로 들어갈 때도 2~3일 정도 리듬이 그렇고요. 몸이 바로바로 돌아오지 않아요. 수요일 넘어서 목요일, 금요일 되면 리듬이 좀 돌아오지요.”
그나마 주간근무 때는 7시간에서 8시간정도 잘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김씨. 물론 주간근무 후 7-8시간을 자게 되기까지 2-3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2-3일의 시간이 걸려 주간근무 후에 잠을 잘 수 있게 되어도 2-3일이 지나면 다시 야간근무를 위해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 그나마 낫다는 주간근무를 할 때도 제대로 잘 수 있는 날은 몇 일 안 되는 것이다.
야간근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다음 근무를 위해 훤한 대낮에 잠을 청하는 일은 고역이다. 수면시간은 보통 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이 4시간조차 제대로 자지 못한다. “밖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려요. 계속 뒤척거리는 거죠. 그런데도 어떻게든 다시 잠들어 보려고 누워 있는 거예요. 허리도 아프고, 이미 잠은 깨어 있는데 누워 있는 느낌 아시죠? 깊이 잔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술 먹으면 좀 깊이 잘까…”
그의 집 커튼이 두꺼운 것은 낮에 좀 자보려는 노력이었다. 좀 어둡게 해야 잠을 잘 자게 하는 호르몬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김씨는 커튼을 두꺼운 것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고 김씨는 말한다. 커튼 따위로 낮과 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김씨도 알고 있다. 이 두꺼운 커튼은 잠을 자지 못하는 그의 고통, 그 커다란 그림자의 한 귀퉁이일 뿐이다.

“애들이 컴퓨터 하는 것은 싫지만…”
남들은 움직이는 낮에 그는 자려고 눕는다.
“밖에 일어나는 상황이 다 들려요. ‘애들 뛰는 구나’ 생각하면서 조금씩 화가 나요. 소리가 조금씩 커지면 ‘좀 참자’ 하다가 더 화가 나면 문 열고 나가서 뭐라고 하고요. 보통은 애들 엄마가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요. 놀이터에 가던지, 다른 집에 놀러 가던지 하는 식이 되요. 비가 와서 못나가는 상황이 되면 애들 단속을 꽤 많이 해요. 설거지도 조심스럽게 하고, 저희 집 안방 바로 옆에 세탁기가 있는데, 세탁기도 못 돌리죠, 제가 자야하는 상황이면. 그 어린 애한테 컴퓨터를 시켜요. 애들 보는 동영상들을 틀어주는 거죠. 왜 그랬겠어요, 그거라도 틀어놓으면 애들이 조용하거든요. 저는 애들이 컴퓨터 만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컴퓨터 보고 있으면 애들이 조용하니까, 그래야 아빠가 자니까.”
<사진제공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여섯 살, 네 살, 두 살. 재잘재잘 떠드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혼내고, 혼난 아이들이 풀 죽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는 마음 아프다고 했다.
나의 아버지도 교대 노동자였다. 나의 기억 속 아버지는 야간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다가, 거실의 목소리가 조금 커지면 안방에서 나와 벌게진 눈으로 소리를 지르곤 했다. 친구들을 집에 데려온 기억이 거의 없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김씨와 주고받으며 그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애쓰고 있었다. 평일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니 그를 보충하기 위해서 휴일은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하는 것이다.
“금요일 날 야간 들어가서 토요일 날 아침에 끝나는데 그 때 가족들하고 야외활동도 좀 하고 그랬었죠. 그런데 그걸 안 하게 된 계기 있어요. 토요일 아침에 일 끝나고 애들하고 밖에 나갔는데 제가 짜증을 너무 부리는 거예요. 피곤하니까 눈은 슬슬 감기고요. 저녁으로 가면 갈수록, 애가 말썽부리거나 했을 때 짜증을 더 부리게 되더라고요. ‘웬만하면 잠 안자고 밤에 자자’, ‘토요일이니까 가족하고 지내고 밤에 푹 자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버티면 되겠지 했는데 저녁으로 갈수록 짜증이 더 느니까 아내가 그냥 자라고 하더라고요.”

‘푹 한 번 자보고 싶다’는 바램
김씨는 가끔 ‘푹 한 번 자보고 싶다’고 느껴지면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고 했다.
“아예 안 자 버리는 거죠. 아예 안자고 야간 들어가면 몸이 아주 녹초가 될 거 아니에요. 누워봐야 제대로 자는 거 같지도 않으니 몸을 아주 극한의 상태로 가게 해서 KO되게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잠을 푹 자기는 해요. 근데 별로 좋은 방법 같지는 않아요.” ‘푹 자보고 싶다’는 14년차 교대 노동자 김씨의 말은 누군가에게는 상상조차 못할, 바램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 날 푹 자기 위해 오늘 잠을 안자고 버틸 때가 있다는 김씨. 그도 알고 있듯 그건 잠이 아니다.
한 주씩 근무가 바뀌니 다음 주 근무를 위해 이번 주를 조율해야하는 것도 매주 벌어지는 일상이다. “주간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하잖아요. 그럼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쉬는데 야간 근무가 일요일 저녁부터 들어가요. 원래는 월요일부터인데 일요일 밤에 특근을 하니까, 특근 들어가려면 낮에 좀 쉬어야죠. 그 때는 가족들과 같이 뭘 못해요. ‘나 좀 누워 있을게’ 하고요. 이틀 쉬는 거지만 일요일 밤에 특근을 들어가니 정작 일요일에는 외부활동 자제 하게 되고, 최대한 집에서 쉬고 그러다가 출근하게 되죠. 낮잠 정도 자고.”
이틀의 휴일, 몸은 사업장을 떠나있지만 그 시간에 대한 계획은 자본에 빼앗겨 있는 것이다.

쇳물 작업 그리고 야간노동
그는 1.5톤 쇳물 녹이는 작업을 한다. 모자란 잠 때문에 아차사고는 없을까 걱정했더니 ‘위험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졸려도 그 뜨거운 쇳물 앞에서 졸 일은 없지 않겠냐’고 한다.
“작업 중에 쇳물이 튀어서 화상을 입게 되죠. 쇠를 끓이면 이물질이 위에 뜨는데 긴 봉으로 그걸 제거해야 하거든요. 긴팔입고 작업하는데, 작업하다 ‘좀 뜨겁구나’하고 나중에 ‘왜 간지럽지’해서 봤더니 피부가 이만큼 부풀어 오른 거예요. 열 때문에 그래요. 저희가 천 오백도 정도에서 끓이니까 그냥 열 때문에요. 보호 장구를 하긴 하지만 수시로 약간의 화상 정도는 입어요.”
잠깐의 졸음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야하는 높은 노동 강도와 교대노동은 그의 몸 어딘가를 갉아먹고 있을 것이다.
그의 건강을 물었다. “제가 고혈압에 당뇨가 있고, 간이 안 좋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요. 약을 먹고 있는데 보통 약을 먹으면 조절이 되어야 해요. 보통 혈압으로만 보면 일반 사람은 120에서 80정도인데, 제가 약을 먹고 있으니 130에서 90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주간 근무 때 가서 체크해 보면 그 정도 되요. 그런데 야간근무 끝나고 아침에 가면 그걸 좀 넘어요. 140에서 100이 나온다던지 하거든요.”
얼마 전 시사프로 2580에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두원정공 노동자의 인터뷰가 나왔다. 그 인터뷰를 보고 김씨는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뷰 하신 분 보니까 몸이 안 좋으셔서 약도 드시고 하셨다는데,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 인터뷰 보니까 ‘나도 저렇게 좋아질 수 있는 거야’하는 기대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김씨는 ‘밤에 일을 안 하게 되면 수입은 줄겠지만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야간노동 폐지는 충분히 쟁취할 만하다’고 말을 이었다.

“돈 좀 못 벌어도 괜찮아, 여보”
김씨는 주야 맞교대 노동에 대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사람들은 ‘내가 좀 힘들어도 야간에 일해서 돈을 더 벌었으면’하는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해도 돈 똑같이 준다고 하면 야간에 일 하고 싶을까요? 그냥 주간에 일하고 싶지. 그분들은 가족들하고 같이 하고 싶지 않을까요? 오래 못산다고 하는데, 평균수명이 13년 줄어든다고 했잖아요. 그 분들은 그런 거 모르시겠어요. 돈 때문에 그러는 거지…”
주간연속 2교대제 이야기가 나올 때 김씨는 아내에게 물었다. 야간근무가 없어지면 임금이 좀 차이 나게 될 텐데 괜찮겠냐고. 그랬더니 그의 아내는 ‘당신 몸도 아프고, 애들이나 육아 이런 걸 생각해 보면 돈 좀 못 벌어도 야간 안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 주간연속 2교대 이야기가 나올 때 반대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하는 이유가 예상 밖이었다. “주간 근무 하면 집에서 애들 얼굴 잠깐 보고 재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야간근무 들어가면 아직 애들이 유치원에 다니니까 일찍 오잖아요, 그러면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많거든요. 제가 잠을 좀 못 자게 되기는 하지만. 그래서 야간근무가 좋은데 왜 야간을 없애려고 할까, 생각했어요. ‘주간 2교대제 들어가면 애들하고 놀아 줄 시간이 더 없는 거 아니야’ 하고.”

<사진제공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김씨는 여섯 살, 네 살, 두 살인 세 아이들의 아버지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그는 야간노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떨어져야 하는 고통을 중요하게 꼽았다.
“야간 출근하려고 딱 옷을 갈아입죠? 그 때부터 난리가 나요. 가지 말라고. 큰 애는 ‘아빠랑 자고 싶은데’ 하면서 바지를 붙잡고 그래요. 엄마가 문 열고 ‘인사해야지’ 하면 눈물을 확 터트려요. ‘아빠랑 자고 싶은데, 자고 싶은데. 자고 싶다고, 아빠랑 자고 싶다고’ 계속 그러는 거예요. ‘쌍놈의 회사, 이거 때려치워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죠. 저도 엘리베이터 타면서 울고 그래요. 가슴이 제일 아플 때에요. 애들이 크면 덜 찾을 텐데 애들이 아직 고만고만하니까 저를 많이 찾죠. 제가 주간근무 때 집에서 자려고 누우면 한 놈은 왼쪽 팔에 와서 눕고 한 놈은 오른쪽 팔에 와서 눕고, 그렇게 재우다 보니까 저녁이 되면 ‘아빠 옆에서 자야 되는데’ 하고 저를 붙잡아요. 그런 상황이 꽤 오래 됐어요.”
아이들이 울고 김씨도 속상해하니 그의 아내는 아이들은 잠깐 그럴 뿐, 아빠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잘 논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은 남편을 배려한 아내의 거짓말이었다. 출근해서 집으로 전화해보니 아이들은 아직도 울고 있더란다.
그는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원한다고 했다. “막내 시집갈 때까지, 손자들하고 오래 살고 싶어요. 제 생각에 지금 제 몸 상태에 오래 살 거 같지 않거든요. 오래 살아서 우리 예쁜 애들 오래 보고 싶어요. 아이들하고의 생활이 가장 절실해요. 야간근무 끝나고 와서 자다 보면 짜증이 조금씩 쌓이다가 빵 터져서 밖에 나가서 애들 한 대 두드려 패고 조용하라고 혼내고 들어와서 누워가지고, ‘왜 그랬을까’ 후회도 되고 토요일에 퇴근하고 애들하고 놀아주려고 놀이동산 가서는 애들 혼내고 돌아오는 상황이 되니까요”
그는 바라고 있다. 야간노동이 없어져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를.

비슷한 사정의 동네 사람들
김씨의 아파트에는 같은 회사 사람들이 많이 산다. 김씨가 사는 층에 있는 여섯 집 중 네 집이 같은 회사 사람들이다. 게다가 조도 같다. 다시 말해 야간근무 들어가면 네 가구에 남자가 없다. “하루는 아내가 그러는 거예요. ‘이러다가 밤에 도둑 들어오면 어떻게 해? 남자가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농담으로 같은 라인 사람들에게 ‘우리 조 좀 바꿀까요? 섞어서?’ 했다니까요. ‘이 아파트 저쪽 라인은 남자들이 야간에 다 없어진다’, 우리 상황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와이프는 겁이 나는 가 보더라고요.”
낮에 집에서 잠을 청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막내를 유모차에 태워 나가면, 김씨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회사 사람들을 만난다. “큰 애들 있는 사람들은 자전거에 태우고 나오기도 하고 다들 저처럼 잠 못 자는 사람들이 집 밖에 나와있는 거예요.”

“절대 적응이라는 게 없어요”
교대노동 14년차인 그의 몸은 주야맞교대에 완전히 적응되었을까. “제가 야간근무한지 13년 정도 되었는데 야간 근무는 절대 적응이라는 게 없어요. 야간근무한지 20년 됐다고 해서, 야간근무 할 때 팔팔하고 쌩쌩하고 잠도 안자도 된다거나,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푹 잘 수 있고, 하는 건 없어요. 야간 1년차든, 10년차든, 30년차든 적응이라는 것을 절대 할 수 없어요.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항상 야근근무만 하면 적응될까요? 그것도 당연히 안 되겠죠. 저도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인데 하루 야간하면 그 리듬을 찾는 데 이틀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맞는 얘기다 싶은 게 주간근무 끝나고 야근근무 들어가면 적응하는데 2~3일의 시간이 필요하고 반대의 경우에도 그렇고, 이건 뭐 적응이라는 게 절대 없어요.”

14년을 한 주씩 번갈아가며 주간과 야간 노동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생생한 그의 말에서 그의 고통이 느껴진다.
수영을 배우겠다고 강습을 끊는 일이 주야맞교대 노동을 하는 그에게는 불가능한 것임을, 잠을 자기 위해 야간근무 후 해장국집에서 얼른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집으로 향하는 동료들의 지친 걸음을, 새벽 4시가 되면 뭘 쳐다보는 건지도 모를 때가 있다는 그와 그들의 노동을 기억하며 다시 소리 내어 말해 본다. “밤에는 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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