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4월/칼럼] <일터> 100호,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일터기사

<일터> 100호,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 [일터] 100호를 발간하며

한노보연 소장 김 정 수

아직 연구소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인 2003년 8월, 창간준비1호와 함께 내딛었던 [일터]의 첫 번째 발걸음이 이어져 어느덧 백 번째 걸음이 되었습니다. 우리와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일터]. 그 백 번째 걸음을 기념하고 축하하고자 몇 달 전부터 조금 부산을 떨었습니다. 100호에는 어떤 글들을 실을까? 기념행사라도 해서 독자들과 함께 기뻐하면 좋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터] 100호라…
자식 자랑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백 번째 걸음을 내딛은 우리의 [일터]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일터]의 발걸음은 초반 몇 년간 연말 연초에 합본호를 냈던 것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습니다. ‘특집/기획’에서는 해당 시기 주요 노동안전보건 이슈를 주제로 삼아 그에 대한 우리의 해석과 주장을 담았습니다. ‘연구소리포트’에서는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노동안전보건 연구 결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드렸습니다. ‘노동자건강상식’/‘알기쉬운산안법’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법률 정보를 알기 쉽게 전해드리고자 하였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다시 전국 각지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곱게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부족함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정성스럽게 쓴 글들을 많은 필자들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일터]가 우리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무척 부끄럽습니다. 월간지 [일터]의 유료 독자는 아직 4백 명을 넘지 못하고 있고, 무료 독자를 포함하여 발행 부수가 7백 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보아 주었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에 비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4백 명을 넘지 않는 유료 독자들께서 보내 주신 구독료는 [일터] 인쇄와 발송에 소요되는 비용과 거의 맞아 떨어집니다. 정성스럽게 쓴 글들을 보내주시는 많은 필자들께는 원고료가 아닌 [일터]로써 정성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고, 교정/교열과 편집에 들어가는 품은 우리의 활동의 일부라 여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적절한 필자들을 섭외하지 못하여 우리가 작성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몇몇 글들은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느 심리학 서적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되는 첫걸음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길고 짧음을 알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백 번째 걸음을 내딛은 [일터]는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을 기치로 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위해 최선을 다해 쉬임없이 달려 온 우리. 하지만 아직 찾잔 속의 폭풍처럼 너무도 부족하고 미약한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자신의 길고 짧음을 가늠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른이 되는 첫걸음을 디딘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는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비판, 충고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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