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5월|특집]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 근로자건강센터

일터기사

[특집]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의 경험과 과제

산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어 재해를 더 많이 당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무엇이 위험한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산재 예방서비스와 주치의 역할을 해주는 ‘근로자 건강센터’가 처음 문을 연지 만 2년이 되었다. 2011년 4월 인천 남동공단, 경기 시흥 시화산단, 광주 하남공단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으며, 작년 대구 성서산단과 경남 창원 산단에 이어 올해에는 서울 구로, 울산, 성남, 천안, 부천에 5개소가 추가되어 2년 만에 총 10개소로 확대되었다.
<일터>에서는 지난 2년여 간의 근로자건강센터 활동의 경험과 과제들을 인천, 광주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의 주체들에게, 그리고 올해 개설된 구로지역에서 노동자건강권운동의 관점에서 근로자건강센터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들어보았다.
이를 통해 미조직 중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 근로자건강센터의 위상과 활용에 대한 고민, 풀어야할 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집 (1)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 근로자건강센터
– 인천근로자건강센터의 사례
특집 (2)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적합한’ 직업건강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사례
특집 (3) 굴뚝에서 아파트형 공장으로-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보건은?
– 서울근로자건강센터의 필요성과 역할

(1)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노동자들의 건강 보호, 근로자건강센터
– 인천근로자건강센터의 사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인천근로자건강센터 김인아

며칠 전의 일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지 이제 겨우 6개월 정도 되었다는 노동자들 3명이 휴가를 내고 센터를 찾아왔다. 금속으로 된 밸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연마작업을 함께 한다는 노동자들은 모두 손이 아프다며 찾아왔다. 3명의 노동자는 신기하게도 모두 같은 질병명을 가지고 있었다. 한 노동자는 양쪽 두 번째 손가락에, 다른 한 노동자는 오른쪽의 두 번째 손가락과 왼쪽의 세 번째 손가락에, 마지막 한 노동자는 오른손의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에. 그들의 공통된 진단명은 직업환경의학 교과서에서도 흔히 제시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업관련성 근골격계 질환인 방아쇠 수지였다. 10명 정도가 근무한다는 그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같은 시기에 시작한 3명이 모두 방아쇠수지라는 동일한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1kg 남짓 되는 제품을 연마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하루에 약 2000개 정도를 취급하고 있다고 했고, 그들 이전에 같은 작업을 하던 버마 노동자들도 손이 아파서 결국에는 회사를 옮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줬다. 안전보건공단에 이러한 사례가 있었음을 보고하고, 그 노동자들이 회사를 옮길 수 있도록 산재신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2011년 4월부터 인천 남동공단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시작하면서 만난 많은 환자 중에 최근에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산재신청 절차에 들어갔고,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 점검을 다녀왔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역사회에서 그 노동자들을 우리 센터와 연결해준 사람들이 있고 공단과 노동부가 점검을 하고 있으니 해결되는 방향을 잘 살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근로자건강센터를 시작한 이후 나의 진료실에는 이렇게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노동자들과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찾아온다. 그 노동자들은 대부분 50인 미만의 조그만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고 최저임금이 조금 넘는 돈을 받고 일을 한다. 이런 노동자들의 건강을 살피고 증진시키는 곳이 근로자건강센터이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지킴이, 근로자건강센터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대부분은 ‘근로자건강센터가 뭐지?’라며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산재예방기금을 가지고 안전보건공단(구 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하여 운영하는 일종의 지역산업보건센터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예산에 따라서 센터를 운영하고자 하는 기관들의 제안서를 받아 심의하고 이를 통해 적정한 지역에 센터를 설립하게 된다. 즉, 고용노동부가 재원을 마련하고 안전보건공단이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하며 각 기관이 세부적인 센터의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의 재원과 민간의 전문성이 결합된 사업인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인천근로자건강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건강관리에 취약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직업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쉽게 생각하시면 소규모 사업장인 우리 회사에 주치의가 생겼다고 할까? 대기업에는 의무실이 있고 여기에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하면서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지만 중소규모사업장은 자체적으로 의사나 간호사를 상주시킬 수가 없었는데 이제 공동의 의무실과 주치의가 생겨서 사업장의 전반적인 직업 환경이나 근로자들의 다양한 건강문제에 대해 상의할 곳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근로자건강센터에는 직업환경의학 전문가가 항상 상주하고 있으며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심리상담사가 상주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 인력들이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운동 처방과 근골격계 질환 관리를 하며, 스트레스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산업위생 기사와 인간공학 기사가 함께 상주하면서 직업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자문과 상담을 한다. 근로자 건강센터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질병에 대한 투약이나 수술을 할 수는 없다. 건강검진 후 건강상담이나 사후관리, 뇌심혈관계 질환을 위한 예방활동,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 증상에 대한 상담,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한 평가와 심리상담, 어깨나 허리 통증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운동 방법 교육과 스트레칭, 건강증진을 위한 운동처방, 근로자의 건강을 고려한 직업 환경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담을 통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인천지역내 여러 협력 병원들에 진료를 연계하기도 한다.
그러면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접근은 왜 중요한 것일까?

노동시장의 변화와 근로자의 건강
현재의 산업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건강은 어떻게 보호하고 증진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세계보건기구는 직업 보건(occupational health)이라는 노동 중심의 접근(the labour approach)에서 노동자의 건강(workers health)이라는 공중보건학적 접근(the public health approach)로의 전환을 제안하였다. 노동 중심적 접근이 근로계약을 기반으로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되어 작업장 내에서 작업관련 건강 문제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의 협상으로 결정되는 방식이었다면, 공중보건학적 접근은 모든 노동자에 대해서, 작업장을 넘어서서 모두의 책임을 강조하며 모든 종류의 건강결정요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회보험, 보건 및 환경 관련 부서를 포괄하여 진행하는 방식으로 단체 협상에 따른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림 1).

그림 1. 세계보건기구의 근로자 건강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

이러한 접근방식의 변화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다양한 불안정 노동자와 취약계층 노동자가 증가하고 전통적인 노사관계와 작업장 조직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기도 하며, 직업 보건의 영역이 작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가 속해있는 사회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즉, 노동자의 건강이라는 것이 그들이 일하고 있는 ‘일터’뿐만이 아니라 ‘삶터’까지 확장되는 개념이며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통한 전통적인 사회적 합의의 방식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전체 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도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서비스직과 불안정노동자,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거나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 또는 자영업 형태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업과 반실업의 상태를 오가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작업장 내에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전통적인 작업장 조직을 기반으로 하여 사업장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법제도적 보호 장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체 산업재해의 70% 이상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것일 정도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는 직업 보건에 있어 중요한 이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행 법체계 안에서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자 선임의 의무가 없어서 오히려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구축
사실, 이러한 문제인식에 공감하고 이 사업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2011년 시작 당시에는 직접적인 서비스의 제공에 힘을 기울였던 것이 사실이다. 치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노동자들에게 적합한 예방적 서비스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했고, 그들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확인해야 했고, 정부의 예산 담당자나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 예산을 배정 받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근로자건강센터 운영 2년차가 된 이후로는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바람직한 지역사회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먼저, 근로자건강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지역사회 의료서비스제공 체계와의 네트워크 구축이었다.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어디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노동자, 오진으로 천식약을 10년 이상 먹었는데 정작 문제가 되는 혈압은 모르고 있던 노동자, 다양한 근골격계 증상이 있는데 통증이 있을 때 침만 맞으면 되는 걸로 알고 있는 노동자, 우울증으로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 등 실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과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의 제공은 가장 시급한 사안 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가장 먼저 지역의 공공의료 자원을 이용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치료와 관련해서는 인천지역 만성병 관리사업단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 1차 의료기관으로 연계를 하고,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생활습관 관리, 보건 교육 등은 노동자의 접근성이 높은 근로자건강센터가 담당하는 모형을 구축하였다. 또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노동자를 의뢰하기 위하여 지역정신보건센터와 연계를 시도하였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임상과와의 연계도 시도하였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천식이 오진임을 확인하여 적절한 혈압치료를 받도록 안내하기도 하였고,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동반된 건설일용직 노동자에게 업무적합성 평가서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만성부비동염이 있는 이주 노동자에게 작업 중 보호구착용을 지도하고 적절한 투약 및 업무로 인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의료전달체계의 구축과 함께 중요한 것은 지역 내 산업보건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적절한 산업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필요한 경우에 적정한 중재가 가능하도록 지방노동관서를 비롯하여 안전보건공단지도원, 안전관리대행이나 보건관리대행기관, 직업환경의학외래 등과의 연계 역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특수건강진단을 안내하거나, 인천공항 비정규직노동자들처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안전보건제도에서 소외되어 있는 노동자들에게 안전보건 지도를 공단지역본부와 함께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최근 크롬 도금 작업을 했던 이주 노동자에게 비출혈과 점막 손상이 발생하여 근로자건강센터에서는 보호구 착용 지도와 추적관리를 하였고, 사업장 관리 및 지도는 안전보건공단이 수행하도록 하는 등의 직업병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도 시작하였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이 사후관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할지역 노동청의 안내에 따라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검진 사후관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역네트워크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과의 연계이다. 즉, 지역 내 다양한 민간단체, 노동단체, 사업주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적극적이 사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례로 외국인인력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주말을 이용한 진료를 시작한 것을 들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이고 이미 인천의료원에서 의약품 처방을 비롯한 진료지원을 하고 있지만 근로자건강센터는 이주 노동자들의 직업병과 작업관련성 질환 관리의 측면에서 또 다른 역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체조 프로그램 교육, 직업병 상담 등은 당사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고 실제 직업병을 발견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지역 노동단체와 협의하여 부평 공단 등에서 식당을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건설 노동자들을 상담하는 등 지역 내 산업보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내 열악한 사업장에서 대해서는 인천의료원, 지역시민단체와 함께 특수건강검진 조직 및 사후관리 사업을 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쉬는 날에 또는 휴가를 내서 직접 센터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직업보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즉, 개인의 생활습관과 작업방법을 개선하고 보호구 착용을 지도하는 등의 개인에 대한 접근은 가능하지만 그 노동자가 속해 있는 작업장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중재는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과 과제가 생긴 것이다.

지역사회 직업보건의 브레인센터로서의 근로자건강센터
현재까지 2년여의 운영과정에서 현재 근로자건강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이나 투약과 같은 치료는 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 대해 확실히 인식을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센터의 직원들은 모두 수년간 사업장에서 보건관리 및 안전관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 개개인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사업장 단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포괄적인 산업보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병원에 가면 본인이 예약한 한 과에 가서 그것만 진료를 받고 돌아오게 되거나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지만 근로자건강센터는 심리상담과 운동치료, 작업환경을 포함하여 노동자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조건과 환경을 고민하여 다양한 문제들을 확인하고 예방적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여전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의 산업보건센터로서의 핵심 역할은 이러한 개인적 접근과 개선뿐만이 아니라 우수한 전문가들을 활용한 일터와 삶터의 개선이 아닐까? 지역사회의 모든 노동자들이 믿을 수 있는 직업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일터에서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들을 제공받을 수 있는 역할의 중심에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한 근로자건강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민간산업보건 기관들이 하고 있는 건강검진이나 작업환경측정, 소규모 사업장 지원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지역사회의 특성을 분석하여 지역사회 노동자들의 요구에 적합한 직업보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해 가는 것, 직업병과 유해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등의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위해 지자체, 보건소, 지역노동관서, 안전보건공단, 근로복지공단 등과 협력하여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의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나 중대재해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안전보건의 문제는 이제 해당 사업장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사안이 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때에 지속적이고 안정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고민이 되는 것은 직업보건에 있어서의 공공 서비스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것이다. 이제 2년여 정도를 거치면서 치료보다는 예방을 목적으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포괄적으로 살피고 도움을 주는 공공의 서비스 기관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현재 근로자건강센터의 모든 서비스는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무료이다. 무료로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예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더군다나 이러한 시도가 공공의료가 취약하기로 유명한 한국사회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또 그만큼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공공적 재원을 가지고 이뤄지는 직업보건 서비스의 지역모델이라는 것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고 의미 있는 시도이다. 핀란드의 치료를 포함한 모형이나 일본의 사업장 중심 접근과는 또 다른 한국 사회의 맥락과 상황이 반영된 공공의 지역사회 직업보건센터의 역할과 정체성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근로자건강센터가 한국의 안전보건체계 안에서 자리매김을 하면서 최초의 도입 의도를 살려 진정성 있는 직업보건 수행 기관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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