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연대] 라이더유니온, 무용지물 폭염대책 당장 바꿔라(2023.08.03)

활동소식

무용지물 폭염대책, 당장 바꿔라

사상 최악의 폭염이 있었던 2018년, 한 배달노동자의 폭염수당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배달업은 25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직장을 잃거나 자영업을 하던 많은 분들이 배달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고, 이 규모는 40만명 수준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배달주문 한 번 안 써 본 국민들도 별로 없을뿐더러 주변에 배달노동 해 본 사람들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여름마다, 폭염이 있을 때 마다, 열기로 펄펄 끓는 아스팔트를 달리는 배달노동자의 모습은 TV에 나왔다.

하지만 폭염대책은 그대로다. 그나마 플랫폼사들은 딱 배달노동자가 요구했던 폭염수당 정도는 도입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폭염대책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야외 작업자는 쉬면서 일하라는 노동부의 ‘권고’는 건 당 수입을 벌어야 하는 배달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다. ‘업무담당자 지정해서 근로자 건강상태 확인’이라는 권고를 보면, 앱을 보며 홀로 일해야 하는 배달노동자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동시장 양극화를 걱정한다는 노동부가 이를 해결할 어떤 대책들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배달노동자 폭염대책을 수립하려면, 사실 폭염에 대한 판단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재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만으로는 배달노동자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배달노동자는 위에서 내리쬐는 햇빛, 밑에서 올라오는 아스팔트 복사열, 옆 차량이 내뿜는 열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거기에 헬멧을 비롯한 안전장구까지 착용해야 하는 것이다. 거리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를 견디며 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측정하고 위험도를 판단해 조치기준을 수립하는 것부터가 폭염대책의 시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배달노동자와 같이 야외노동자들의 상황은 각각의 특수성이 있다. 그에 걸 맞는 폭염에 대한 판단 기준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우리는 (가칭)기후실업급여를 요구한다. 폭염을 비롯해 폭우, 폭설과 같은 기후재난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배달노동자와 같이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실제 위험한 상황이 되었을 시 작업 중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배달노동자에게 작업 중지는 곧바로 수입도 중지된다는 뜻이다. 사실상 초 단위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배달노동자에게 작업 중지는 실업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고용보험을 통한 일시적 실업급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배달노동자의 생계와 일자리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 중지를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기상청 데이터와 플랫폼을 연동해 특정한 상황에선 주문접수를 중단하고 자동적으로 작업 중지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양극화되고, 점차 사라지는 시대. 많은 노동자들이 배달과 같은 플랫폼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용지물 폭염대책을 당장 바꾸길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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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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