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근로복지공단, 공황장애 산업안전공단 이관 철회

근로복지공단, 공황장애 산업안전공단 이관 철회 
"공황장애 집단진정 부담 외부 전가, 시일 연장 의도” 밤샘 농성
승무본부, 7명 연내 승인 위해 계속적 투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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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기자 
 
이름도 생소한 신종직업병 공황장애. 2003년 서민권 기관사를 시작으로 임채수 기관사가 공황장애 증상에 시달리다 사망했고, 10여 명의 기관사가 열차운행 업무를 중단해야 했지만 기관사들에게 공황장애는 너무나 생소했다. 올 4월말 도시철도 개화산 승무지부 정모 기관사가 심한 호흡곤란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다 병가에 들어갔다.

자신의 심적 미약을 드러내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두려워 쉬쉬하던 기관사들이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했고, 도시철도 승무본부, ‘개화산 승무지부 실천단’ 등을 중심으로 집단적인 문제제기가 시작되었다. 기관사들은 노동부에 기관사 정신장애에 대한 역학 조사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자체 검사에 돌입하여 공황장애 자체를 공황장애 등 기관사 건강권 문제를 쟁점화하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현장 투쟁을 지속해왔다.

이런 노력들 속에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도시철도 내 4명의 공황장애 유소견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 4명 모두 산재 승인을 받았다.

공정성, 전문적인 심의를 위해 산업안전공단 이관하겠다

도시철도 승무본부가 금년 8~10월 84명의 기관사를 대상으로 자체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18명의 기관사가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신체화장애 등 신경정신계 유소견을 바았고, 이외 다수의 기관사들이 신경계 약을 복용하며 근무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중 본인의 의견에 따라 7명이 11월 19, 26일 각각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 동부센터는 11월 24일 도시철도 승무본부에 “공정성 확보와 전문적인 심의를 위해 7명의 신청자 조사를 산업안전공단(직업병연구센터)에 이관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도시철도 승무본부는 이같은 결정이 “도시철도 전체 기관사들의 근무조건과 직업병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역학조사가 아닌 ‘개인별 역학조사’에 그쳐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이로 인해 심사기간이 길어짐으로 인해 환자들이 심리적 안정과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했다. 승무본부는 근로복지공단 동부지사의 이 같은 결정이 “최근 도시철도 기관사 산재승인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공황장애 집단진정에 대한 부담을 외부로 전가하고, 시일을 연장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전의 4명에 대한 공황장애 산재 판정에서 근로복지공단 의사자문협의회 등을 통해 산재가 승인되었으므로, 그에 준한 기준으로 당연히 현재 7명의 신청자도 바로 승인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시철도 승무본부의 지적이다. 현재도 약을 복용하며 운전을 해야하는 기관사가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연내에 이들에 대한 산재승인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동부지사의 입장은 변화의 여지없이 확고했다.

산업안정공단 이관 철회, 산재신청 다시 원점으로

결국 도시철도 승무본부는 7일 오후 2시 근로복지공단 동부지사 앞에서 ‘기관사 건강권 쟁취와 전원산재승인을 위한 승무조합원 총회’를 열고 대표단과 동부지사장과의 재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입장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대표단 3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밤샘 농성을 진행하며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8일 근로복지공단 동부지사장은 △7명의 산재건을 동부지사로 이관 △연내 처리 △다음 주중 지사내 대책회의 소집 △대책회의에 노조참여 보장 등을 약속했다. 현재까지의 투쟁으로 산재신청은 일단 원점으로(근로복지공단내의 처리 수순)으로 돌아왔다.

승무본부는 일단 7명의 신청자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동부지사로의 이관을 환영하며, 이번주내로 대책회의를 열어 다시 한번 강도 높은 투쟁 계획을 잡을 예정이다. 과거 공황장애 판정에서 판정 기일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연기되었던 점, 7명에 대한 조사를 산업안전공단에 미루었던 것을 보건데 근로복지 공단에서 공황장애 집단진정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후 산재승인 결정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황장애 유소견 진단을 받고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쉴 수 없다”는 모 기관사는 1년 병가 60일 중 50일을 사용하고, 연말 러쉬 아위 때 10일을 사용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정신질환이라는 말자체가 부끄럽고 속상해 ‘허리’가 아프다고 병가를 신청해 왔지만, 이대로는 나도 승객도 어떤 위험에 처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산재신청을 했다”는 그.

근로복지공단이 나름 말하는 이유들로 산재판정을 미루는 하루만큼, 600만 서울 시민을 수송하는 도시철도 기관사의 운전대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