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공사는 골병으로 고통받는 재해노동자에게 일자리까지 뺐겠다는 비도덕적 만행을 즉각 중단하라!!!

공사는 골병으로 고통받는 재해노동자에게 일자리까지 뺐겠다는
비도덕적 만행을 즉각 중단하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근골격계 질환의 근본적인 예방대책 마련!

지난 2월 20일, 서울지하철공사는 지축 정비 지회 노동자 31명에 대한 근골격계 직업병 판
정을 보류할 것을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하였다. 요구의 근거는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조사
한 것이므로 이번 조사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으며, 직업병 요양에 수반하는 여러 노사문제
를 처리해야 하니 노동조합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직업병 판정을 연기하라는, 실로 억지스럽
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공사의 주장처럼 이번 조사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면,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진단받은 노동
자들이 꾀병이라도 부린다는 것인가! 노동조합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리고 요양에 수
반되는 문제들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병들지도 아프지도 말라는 것인가!

게다가 공사는 직업병 판정을 유보해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렇게 뻔뻔스러운 요구를 공공연하게 들이미는 의도는 분명하다.
공사가 노동조합에게 보내는 또 다른 공문을 보면, 지축 정비 업무가 근골격계 직업병을 집단으로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 업무를 용역화시킬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여야ꡑ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31명이 집단 요양에 들어가면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 채용이나 부분 용역화로 메워서 ꡐ요양이 끝난 다음에 일자리가 없는ꡑ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집단 요양에 들어가면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들은 물론 동료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도 보장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사업주는 직업병 환자의 요양과 치료를 보장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서울지하철공사는 자기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것으로 부족해서 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에게서 일자리를 빼앗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직업병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업무 자체를 용역화시키겠다는 것은 또 얼마나 후안무치한 발상인가.

이번 조사에 참여한 273명 중 절반이 넘는 156명이 근골격계 직업병의 유소견자로 드러났고
이 중에서 무려 31명이 시급한 치료와 요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로 나타나 요양 신청을 하기
에 이르렀다. 공사의 억지주장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많기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아버리겠다는 위협을 통해 더 이상 산재신청을 못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아예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의 반대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던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하기 위함이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할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골병이 들 수 밖에 없는 일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업종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울지하철을 비롯한 궤도 분야의 노동 강도 역시 인력 감축과 업무 다각화 등 구조조정의 미명 아래 나날이 강화되어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의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통해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가 다름 아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수없이 확인하여 왔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은 올해를 '흑자 경영 원년'으로 삼자면서 지하철공사가 제시한 [21세기 새로운 발전 도약을 위한 노사 협약서]를 72.6%의 압도적인 힘으로 부결시켜낸 바 있다. 더이상 구조조정의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현장 노동자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은 바로 그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21세기 협약서] 부결 투쟁
의 후반전이 되어야 한다.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의 진정한 힘은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로 인해 빼앗겼던 노동자의 건강과 현장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으로 만들어질 때 비로
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서울지하철의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아픈 사람
이 당당하게 치료받고, 더 나아가 노동자 스스로 현장의 노동 강도를 완화시키는 주체가 되
고, 그리하여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으로 바꾸어내는 투쟁이 바야흐로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지난 부결 투쟁의 성과를 이어 공사의 어떠한 회유와 협박
에도 굴하지 않는 현장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는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직업병 승인을 미루려 했던 것을 즉각 철회하
고 이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또한 만에 하나, 지하철공사의 부당한 요구로 인하여
직업병 승인이 조금이라도 지체된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 서울지하철공사는 직업병 은폐 음모를 당장 중지하고 사과하라!
- 근로복지공단은 지축 정비 지회 31명 전원의 근골격계 직업병을 즉각 승인하라!
- 근골격계 직업병 예방을 위해 현장 인력 확충하고 노동강도 완화하라!

2004. 03. 03
건강한노동세상, 경기남부산업안전보건연구회, 광주노동보건연대, 노동건강연대, 노동안전보건교육센타, 대구산업보건연구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충청지역노동건강협의회,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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