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감시와 통제가 불러온 비극 - 노조원 전원 집단 정신질환

[피플파워/현장속으로]
감시와 통제가 불러온 비극 - 노조원 전원 집단 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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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에 한 노조의 조합원 전원이 산재를
신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조합원들은 모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조합원 전원 집단 정신질환 발병과
산재 신청이라는 초유의 사태, 도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현장속으로>에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 김혜진 지회장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김혜진/ 안녕하세요.(인사)

홍석만/ 조합원 전원이 산재 신청을 하셨는데요. 현재 조합원들의 상태가
어떻습니까?

조합원 전원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 진단

김혜진/ 조금만 신경 쓰면 토하고 체하는 사람,
몸에서 신열이 나고 편두통과 안면근육 마비되는 사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도 잘 오지 않고 우울한 사람,
밤에 잠도 자지 못하고 통곡하는 사람, 누가 뭐라고 얘기하면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 등 증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경정신과 진료 결과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중에 있습니다.

홍석만/ 조합원들이 모두 일종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게 언제부터였나요?

CCTV를 통한 감시와 통제가 집단 정신질환의 원인

김혜진/ 지난 2002년 임금인상투쟁을 벌이자 회사측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CCTV 16개를 동원해서
노조원을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했고, 비조합원들과의 노골적인
차별이 조합원들의 불안증, 강박증을 불러온 원인이 된거죠.

홍석만/ 네. 현재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들의 집단 정신질환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인데요.
그 모습 영상으로 보시고 이야기 계속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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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① 기자회견+조합원 Int. S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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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2002년부터 오랫동안 긴 싸움을 벌이고 계신데,
그간의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 주시죠.

김혜진/ 2002년 노조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자 사측은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2003년 설 연휴 직전에 5명의 조합원에게
해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이후 지노위, 중노위에서 차례로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사측은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현장 곳곳에 CCTV를 설치해 조합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사업장의 과도한 CCTV 설치로 인해서 2003년에 특별근로감독까지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요. 그 이후에도 감시카메라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까?

조합사무실, 식당에까지 CCTV 감시카메라 설치

김혜진/ 네. 2003년 8월에 특별근로감독이 있었는데, 2003년 11월 11일
중앙노동위원회 심판회의를 앞두고 그 바로 직전에 생산라인에
설치돼 있던 두 대를 철거했습니다. 하지만 몰카가 의심돼
마음은 그 전보다 더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별일도 아닌데 글씨로 써서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고,
말할때도 목소리를 낮추고 입만 벙긋거리는 경우가 많구요.
회사측은 경비 목적으로 설치했다고 하지만, 정작 감시가 필요한
자재과 근처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조합사무실, 식당 등
조합원들을 감시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돼 있으니 그 용도는
뻔한거죠. 이렇게 찍은 사진과 녹음한 대화내용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노조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사건에
증거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그동안 노조에 대한 사측의 탄압, 감시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김혜진/ CCTV 설치 감시 이외에도 교섭 해태, 구사대 동원 폭행,
노조활동 방해, 불법적 직장폐쇄, 출퇴근 카드를 전자카드로 교체해
조합원들의 출입 범위를 통제하는 등 이루 말할수 없이 많습니다.
40명 생산직 직원 중 13명 노조원들만 별도 생산라인에 배치하고
과장, 반장이 돌아가면서 노조원들의 생산라인에서 감독을
하고 있는데, 화장실 가는 것, 전화받는것까지 일일이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의 차별도 심각하다면서요?

김혜진/ 네. 아주 치졸한 차별을 자행하고 있는데, 위원장이
단식을 하고 있을 때는 비조합원들을 일찍 퇴근을 시킨다든지,
노조 조합원이 근무시간 중 외출하면 파업으로 간주해
임금을 삭감하고, 구호를 하나 외치면 초단위로 시간을 재어서
임금을 삭감하고, 심지어 작업장 환기 문제로 다른 직원과 실랑이를
한데 대해 20분 동안 파업으로 처리해 임금을 깎기도 했습니다.
야유회나 회식도 비조합원들에게만 진행을 하고,
헬스장 및 휴게실을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구요.
가장 크게는 조합원들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징계를 하더니
임산부를 폭행한 사측 교섭위원은 일주일 후 승진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단체교섭기간 중에 비조합원들만 임금 인상.
해고자들은 식당에도 못들어가게 해서 조합원들이 밥을 타와
조합사무실에서 밥을 나눠먹는다는 이야기도 넣어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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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산재 신청 이후 회사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김혜진/ 여전히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산재 신청서를
제출하기 직전에 회사가 손해배상청구를 해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관악지방노동사무소에서도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서 손배 철회를 하는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는데 손배는 자신들의 마지막카드라 철회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재 승인은 절대 안날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조합원들의 싸움에 대한 비조합원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김혜진/ 4년간 투쟁을 해 왔고 회사가 조합원들을 고소고발하면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비조합원들의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해왔습니다.
구사대로도 동원해왔구요.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들은
좋지 않습니다. 좋게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사실 사석에서 얘기되는 내용들을 사선을 통해서
들을 경우는 다릅니다. 노동조합이 있어서 여지껏 고용이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노동조합이 있어야 고용유지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들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고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홍석만/ 산재 신청 이후 지난 수요일에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장 조사가
있었습니다. 그 화면 보시고 말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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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② 현장조사+감시 CCTV S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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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현장조사에 나온 근로복지공단의 반응은 어떤 편입니까?

김혜진/ 현장조사 결과, 그다지 원만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10일 산재 신청을 하기 전에 근로복지공단쪽과
면담을 할 당시에 현장조사시 공대위 관계자들과 피해자들이
결합해서 진행할 것을 요청했고, 공단쪽도 당연하게 보장될
내용이라고 했는데요. 정작 현장조사를 나와서는 회사측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고자들의 현장 출입 제한과 공대위 관계자 중
1인만 현장조사에 결합할 것 등을 요구해서 회사측의 입장에
주로 서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게 하였습니다.
분위기도 매우 어수선했구요. 이런 분위기로 봐서는 공단측이
얼마나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거죠.

홍석만/ 과거 청구성심병원 조합원 8명이나, KT 등 직무상 스트레스를
산재로 인정한 사례가 있긴 한데요.
근로복지공단에서 이번 사건을 산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건일 듯 합니다.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장기간에 걸친 회사의 감시와 차별로 인한 질병이므로
신청자 전원이 산재로 인정되어야

김혜진/ 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조합원 중 일부만 산재가 인정되는
것인데요. 발병 원인이 장기간에 걸쳐 일상적,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근무조건과 환경, 노조말살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진행된 회사의 감시와 차별 때문이므로 신청자 전원이
산재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오랫동안 싸워 오셨습니다만, 앞으로도 갈 길이 남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후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요구사항 -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중단, 손배청구 철회

김혜진/ 우선 산재 승인이 받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발병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건강을 되찾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발병이 원인이 된 감시 차별, 해고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과 병을 더욱 깊게 만드는 손배청구를
철회시켜내는데 투쟁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정리... 사태가 이렇게 커지는 동안 노동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 이제라도..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성의있는 현장 조사와, 조속한 산재 판결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의 김혜진 지회장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