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에이스건설 대형참사로 본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

에이스건설 대형참사로 본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어림없다
1년 800명 사망 되풀이되는 건설산재…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 ‘시급’
건설노동자 산재사망자 2004년 779명, 2003년 762명. 좀처럼 변동이 없는 숫자다. 1년 평균 800명꼴. 업종별 최대 산재사망자가 발생하는 건설현장. 하루라도 가슴 졸이지 않을 날이 없다.

겨울철 잠잠하다 싶더니 봄이 오니 또다시 터졌다. 도급순위 136위의 중견건설업체인 에이스종합건설(대표이사 김재연)의 서울 문래동 하이테크시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2주 간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대형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지 2주만에 같은 현장에서 또다시 3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연한” 게 아닌, “필연적인” 사고라는 지적이 높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건설노동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GS물류센터 대형참사의 원인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정부정책이 ‘미온적’이었음이 확인됐다는 목소리 역시 크다.









에이스건설-003.jpg

ⓒ 매일노동뉴스
1, 2차 사고가 나기까지


에이스건설의 1, 2차 중대재해의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무엇이 원인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에이스건설 서울 문래동 하이테크시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난 4일 3m짜리 버팀용 빔을 지게차로 가져가던 중 아래에서 작업하던 설비팀의 백아무개(44)씨를 덮쳐서 사망케 했다. 부상자도 1명 발생했다.

이어 2주만인 지난 18일 같은 건설현장에서 상가 신축부지 빔 4개가 쓰러지면서 갱폼 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를 덮쳐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3명 중 2명, 부상자 2명 등 총 4명이 중국동포인 것으로 나타나 건설현장에의 이주노동자 진출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 대해 건설노조는 사고원인으로 안전관리 준수 위반 등을 크게 꼽고 있으며, 2차 사고 발생에는 1차 사고에 대한 노동부의 ‘미온적’ 대처 때문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서울건설노조(위원장 이승무)는 21일 에이스건설 문래동 건설현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노조는 1차 사고 원인은 △신호수 미배치 △위험 표식 미설치 △위험 작업 반경 내 동시 작업 △한번에 2개 빔을 인양하는 무리한 작업 등 안전규정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2차 사고 역시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1차 사고 뒤 노조는 회사측과 노동부에 에이스건설의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조사자료 제시, 노조의 현장내 산업안전활동 보장, 중대재해 재발방지대책 강화 등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뭐했나?

특히 이번 2차 사고에서 노동부가 크게 지적당하고 있는 점이 바로 1차 사고 부실 대응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우선 1차 사고 뒤 왜 즉각 작업중지명령(현장폐쇄)을 내리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1차 사고 뒤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더라면 시공사 측이 계속 작업을 진행하다가 2차 사고까지 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것.

이에 대해 노동부는 “무리하게 1, 2차 사고를 연결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4일 사고는 크레인으로 철제빔을 옮겨 싣는 2시간 남짓의 단순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18일 사망재해는 11일 이후에야 시작된 H빔 조립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공사 시기나 공정의 성격이 전혀 달라 이전 사고로부터 후속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며 “4일 사고 뒤 ‘현장폐쇄’를 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로서 작업중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적 해석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나 구체적인 현장폐쇄 여부의 상관관계를 넘어서 1명 사망과 1명 부상 사고를 하나의 단순 공정사고로만 보고 전체적 안전시스템의 결함을 보지 못한 책임은 분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산안부장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를 단순 사고로 바라보지 않고 건설현장 전체의 안전시스템의 문제로 본다면 2차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부의 주장대로라면 2차 사고 뒤 20일부터 전체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근로감독은 왜 하는 것이냐”고 노동부의 책임을 물었다.









에이스건설-002.jpg

ⓒ 매일노동뉴스
GS건설 붕괴사고 ‘닮은 꼴’

이번 에이스건설 대형참사는 지난해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 신축공사 붕괴사고와 ‘닮은 꼴’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사고로 건설노동자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GS홈쇼핑 물류센터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창고건물로, 공사당시 1~3층의 수직공간에서 노동자들이 각각 작업 중이었고 3층에서 콘크리트 구조물 PC를 설치하던 중 건물이 붕괴됐다.

노조는 “무게 6.7톤에 달하는 PC를 설치하는 데 수직 아래에서 작업을 했다는 자체가 GS건설이 얼마나 안전불감증에 걸렸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안전규정 무시에서 온 사고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 대형참사는 다단계 불법하도급 구조 하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도 지적당하고 있다. 이는 고질적인 건설업의 문제로 원청이 있지만 시공은 수차례의 다단계 하청으로 내려가는 구조 속에서 안전규정은 무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건설노조도 에이스건설 중대재해에 대해 “산업안전 무시하고 날림공사 조장하는 건설산업 만악의 근원인 불법 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추후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지만 이주노동자의 건설현장 진출과 안전시스템 부재와의 관계도 불법 하도급 문제와 함께 적극 조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점이 건설현장에서 대형재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근본적 대책이다

현재 에이스건설 2차 대형참사 뒤 노동부는 즉각 현장폐쇄(작업중지)를 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노동부는 “1, 2차 사고에 대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책임자들도 모두 입건된 상태”라며 18일 2차 사고 뒤 당일자로 즉각 작업중지와 안전진단 명령을 내려 현재도 진행 중이다. 도한 20일부터 23일까지 특별근로감독도 실시 중이다. 또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김재연 에이스건설 대표이사를 비롯해 원·하청 책임자 9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2차 사고에 대해 작업중지를 한 이유에 대해 1차 사고와는 달리 전체공정과 철골공정이 연결돼 있어 작업중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산재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주를 구속·처벌하는 것과 해당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영업정지 조치, 그리고 현장의 산업보건예방활동에 노조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하라는 공통적인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모두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업주 구속 여부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 법원의 영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또한 영업정지의 경우 노동부가 해당 지자체에 영업정지를 요청해도 해당 지자체가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인 영업정지보다 과징금을 물리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높다.<박스기사 참조> 지

난해 9명 사망사고를 낸 GS건설의 경우도 현재 PC설치 공정을 담당했던 삼성물류측과 책임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 노동부의 영업정지 요청은 처분 보류된 상태다.

이번 대형참사에 대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도급순위 136위의 중견건설업체만이 아니라 GS건설과 삼성물류와 같은 대형건설업체를 상대로 하는 ‘일벌백계’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사고업체 영업정지 요청은 ‘헛물’
지난해 10월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로 9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노동부는 12월2일 시공사인 GS건설(주)과 하도급업체인 삼성물산(주) 등 3개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4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GS건설과 삼성물산은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다.


대한건축학회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 지난 사고의 원인이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PC공법 문제로 지적되면서 GS건설과 삼성물산의 책임범위를 둘러싼 법적공방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당장 9명이 죽어나갔으나 법적공방 탓에 영업정지는 언제 이뤄질지, 과연 이뤄질지 요원하기만 하다.


이는 비단 GS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부가 영업정지를 요청해도 해당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영업정지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 1월17일자에 따르면 2002년 3월 이후 노동자 3명 이상이 한꺼번에 사망한 건설사고는 모두 7건, 관련 건설업체는 10곳이었으나 이 중 지자체가 영업정치 처분을 내린 사례는 중소건설업체 1곳뿐이었다.
또 2004년6월 경기도 부천 한 백화점 개·보수 공사 현장 붕괴로 4명이 사망한 LG건설(현 GS건설)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영업정지 요청을 했지만 서울시로부터 과징금 1천만을 받은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2일 노동부에 따르면 2003년 3명 이상 사망사고 6건 중 3개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를 요청, 1건에 대해서만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으며, 2004년 사망사고 5건 중 8개 업체에 영업정지를 요청했으나 2개 업체에 대해서만 영업정지가 이뤄졌다. 영업정지 이외의 사업장은 모두 과징금으로 때웠다.


해당 지자체들은 건설업체가 훨씬 더 부담을 느끼는 영업정지 조치보다는 훨씬 처벌의 강도가 낮은 과징금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부가 아무리 ‘일벌백계’를 주장해도 지자체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를 낸 건설업체들은 여러가지 가중 처벌을 받기 때문에 영업정지 요청에 대해 전부 영업정지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에는 3명 이상 한꺼번에 사망할 때 해당 건설업체에 영업정지를 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2명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밖에서는 누가 보아도 영업정지보다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무는 게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훨씬 수월함을 알 수 있다. 영업정지를 내리면 건설업체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4명 사망자를 낸 건설업체에 대해 과징금 1천만원을 물리는 현실에서는 그런 지적이 높을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대형사고 뒤 ‘미온적’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할 때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icon_scrap.gif
icon_sendmail.gif
icon_print.gif 2006-03-23 오후 5:04:48 입력

/ 2006-03-23 오후 5:07:49 수정(1차)


ⓒ매일노동뉴스
이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