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펑크난 산업안전 회사도 노동청도 내탓 아니라는데…

펑크난 산업안전 회사도 노동청도 내탓 아니라는데… 
한국타이어 잇단 돌연사
 
 2007년 12월 17일 (월) 전자신문 |  7면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잇단 돌연사 사건을 계기로 지역 사회에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 7개월 사이에 8명이 넘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심근경색으로 사망,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함께 이에 대한 감독·감시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한 지방 노동관서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반면 관할 노동관서와 한국타이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지방노동청은 "법과 원칙에 의해 산업안전 관련, 근로감독 업무를 충실히 진행했다"고 밝혔고, 한국타이어는 "작업장 내 유해물질에 대한 객관적·과학적 근거도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일방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대전지방노동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

18일 현재 노동부 및 대전지방노동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잇단 돌연사 사건을 계기로 관할 노동관서의 적법·적정한 근로감독 여부를 판단하고, 현 산업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조사 및 대안마련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 감사원 측 설명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사건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해 비슷한 사안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노·사 자율 재해예방 프로그램 등 인력과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 관련 제도를 검토, 개선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타이어에 대한 강도 높은 사법·행정조치도 시작됐다.

대전지방노동청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10일간 실시한 한국타이어에 대한 산업안전 분야 특별감독 결과 산재은폐 등 관리적 사항 위반 222건, 안전 조치위반 396건, 근로자 사후관리 소홀 등 보건관리 위반 사항 776건 등 모두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753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형사고발 및 행정처분을 내렸다.

반면 대전지방노동청이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 중앙연구소 3개 사업장에 대한 실시한 점검에서는 시정지시를 전부 포함해도 9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만에 1394건을 적발한 노동청이 3년간 90여 건을 지적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년 7개월 사이 15명의 근로자 사망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 중앙연구소에서 지난 2006년 5월 이후 1년 7개월 사이 확인된 사망 근로자만 15명에 달한다.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식도암, 폐암(2명), 뇌수막종양, 심장질환(2명), 폐암, 기계이상작동, 심근경색(8명), 자살, 간세포암, 기계압사(2명), 급성골수성백혈병, 뇌출혈, 돌연사 등이다. 사망 장소도 공장, 자택, 병원, 기숙사 등 일정치 않고, 근무기간도 최소 1년에서 최장 26년까지며, 사망한 근로자들의 나이도 26세에서 55세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15명 중 절반 이상이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근로자들과 유가족들은 제조현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솔벤트'를 직접적인 유해물질로 지목하고 있다.

또 한국타이어의 전 근대적인 노조관리 문화도 근로자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국타이어의 한 직원은 "현 노조 집행부와 의견을 달리하거나 사 측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들은 흔히 말하는 '왕따'를 당한다. 이들 왕따 직원들은 밥을 먹거나 휴식시간에도 혼자 다녀야 하며, 직원들도 이들을 멀리해야 회사 생활에 유리하다"고 증언했다.

회사의 억압된 분위기는 근로자들을 극도로 긴장시켰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유가족들과 일부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는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잇단 돌연사를 '집단발병'으로 인지하고, 현재 한국타이어 직원들에 대한 공통적인 유해인자를 확인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밝힌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표준화 비례사망비는 '16'으로 같은 연령대의 우리나라 국민 또는 적절한 대조군보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재해 승인은 4건, 산재은폐는 183건

지난 2001년 이후 숨진 23명 중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사람은 2003년 5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진 유모(45·성형공정) 씨와 지난해 7월 관상동맥경화증을 숨진 박 모(51·설비보전팀) 씨, 올해 5월 사고사로 숨진 김 모(45·제품시험팀) 씨, 올해 4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박 모(37·PCR2 SUB팀) 씨 등 4명이 전부다.

반면, 지난해 숨진 이 모(42·PCR SUB팀) 씨와 김 모(42·설비보전팀) 씨, 조모(29·TB개발팀) 씨 등 3명에 대한 산재 요청 건은 불승인으로 결정났다.

결국 사업장 내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이 아닌 경우 산재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유가족대책위원회와 민주노동당은 근로복지공단의 허술한 산재판정 시스템을 지적했다.

지난 11일 유가족대책위는 사망한 근로자의 야근이나 밤샘작업이 잦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판정에 인용한 자료에는 모두 평균적인 내용들로 사측의 허위 자료가 다수 포착됐다며 전면 재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유성지사는 유가족들의 주장을 일축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에 의해 진행된 사안으로 재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대전지방노동청이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 중앙연구소 등 3개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업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모두 183건이 넘는 산업재해 은폐 사실이 확인됐다.

또 뇌심혈관질환 등 질병 유소견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실했고,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누락하거나 관리상태가 미흡했으며, 근로자들의 근골격계질환 부담 작업이 개선되지 않는 등 사업장 보건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업무정지 처분 후 임시건강검진 기관으로 재지정

수년 전부터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중앙연구소의 특수건강검진을 담당했던 기관은 대한산업보건협회 대전·충남지부. 이 기관은 검진 중 발견된 일부 근로자의 높은 간 기능 수치(GOT/GPT)를 '정상·적합'으로 처리한 사실이 노동부 감사에 적발, 지난 2월부터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전지방노동청은 이 기관이 담당했던 특수건강검진 업무를 대한산업보건협회 천안지부로 업무 이관을 지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산업보건협회 천안지부 역시 노동부 감사에서 적발돼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관이라는 점이다.

또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잇단 돌연사가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면서 대전지방노동청은 한국타이어에 임시건강검진을 지시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이 임시건강검진 기관으로 지목한 기관은 을지대병원.

그러나 을지대병원은 산업안전전문의 등 전문 인력을 부실하게 운용하고, 정상보다 3배가량 높은 간 기능 수치(100)를 '정상·적합'으로 판정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실태가 적발돼 올 2월부터 노동부로부터 5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무정지를 내린 기관을 또 다시 임시건강검진 기관으로 지정한 대전지방노동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도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져야 할 내용이다.

/박진환 기자.

한국타이어 사망자
이름
 나이
 사  인
 사망일
 근무기간
 장  소
 근무처
 
허○○
 47
 식도암
 2007.9.29
 12년 3개월
 퇴사후 요양중 사망
 대전공장
 
최○○
 46
 폐암
 2007.9.12
 14년 6개월
 을지병원
 대전공장
 
안○○
 51
 뇌수막종양
 2007.9.8
 18년
 퇴사후 사망
 대전공장
 
손○○
 55
  ?
 2007.9.5
 28년
 병원
 대전공장
 
권○○
 45
 심장질환
 2007.9.2
 13년 2개월
 자택 욕실
 대전공장
 
고○○
 52
 폐암
 2007.5.29
 6년 10개월
 충북대병원
 대전공장
큐엠(도급사)
 
김○○
 45
 기계이상 작동
 2007.5.25
 16년 10개월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최○○
 29
 급성 심근경색
 2007.5.20
 1년 5개월
 연구소기숙사
 중앙연구소
 
박○○
 37
 확장성 심근경색
 2007.4.11
 12년 3개월
 자택
 대전공장
 
조○○
 29
 급성 심근경색
 2006.12.28
 1년
 연구소기숙사
 중앙연구소
 
김○○
 42
 자살(강제전환배치로 사직 2일후)
 2006.12.10
 17년 11개월
 자택 뒷산
 대전공장
 
오○○
 52
 간세포암
 2006.11.4
 10년 5개월
 퇴사후 사망
 대전공장
새롬(도급사)
 
이○○
 42
 심근경색
 2006.11.2
 11년 4개월
 대전시내 식당
 금산공장
 
박○○
 51
 심장질환
 2006.7.25
 13년 9개월
 금산공장내 목욕탕
 금산공장
 
임○○
 54
 심근경색
 2006.5.20
 26년 4개월
 자택
 대전공장
 
인○○
 53
 심근경색
 2006.3.5
 8년 1개월
 퇴사후 투병하다 사망
 대전공장
상원(도급사)
 
채○○
 34
 기계압사
 2005.10.30
 
 현장
 금산공장
 
채○○
 26
 심근경색
 2005.7
 1년
 기숙사
 대전공장
 
변○○
 
 심근경색
 2004
 26년
 자택
 대전공장
 
소○○
 43
 기계압사
 2004
 12년
 현장
 대전공장
 
유○○
 48
 급성골수성백혈병
 2003.5.21
 20년
 충남대병원
 대전공장
 
이○○
 43
 뇌출혈
 2002
 10년
 대전공장내 목욕탕
 대전공장
 
황○○
 42
 돌연사
 2001.6.29
 13년
 자택
 대전공장
 
 

 
한노보연